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흡연실 '진입 불가'...왜 이렇게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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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흡연실 '진입 불가'...왜 이렇게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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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이야기] 장애인 이용 차단된 '흡연실'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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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민 / 제주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헤드라인제주
10여 년 전 어느 여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끽하며 입에 담배 한 개피를 물던 순간, 내 뒤통수를 갈겼던 술 취한 아저씨가 문득 생각난다.

나는 키 131cm, 45kg의 걸그룹 몸무게(?)를 보유하고 있는 30세의 “성인” 남성이다. 아마 그 아저씨는 내 뒷모습을 보고 꼬마애가 담배를 피우는 줄로 착각하여, 훈계 차 폭력을 행사하기로 결심한 정의의 사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화가 난 나는 걸그룹 몸무게와는 어울리지 않는 걸걸한 목소리로 “왜 때려요!” 라고 외쳤다. 아저씨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매우 당황하고 미안해하며 연신 “죄송합니다.”를 내뱉었다. 나는 그 사과를 받아들이고, 아저씨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니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나보다 10년 이상은 더 나이가 든 그 정의의 사도와 맞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기 때문에 그때의 대화가 다 기억나진 않지만, 가끔 그때 그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문득 생각난다. 그 말은 바로 “몸도 불편한데. 왜 담배 피우세요?”였다.

물론 담배가 인체에 백해무익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금연하라는 말을 건강증진의 측면에서 좋은 충고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비흡연자가 흡연자에게 충고하는 말이 아니었고, 흡연자가 장애인에게 충고하는 것이었기에 기분이 매우 언짢아졌다.

나에게도 기호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있지만, 아직까지 사회는 장애인을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휠체어 이용자의 흡연실 이용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참 많다. 최근 들어 금연구역이 확대됨에 따라 흡연실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공공기관인 제주도청과 제주특별자치도의회만 해도 흡연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만, 요철로 된 바닥 재질과 단차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의 진입은 불가하다.

또한 제주국제공항 흡연실은 내부 통로가 좁아 휠체어 이용자가 본의 아니게 입구를 막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여, 휠체어 이용자뿐만 아니라 흡연실을 이용하는 비장애인에게도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

나 역시 간접흡연이 매우 안좋은 것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비흡연자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흡연실이 부족한 요즘,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흡연실마저 없어 나홀로 차에서 내뱉은 담배연기를 다시 들이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나도 이제 그만 남들처럼 흡연실에서 피해 안주고, 눈치보지 않고 담배피우고 싶다.<전경민 / 제주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장애인인권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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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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