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층층고랭이 '헝거', 삶으로 맞서다
상태바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층층고랭이 '헝거', 삶으로 맞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권진경 /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23일부터 26일까지 서귀포시 강정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강정영화제로고.jpg
개막식 장소는 서귀포성당으로 결정됐다. 23일 개막공연에 이어 개막작으로 선정된 김동빈 감독의 <업사이드 다운>이 상영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진다. 이후 성당 지하에서는 개막 리셉션이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여질 10개국 34편의 작품은 대극장인 강정마을회관과 소극장인 강정마을 평화센터, 야간 야

외상영장인 강정천, 야간 실내상영장인 삼거리식당 등 강정마을 곳곳에서 상영된다.

각 작품 영화상영은 '기수갈고둥, 돌가시나무, 층층고랭이, 연산호군락, 구럼비' 등 모두 5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이번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에 즈음해 출품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헤드라인제주>

(3) 3세션 : 층층고랭이, 삶으로 맞서다-'헝거'

강정영화제-3편.jpg
▲ 헝거. <사진=강정국제평화영화제 조직위>
1980년 실제 있었던 IRA(영국으로부터의 완전 독립을 목표로 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의 투쟁을 다룬 <헝거>는 극중반 보비 샌즈가 도미니크 신부와 함께 대담을 나누는 16분 롱테이크씬을 제외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는 많지 않다.

보이스 오버 처리되어 간간히 등장하는 대처 전 영국 수상의 실제 목소리가 당시 영국 정부와 IRA 간의 대립을 암시하긴 하지만, 실제 교도소에서 있었던 폭력과 저항을 보여주는 것은 배우들의 육체로 구현된 장면이다.

당시 교도소에서 실제로 벌어진 폭력을 고스란히 재현하며 지독한 리얼리즘을 구사하는 <헝거>의 전략은 스크린밖에서 보비의 투쟁을 지켜보는 이들조차 힘들게 한다.

하지만 <헝거>는 보비 샌즈, IRA의 입장에서 당시 이들의 요구대로 정치범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대처 전 수상과영국 정부에게 일방적인 분노를 쏟아내게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들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투쟁을 이어나갔던 보비와 수감자들의 저항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자한다.

보비 샌즈의 선택이 옳았는지에 관한 판단은 어디까지나 관객의 몫이다. 영화는 이에 대한 선택을 돕기 위해 자신의 육체를 전적으로 활용하여 극한의 고통을 견뎌내는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보여 준다. 신념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점점 약화되어가는 요즘, 더 나은 미래와 자유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한 남자가 벌인 저항의 숭고함을 말이다.

자신의 신념을 영국 정부에 관철시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내던진 보비 샌즈는 그의 단식 투쟁을 만루 하는 도미니크 신부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실패해도, 다음 세대는 더욱 굳은 결의로 투쟁할 거예요." 이로서 영화는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의 극한 연기를 감상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 가'에 대한 문제로 영역을 확장시킨다.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극단적인 투쟁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상황까지 성찰하게 만드는 영화의 힘. 8년이 지난 지금도 시대에 저항하는 걸작으로 칭송받는 <헝거>가 남긴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권진경 /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헤드라인제주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