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위기가정...'상담해결사' 수녀님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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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위기가정...'상담해결사' 수녀님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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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제주시건강가정지원센터 상담소 박후남 수녀
위기가정 등 부단한 상담활동..."가정 화목 찾는걸 보며 뿌듯"

보통 수녀라고 하면 천주교 성당이나 수도원 같이 사회와는 단절된 공간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을 쉽게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사회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수녀들도 적지 않다.

제주시건강가정지원센터 상담소의 박후남 데레사 수녀도 그중 한명이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알코올 등에 중독돼 도움이 필요한 사람 등을 상담하고 화목한 가정을 다시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그것이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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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후남 데레사 수녀. ⓒ헤드라인제주
박 수녀는 지난 1991년 천주교 샬트르 성 바오로수녀회에 입회해 수도자의 길로 들어섰고, 이후 8년 뒤인 1999년 종신서원을 했다.

한국천주교 자료에 따르면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회로, 지난 1888년 7월 4명의 수녀가 입국하고 1주일 뒤 조선 처녀 5명이 입회하면서 탄생했다.

종신서원을 한 박 수녀는 이후 교육현장에서 학생 및 학부모 등과 상담을 주로 해오다 지난해 제주로 부임, 제주시건강가정지원센터 상담소 및 천주교 제주교구 참사랑가정상담소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상담을 하고있다.

박 수녀의 상담분야는 다양하다. 전에는 학생과 학부모 등 상담 대상 분야가 적었지만, 제주로 와서부터는 알콜 등 각종 중독, 우울증, 가정폭력, 장애, 개인상담 및 부부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박 수녀는 "많은 현대인들이 우울증 등 정신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제주도는 특히 이혼율과 음주가 전국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 부분이 심각하다"면서 "이 부분이 부부관계 등 많은 것을 좌우하고 있다. 제주의 역사와 겹치면서 많은 문제가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제주 4.3사건이 알게 모르게 제주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이게 굉장히 아픈 역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서 "상담을 하다보면 4.3을 겪어보지 않은 30대도 부모가 자라온 환경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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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후남 데레사 수녀. ⓒ헤드라인제주
제주에 온지 어느덧 1년을 맞고 있는 박 수녀는 "제주도에 온 뒤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 월정리의 바닷가와 아름다운 하늘이 참으로 좋았다"면서 "특히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건물이 가리지 않는 하늘을 볼 수 있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발로 인해 자연훼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녀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신제주에 높은 건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면서 "부임 전 몇번 제주에 왔을때는 해안도로를 기준으로 바깥 쪽에 건물을 볼 수 없었는데 요즘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더라"고 말했다.

그녀는 도움을 바라는 이들과의 상담과 이혼 위기 부부를 위한 상담을 비롯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천주교 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 주교), 제주시건강지원센터(센터장 허찬란 신부)가 함께 운영하는 '아버지 학교'에도 강사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6월까지 운영한 제1기 아버지 학교때는 수료율이 절반 정도로 낮았지만, 2기 때는 참가자 대부분이 수료했다고 한다.

박 수녀는 "1회때는 홍보가 잘 안되고, 참가자들의 인식도 덜 됐는지 수료율이 낮았었다"면서 "그런데 2기때는 수료한 분들이 추천을 했는지 대부분 자의로 참가해 수료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아버지학교를 통해 가족관계가 회복되는 경우가 있더라"면서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가진 위치 때문에 오는 비개방성이 상담소로 오는 발걸음을 막는데, 아버지 학교를 진행하면서 부부가 함께 상당을 오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상담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박 수녀는 "이런 저런 상담을 하다보면 우리나라의 복지체계의 법적인 허점이 보이더라"라며 "당장 먹고 살 능력도 없는데, 단순히 재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이 끊기고..."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태아때부터 4살까지 미친 상처가 그 사람의 평생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어렸을때 부모의 문제로 상처 입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상처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제주도와 법원이 지난해부터 미성년자 자녀를 둔 부부가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상담을 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수녀는 "그래도 상담을 하고 난 뒤 해체될 위기였던 가족이 화목해 지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려 했던 분들이 의지를 되찾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기쁘다"면서 "또 사회 구석에서 노력하고 계신 복지사분들과 공무원들이 열심히 성실하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그 덕분에 사회가 아직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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