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여론동향' 특별지시 공문, 이게 일상적 업무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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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여론동향' 특별지시 공문, 이게 일상적 업무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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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여론동향 파악 '시장님 특별지시'와 소명
'선거여론 파악'이 일상적 업무 맞나?...잘못한게 없다?

4.13총선을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도의회 야당 의원들이 공개한 제주시의 총선 여론동향 파악 지시 공문이 큰 논란을 사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2월1일자로 읍.면.동에 발송된 이 공문은 친지.친구.주민과의 대화 시 지역동향 및 도정.시정 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 전반적인 사회분위기 등을 파악해 반드시 메모해 보고토록 시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문 상단에는 '제주시장 특별지시항'이라고 또렷하게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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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가 설 연휴를 앞두고 '시장 특별지시사항'으로 시달한 공문.ⓒ헤드라인제주
논란이 된 부분은 보고해야 할 내용에서 '주요현안에 대한 지역주민 여론 및 동향'의 첫번째 사항으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주민동향 및 여론'.

보고방법도 공식적 문서회신이 아닌 카카오톡이나 이메일을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공문의 문구를 액면 그대로 해석한다면 공무원 조직라인을 통해 총선 여론동향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도의회가 크게 격앙되며 관권선거 내지 공무원 선거중립의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던 김병립 제주시장은 논란이 불거진지 사흘만인 19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처음으로 해명입장을 내놓았다.

"선거 개입할 생각이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생각이다"라는 말을 전제로 한 김 시장은 "여론 등 주민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업무로, 이를 파악해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행정의 정상적인 업무이고, 전국 지자체가 다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행정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려 했으면 공문에 흔적을 남기겠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오해를 사는 것과, 심려를 끼친 점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말미에는 사과를 하기는 했으나, 뭔가 시원치가 않다. 공문의 내용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으며, 오해를 사게 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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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립 제주시장ⓒ헤드라인제주
그러나, 김 시장의 이날 소명은 오히려 야당의원 등을 '우둔함'으로, 제주시정은 '떳떳함'으로 선을 긋는 듯해 의아스러움을 갖게 한다.

논란이 초래된 본질적 부분을 애써 외면하면서, '침소봉대'식 문제제기에 따른 해프닝으로 귀결시키거나 슬쩍 덮어두려는 의도가 짙다.

시장의 소명이 '찜찜'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사과를 하려면 논란이 초래된 본질적 부분을 갖고 솔직하고 정정당당하게 했어야 했다.

행정공문에서 비롯된 논란임에도, 작성과정의 내부적 불찰 내지 신중하지 못한 표현에 대해 먼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게 순서 아닌가.

그런데도 이 정도 공문작성은 전국 지자체 어디서나 다 하는 일상적이고 통상적 업무범주라고 항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 시장의 소명은 행정내부의 잘못은 전혀 없고, 야당에서 오해를 해 논란을 사고 있으니 그부분에 대해서만 사과를 한다는 것이다.

'내부' 실책은 덮어둔채, 오해를 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 잘못된 것이라는 엉뚱함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하다.

둘째, 김 시장의 소명처럼 정말 선거여론동향 파악은 전국 지자체 어디서나 다 하는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업무 범주가 맞을까.

과거 여론을 담당했던 행정기관 부서인 '여론계' 혹은 '시정계'에서 도정이나 시정에 반영할 목적으로 현안이나 주요 이슈에 대한 주민동향을 파악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공문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시장 특별지시 사항' 공문을 통해 총선 여론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노골적으로 해 본적이 있는가.

다른 시.도에서 선거와 관련해 여론동향 파악을 직접적으로 시달한 공문 사례는 과연 있는가.

과거에서부터 선거관련 여론동향은 암암리에 행해져 왔을런지 모르나, 특별지시 사항으로 해 공개적으로 파악하도록 지시한 사례는 없었을 것이다.

행정자치부 등 정부의 4.13총선 관련 방침에서도 이번 총선과 관련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강조하면서, '오해를 살만한 언행'을 자제하도록 당부고 있다. 즉, 직접적 선거개입은 물론 오해를 살만한 행위도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춰보면 제주시의 이번 공문에서 '오해를 살만한' 문구가 있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진정성 있게 사과를 했어야 마땅했다. 그게 진정성있는 모습이 아닌가.

그럼에도 '일상적 업무' '통상적 업무' '다른 지자체에서'라는 등의 표현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항변하는 것은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자, 솔직하지 못한 비겁함에 다름 없다.

셋째, 실제 '관권선거' 내지 '선거개입' 의도가 없었고, 공문 시달 후에도 보고로 올라온 내용이 별 것 아니었다고 하지만, 이 공문으로 인해 매우 위험스런 상황이 있었을 수 있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제주시는 시민들의 선거관심도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지만, 공문 내용에는 분명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여론동향 파악'이라고 명시됐다.

공문을 내려보낸 주무부서에서는 '관심도'에 포커스를 맞췄을런지 모르나, 일선 읍.면.동 공직자들은 공문서에 표기된 문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전반적인 선거여론을 파악하라는 '시장님의 엄명'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충분했다

자칫 여론동향 파악이 지역별로 조직적으로 이뤄질 뻔 했음이 분명하다.

결국 이번 논란은 실제 관권선거 내지 선거개입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공문서 내용 자체에 큰 문제가 있어 확산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업무범주라는 소명을 하고 나선 김 시장의 속내가 참으로 궁금하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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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2016-02-19 23:14:38 | 210.***.***.147
윤철수 기자 간만에 제대로운 기사 썼내요.앞으로도 제대로운 기사 부탁해요.

괘변 2016-02-19 20:19:48 | 218.***.***.10
날카롭게 잘 지적했다
김시징님 변명이 그게 뭡니까
점잖게 잘 하셔야죠

어설픈 변명 2016-02-19 13:53:09 | 175.***.***.227
어설픈 해명하려다 우수운꼴 났네요 ㅋㅋㅋ 도민을 물로 보지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