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사 더 이상 제기하지 말라...희생자 배.보상 문제 해결"
이날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는 4.3유족과 도민 등 1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행정자치부가 주최,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하는 제68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엄수됐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세번째 국가의례로 봉행되는 추념식에는 정부인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이 무산되면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4.13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여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국민의당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 정의당 김세균 공동대표 등 정당 대표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오전 9시10분 종교의례를 시작으로, 제주도립무용단과 제주도립제주합창단, 서귀포합창단, 해병대 제9여단 군악단 등의 식전행사 공연이 이어졌다.
합창곡으로는 '빛이되소서' 등 2곳과 '섬의 연가'가 울려퍼진다. 그동안 제주에서 합창곡으로 선정해줄 것을 요구해온 '잠들지 않는 남도' 등은 올해에도 제외됐다.
식전행사가 끝난 후, 오전 10시 제주 전역에 묵념의 사이렌이 울림과 동시에 추념식이 시작됐다.
추념식은 △국민의례 △헌화 및 분향 △경과보고 △양윤경 제주4.3유족회장 인사말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 인사말 △황교안 국무총리 추념사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인 추모시 낭송 순으로 진행됐다.
양 회장은 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 대통령께서 몸소 참석하셔서 헌화, 분향하셨으면 더욱 좋았으련만 하는 다소의 아쉬움은 차마 지울 수가 없다"며 "이점 널리 헤아리셔서 후일에라도 꼭 참석하시길 간청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제주4.3의 역사를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산실로 승화시켜나가고 있는 범국민적 분위기에 반해 아직까지도 일부 극우보수단체에서 '4.3흔들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4.3의 혹독했던 아픔보다도 더욱더 가슴이 쓰라린다"면서 "근거없는 사실을 유포하며 화합의 분위기를 훼방하고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유족과 제주도민의 아픔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양 회장은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한치의 흔들림없이 완전한 4.3문제 해결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화해와 상생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평화의 섬, 제주도를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국민통합의 기반위에 새희망의 대한민국 건설에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에게는 시대적 불행을 뒤집어 쓴 채 너무도 억울하게 희생되어간 수만의 영령들께 해드려야 할 시대적 과업이 많다"며 "좀더 구체적인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더불어 4.3해결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 등을 필두로 해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원희룡 지사 "4.3평화공원 3단계 사업 올해 중 마무리할 것"
원 지사는 "저는 지난해 67주년 추념식을 통해 공동체적 관용의 정신, 국민통합과 세계평화의 가치 구현, 미래세대의 교훈 전승 등을 4.3해결의 3대 우너칙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올해 처음으로 교육청과 공동으로 4.3희생자 추념기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다양한 예술.문화.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온 도민이 화합하고, 범국적인 추모 열기가 모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어 "4.3평화공원 3단계 사업은 올해 중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완성된 4.3평화교육센터를 기반으로 4.3의 교훈과 정신을 다음 세대에 계승하고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사업을 꾸준하게 추진하겠다"며 "아울러 지난해에 이어 4.3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4.3길을 추가로 조성해, 국민들과 세계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명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4.3의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올곧게 계승해 제주를 자유와 공존이 넘치는 진정한 세계평화의 섬으로 만들고, 미래를 향해 새롭게 도약해 나가야 한다"며 "이것이 선열들의 희생을 값지게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구성지 의장 "4.3재심사 문제, 더 이상 제기하지 말아달라"
구 의장은 "부디 억울함을 푸시고 후손들이 가는 앞길을 밝혀주시길 기원한다"며 "아울러 4.3의 아픔을 화해와 상생의 새로운 정신으로 만들고 계신 유족 여러분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구 의장은 "2년 후면 제주4.3 70주년이 된다"며 "사람의 나이로 70세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드문 인생길이라고 해서 고희라고 했는데, 4.3의 길도 지금과는 다른 길이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 의장은 "더 이상 제주4.3희생자 재심사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누가 됐든, 4.3을 흔들어 분란을 조장하는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4.3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개별보상도 이뤄졌으면 한다"며 "그리고 화해와 상생을 통한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제주4.3 정신을 온 구긴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4.3이 굴레가 아닌 평화와 화해, 상생의 상징으로 세계역사 속에 빛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황교안 총리 "국민행복 시대 위해 이념간 갈등 해소 진력"
이어 "지금부터 68년전,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오랜 시간 큰 고통을 겪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정부는 2014년부터 4.3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온 국민이 함께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위령사업 등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제주도민들은 비극적인 4.3의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제주도의 큰 발전을 이끌어왔다. 이제 제주도는 세계적인 평화의 섬으로, 또 동북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 자유도시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정부는 제주의 지역발전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제주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는 데 도민 여러분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황 총리는 "우리나라가 더욱 평화롭고 더욱 번영하는 선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화합과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국가적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돼 이를 국가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왔다"며 "정부는 국민행복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계층간, 세대간, 이념간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통합을 실현하는 데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적을 이루어낸 우리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은다면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주도민들이 보여주신 '화해와 상생'의 4.3 정신은 우리 국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제주도민 여러분의 관용과 통합의 노력이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한 공동체로 만드는 데 훌륭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1만여명 유족들 참배, 교통수송 대책 등 추진
또 또 각 읍면동 유족회별 차량 87대를 지원함은 물론 임시 순환버스 17대를 배차 운영해 도민들이 추념식에 참석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추념식장 주변에서는 해병대전우회(회장 서상수)와 모범운전자회(회장 홍창대) 등 14개 봉사단체 400여 명이 참여해 교통정리와 주차질서를 안내하고 있다.
한편 제68주년 4.3추념일을 맞아 4.13총선에 나선 제주지역 후보들은 4.3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날 하루 선거차량 운행 및 거리유세 등 선거운동을 일제히 중단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