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결 '실종'...유권자는 뭘 갖고 판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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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대결 '실종'...유권자는 뭘 갖고 판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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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구태선거 회귀 속, 빼앗긴 유권자 알권리
상호토론 '실종', 의혹만 난무...후보자 검증, 어떻게?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판 과열양상을 보이며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정책 대결쟁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대신 각종 의혹 제기에 고소.고발은 난무했다. 제기된 의혹은 진위가 가려질 새도 없이 계속적으로 진화하며 확산됐다.

이런 탓에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선거문화는 오히려 과거로 회귀한 듯, '퇴보했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유권자 중심의 선거운동이 아닌 후보자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로 치닫고 있는 탓이다. 유권자가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후보들은 연일 수없이 말을 쏟아냈지만, 정작 지지후보를 선택하기 위한 유권자의 선택을 돕는 정보제공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후보자 개인신상 및 정책 관련 정보, 선거공보물 등이 있기는 하지만, 일방향적 내용 일색이다. 후보자를 비교할 수 있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부 선거구에서는 선두권을 달리는 유력 후보 중 한명이 정책질의 등을 노골적 회피하는 의아스런 일까지 나타났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요청한 제주현안 정책질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사회복지정책토론회 등에도 불참했다.

막바지 방송토론회 참석 제안에도 '주도권 토론'을 없애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나 홀로 발표'는 좋으나, '상호 비교'는 싫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해당지역 유권자들은 제2공항 건설계획을 비롯해 행정시장 직선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 외국인카지노 신규 허용 문제, 부동산투자이민제, 국제학교 과실송금 문제, 해군의 구상권 청구 등에 대한 지역구 후보자 입장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졌다.

"정책선거로 승부하겠다"는 말이 매우 무색하게 다가온다. 정책질의 무응답이나 토론회 불참 등과 행태는 유권자를 한낱 객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유권자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에 다름없다.

둘째, 선거 대결에 있어 '상호비교'와 '상호토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책.도덕성 등에 대한 후보자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토론회에서 '주도권 토론' 등은 상대 후보의 정책이나 도덕성 등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후보자측에서 매일같이 쏟아내는 '나 홀로 발표' 정책은 한계가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다.

공약의 타당성.현실성 등을 제대로 검증조차 못하고 '나홀로 발표' 경쟁을 치닫게 된다면, 결국에는 '선심성 공약' 남발 내지 '현실성 없는 공약'이 난무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책에 대한 상호 비교토론은 검증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상호토론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에 대해 비판할 것이 두려워 이를 피하는 것은 후보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셋째, 개인신상 등을 둘러싼 의혹제기 역시 마찬가지다. 공직선거법에서는 '후보자 비방죄' 성립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와 그의 가족 등을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에서 사실 논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논란은 후보자 비방과,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를 통한 검증의 구분선이 명확하지 않다는데서 기인한다. 어디까지가 '비방'이고, 어디까지가 '후보자 검증'을 위한 의혹 제기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후보자 비방죄라는 '안전장치'가 있기에, 상대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는 도덕성 검증 등의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고, 사전 봉쇄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즉, 공공의 관심사에 대한 검증을 목적으로 한 공익적 동기의 의혹제기는 최대한 보장아야 한다는 것이다.이 마저도 차단한다면 후보자 검증을 아예 하지 말란 말에 다름 없지 않은가.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 등록과정에서 재산신고 누락 등 '준비 덜된' 모습들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쏟아진 각종 의혹에 대해 마지막까지 상호토론이 좀더 진행됐더라면,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넷째,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선거문화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선거운동 방식도 오히려 과거로 퇴보했다는 평을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그동안 '제주판 3김'으로 일컬어진 전직 도지사 중 2명이 특정후보 선거운동 지원이다.

제주에서는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조직선거'가 사라졌다는 평을 받으며 달라진 선거문화의 면을 보여줬다. 이를 계기로 해 앞으로 선거문화는 달라질 것이라는 도민들의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총선에서 과거 '줄세우기 선거' 등의 주역으로 지목을 받았던 두 전직 도지사가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제주의 '어른'으로서 존경받아야 할 두 전직 지사가 선거판의 중심에 있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오비이락 격으로 구태선거 회귀 논란 등 선거문화의 질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총선이 '과거로의 회귀'라는 혹평을 받는 것은 전적으로 후보자 책임이다. 유권자들에게 후보자 상호비교 내지 검증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의혹만 난무한 채 후보자 검증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상황에서 실시되는 선거, 이제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만 남아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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