지하상가 일촉즉발 긴장감..."우리보고 죽으라는 거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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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 일촉즉발 긴장감..."우리보고 죽으라는 거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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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행사 임박...상가마다 '제주시 규탄' 호소문
"시민 우롱 김병립 시장 필요없다"...정면충돌 우려

▲ 개보수 공사를 앞둔 지하상가 점포 곳곳에 제주시와 김병립 시장을 규탄하는 문구가 걸려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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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가 지하상인들에게 보낸 공사개시 공문.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당국이 19일 수백명의 공무원을 투입시켜 중앙지하도상가 개보수 공사 착수를 강행하겠다고 밝히며서, 공권력 행사가 임박한 지하상가는 큰 긴장감에 휩싸였다.

제주시는 상가 영업공간만 제외하고, 지하보도 공용부분의 천장을 철거한 뒤 공사를 시작한다는 알리자 지난달부터 24시간 밤샘 항의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상인들은 크게 격분한 분위기다.

제주시의 이번 공사진행 전략이 사실상 통행로를 폐쇄함으로서 영업이 어렵게 만들어 상인들 스스로 굴복해 퇴거하는 만드는 일종의 '고립작전'이기 때문이다.

이 '전략'이 알려진 19일 오후 4시, 중앙지하상가 곳곳에는 제주시의 공사강행을 규탄하는 대자보와 각종 문구들이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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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보수 공사를 앞둔 지하상가 점포 곳곳에 제주시와 김병립 시장을 규탄하는 문구가 걸려있다. ⓒ헤드라인제주
"도민, 상인을 우롱하는 시장은 필요없다", "시장님은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절박함을 모르십니까?", "지하상가 무너지면 구도심권도 무너진다! 제주시장 각성하라", "대화 없고 협상 없는 김병립 시장 공사강행 저지한다" 등 김병립 시장을 직접적으로 규탄하는 내용도 제시됐다.

"원도심을 살리자는 원도정, 일방적인 공사강행인 답인가", "제2의 용산참사를 원하십니까", "아무런 협의없는 무대포식 공사강행인가", "생존권을 보장하라" 등의 구호와 대자보 등이 나붙었다.

상인들은 대자보 형식의 호소문에서 "지난해 9월 제주시와 합의한 내용은 큰 원칙적인 측면에서 2016년 3월 신학기 이후 공사를 한다는 것이고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에 대해서는 대화와 타협, 그리고 협의와 조율을 통해 마련하는 것이었다"면서 "기득권 유지를 위해 안전공사를 방해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호도하는 것이며 어불성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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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에 설치된 호소문. ⓒ헤드라인제주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내일 시작될 공사에 대한 우려와 함께 김 시장에 대한 반발감을 드러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양모씨(여)는 "제주시의 지하상가 개보수 공사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도 안전공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공사를 한다면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공사하면 되는데, 안전하다고 판정된 부분까지 하겠다고 한다"면서 "지난해에 설치한 에어콘과 천장도 모두 뜯어 버리겠다고 한다. 혈세가 그렇게 남아도나"하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시가 지하상가 야간공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이전에 지하상가에서 공사할때 모두 야간공사를 했었다"면서 "야간공사를 하면 제주시의 입장에서 일이 복잡해지고, 낮 공사를 하면 편하니 (낮 공사를)밀어부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씨는 "우리도 단순히 하루 이틀 문 닫고 공사를 하겠다고 하면 이해하고 며칠 쉴 수 있다"면서 "그런데 최대 75일을 문 닫으라고 하는 것은 우리보고 죽으라는 소리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예전에 백광식 도시건설교통국장과 간담회를 하는데, 우리가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브랜드 매장이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더니 '자기(백 국장)에게 말했으면 업체로 공문을 보네줬을텐데...'라더라"면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그 공문이 회사로 정말 날아갔다면 상인들은 바로 브랜드를 내놔야 했을 것"이라며 "또 상인들이 은행이자 등 생계문제로 힘들다고 하니 '은행에 말에서 지연하는 등 지원해 주겠다'고 하더라. 이를 들은 은행원들이 뒤에서 코웃음을 치더라"고 설명했다.

양씨는 "물정도 모르고 책상에 앉아 행정을 하니 우리 사정을 모르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제주시는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상인 오모씨는 "김병립 시장님에게는 지하상가 상인들이 제주시민이 아닌것 같다"면서 "취임하면서 협치를 하겠다는 분이 지하상가에 한번도 와본 적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앞서 다른 시장님이 계실때는 별 일이 없어도 지하상가를 방문해 이야기도 듣고 하셨었다"면서 "지금 시장님(김병립 시장)은 일이 이렇게 커지고 있는데도 우리랑 대화를 하려 하지 않고 아래 사람들만 보내 앵무새처럼 말만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오씨는 "내일(20일) 공무원 200명이 몰려온다고 하는데,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능한 일인가"라면서 "원도심을 살리겠다고 외치면서 정작 원도심을 죽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빈 점포가 많이 있고,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손님들도 많이 줄었다"면서 "그런데 공사를 시작하면 지역 상권이 완전히 죽어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상인들도 20일 시작될 공사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상인들은 "상인들은 지금 24시간 상가를 지키며 투쟁하고 있다"면서 "공사가 시작되면 무슨 일이 발생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부 상인들은 영양제를 맞으면서 나오고 있다. 어떤 상인은 집에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있는데 챙겨주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다른 상인은 어린 아이들이 아픈데도 돌보지 못해 조마조마해 하더라"고 말했다.

한 상인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이렇게 밀어붙이기 하는 것은 시민 위에 행정이 군림하려는 고압적 행태로, 이게 그들이 말하는 협치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지하상가 공사의 '시급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제주시 당국은 지하상가가 생긴지 32년이 됐기 때문에 시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더이상 공사를 미룰 수 없다면서 지하상가가 '위험지역'인 것처럼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상인회측은 지금까지 안전진단을 통해 위험진단을 받은 적 없다며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상인들의 격한 반발 속에 제주시는 '공사 당위성'을 강조하며 예정대로 대규모 공무원 인력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시킨다는 방침이어서 20일 자칫 대형충돌이 우려되는 가운데 큰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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