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탄소없는 섬'...고즈넉한 바다까지 풍력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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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탄소없는 섬'...고즈넉한 바다까지 풍력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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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해상풍력발전과 '탄소없는 섬'의 이율배반
'탄소없는' 미명아래 사라지는 해안절경...무엇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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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즈넉한 해안풍경으로 많은 내외국인관광객들이 찾는 제주시 월정리 해안에서부터 하도리에 이르는 거대한 구간에 해상풍력지구 사업이 추진된다. 사진은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조감도. ⓒ헤드라인제주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와 지방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ICLEI)에서는 제주의 '카본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즉 탄소없는 섬 계획이 주목을 받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을 제주의 그린빅뱅전략으로 소개하며, 100% 신재생에너지 도시로 육성할 것임을 밝혔다.

'그린빅뱅'이란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전기차(EV) 등 상호연관된 친환경산업들의 기술융합으로 혁신적 에너지생태계를 구축하는 미래사회 전환전략을 말한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제주도내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자급화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의 제주도내 총 전력사용량을 113억㎾h로 전망하고 육상풍력발전 450㎿, 해상풍력발전 1900㎿ 등 총 2350㎿를 개발해 전력수요의 58%를 공급함으로써 제주도를 전기에너지 자립은 물론 세계적인 청정 신재생에너지 모범도시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친환경'을 모토로 한 이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는 얼핏 듣기에도 그럴듯하다. '친환경정책'이라는데 섣불리 반대하기도 그렇다.

하지만 이 정책이 갖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원희룡 민선 6기 도정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공공자원인 바람을 이용해 경제적 이윤을 창출한다는, 즉 '돈벌이'의 경제적 목적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내용을 보다 세세하게 들어가서는 반론의 여지가 적지 않지만, 어쨌든 원 도정의 정책구상의 취지는 맞다고 치자. 그 역시 '환경보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면서 '청정'과 '공존'을 제주미래비전의 최상의 가치로 제시하고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상당히 의아스럽게 한다. 민선 6기 도정이 제주의 자연경관을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의지가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탄소없는 섬' 실현이라는 미명 하에 마구잡이식 개발로 환경훼손을 가속화시킬 우려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다른 내용은 모두 동의한다 하더라도, '양' 위주의 풍력발전사업 계획은 상당히 위험스러운 발상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이미 제주도내 오름과 들녘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고즈넉한 바다까지도 거대한 철기둥이 들어서고 있다.

육상 풍력발전사업은 450㎿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현재 운영 중이거나 추진 중인 육상풍력발전단지가 299㎿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약 150㎿ 정도의 추가적인 설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림해상을 중심으로 298㎿ 규모가추진 중인 해상풍력의 개발목표는 육상풍력의 4배에 가까운 무려 1900㎿로 설정돼 있다. 앞으로도 1600㎿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를 토대로 해,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풍력발전사업 시행예정자로 지정된 제주에너지공사는 29일 공모를 거쳐 육상 1곳과 해상 3곳을 신규 풍력발전지구 후보지로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2016년 신규 후보지 확정은 그동안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육상 중심으로 행해졌던 풍력발전사업이 이제는 바다까지도 본격 개발한다는 공식화 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신규 후보지를 보면 육상에서는 이미 대단위 풍력단지가 조성된 행원리가 선정됐다. 해상 풍력발전지구 후보지는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한동리 △구좌읍 월정리․행원리 △표선리․세화2리․하천리) 등 3곳으로 결정됐다.

이중 월정.행원리, 평대.한동리는 민간투자개발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후보지 공모신청을 냈으나 이번에 제외된 구좌읍 하도리의 경우 제주에너지공사에서 계통연계방안을 마련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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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상풍력발전사업이 추진되는 제주시 월정리 해안가. ⓒ헤드라인제주
지난해 사업자가 기자회견까지 가졌던 한동.평대리에는 해상에 5.5MW급 풍력발전기 20기(총 110MW 규모)를 대단위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구좌읍 일대 해상에는 대략 60개 내외의 풍력발전기들이 즐비하게 들어서게 됐다.

사실상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서부터 행원리, 한동리, 평대리, 그리고 하도리에 이르는 길다란 구간에 거대한 풍력발전단지 벨트가 형성되는 것이다.

국내 최고의 명품해안으로 소문이 자자하면서 많은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월정리 바닷가에서 앞으로는 수평선이 드넓게 펼쳐보이는 수려한 해안절경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비지정 해수욕장이 있는 하도리는 물론 한동.평대리 바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간에 소규모 어항이 있는 세화리 1곳이 빠져있으나 인근 양쪽 해역에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서 이곳 역시 풍력발전기의 여파로 지금과 같은 해안 조망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번에 발표된 후보지에서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앞으로 해안경관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뻔히 예상되는 부분이다.

지금과 같은 개발드라이브가 지속된다면 제주의 산과 들녘은 물론, 해안까지 거대한 인공구조물이 보이지 않는 곳이 없게 된다.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에 철기둥들이 속속 세워지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수년후에는 관광홍보물에 인공구조물이 없는 오름이나 해안지역을 별도 표시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원 도정은 '탄소없는 섬'이라는 화려한 포장으로 이 부분을 애써 감추려 하고 있다. 말로는 환경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면서, 수려한 해안절경이 훼손되는 현실 앞에서는 고개를 돌리고 있다.

'탄소없는 섬' 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의심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래 후손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경제적 실익, 즉 '돈벌이'를 위한 것인지 헛갈리게 한다.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도 결국은 도민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서인데, 이를 위해 멀쩡한 환경을 훼손하고 해안경관을 포기하는 정책,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거대자본에 육상 풍력발전사업을 내주면서 큰 논란을 부른데 이어, 해상까지 민간투자방식으로 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결국 오름과 들녘, 바다까지 팔아먹겠다는 것에 다름없다.

풍력발전산업의 종착점은 도대체 어디인가. 천혜의 자연을 파헤치며 가득 세워진 '풍력발전기' 제주섬, 이것이 원 도정이 그리고 있는 10년 후 제주도의 모습인가.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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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6-02-02 11:38:05 | 122.***.***.109
좋은 평론입니다.
바람개비도 한두개 있을때 보기 좋지요. 이건 바람개비 천국 만들려나...
섬 곳곳 풍광좋은 곳에 괴물도 이런 괴물이 없다.
돈키호테가 나타나야 할 판이네.
마음으로 제주발전을 도모하려는 정치인 어디없다. 잔머리로만 제주발전을 들먹이니...

못난이 2016-02-01 08:21:17 | 121.***.***.47
바람도 바다도 모두 제주 자원인데 이걸 팔때는 이익이 당연히 도민에게 환원돼야함이 미마땅할 진데 그렇게 안되는 모양이군요 왜 남좋은 일을 제주도는 하려 할까요? 머리나쁜 도민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환경 훼손 등 어려운 말은 차치하더라도 뭔가 도움이 돼야 할 거 아닌가? 푼돈 몇푼에 다 팔아먹을셈인가 도개발공사처럼 물을 자원화하디않고 에너지공사는 도대체 왜 만들었남? 사장자리 하나 만들어주려고? 그 돈도 다 도민이 낸 세금인데 ㅉㅉ

고것 참 2016-01-31 12:01:06 | 110.***.***.121
바당을 팔아먹는게 아니고 뭔가
원도정 이런 부분은 정말 무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