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대란 속수무책..."빵 말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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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대란 속수무책..."빵 말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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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대란예고 불구, 초동대응 매뉴얼 '무색'
이틀째 돼서야 '빵' 급식, 3일째 '편의 서비스'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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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만에 찾아온 최강한파로 전면 통제됐던 제주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사흘만인 25일 오후 3시부터 재개돼 대혼잡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속수무책으로 전락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재난상황 매뉴얼이 도마에 올랐다.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이 전면 통제된 것은 지난 23일 오후 5시 50분.

이날 낮 12시부터 항공기 결항이 무더기로 발생하다 폭설이 절정에 이른 이 시간대에는 항공기 운항이 전면 금지됐다.

당시 공항에 발이 묶인 체류승객은 약 4500명.

그러나 이날 제주도의 초동대응은 밤 시간대에 전세버스운송조합과 일부 버스운송회사의 버스를 공항에 투입해 도심지로 이동할 체류승객을 수송한 것이 전부였다.

공항에 남아있는 승객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당시 공항에는 가족단위 관광객 등 1000여명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신문지, 박스 등을 깔고 앉아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여기서 한 개당 만원의 종이박스 문제가 터져 나왔다. 제주도는 "수하물센터에서 당초 정가대로 1만원에 팔던 종이박스였다"고 해명했으나, 종이박스 등 추위를 피할 물품이 턱없이 부족했던 관광객들에게 '종이박스 1만원'은 지나친 상술로 크게 회자됐다.

이틀째인 24일 제주공항 상황은 극에 달했다.

공항 대합실에 발이 묶인 체류 관광객은 6만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공항 내에 체류승객 지원을 위한 상황실을 운영하며 삼다수와 간식을 제공하는 한편, 교통편의 제공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으나 관광객들의 불만은 폭주했다.

제주도는 정무부지사가 현장 총괄지휘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빵 1만개를 비롯해 음료수 등의 '간식지원'이 주였다. 높으신 기관장들의 '격려'와 '위로'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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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체류관광객이 9만명에 달한 25일, 낮 12시를 기해 항공기 운항 재개가 결정되고, 오후 3시부터 이.착륙이 시작되자 공항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각 항공사 카운터에는 발 디딜틈 없이 많은 인파가 몰렸고, 고성이 난무한 가운데 항의소동도 이어졌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문제는 제주도가 체계적인 수송지원대책에 나서지 못하고, '빵'으로만 위로하려 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분통을 터뜨린 가장 큰 이유는 '대기번호'였다.

첫날인 23일 공항에서 밤새 노숙한 체류승객 중 상당수는 다음날에도 혹시나 항공권을 구입하지 못할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공항에 머물렀던 것으로 속속 확인됐다.

물론 일부는 마땅한 숙소를 잡기 어렵고, 1박을 추가로 함에 따른 체재비용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항공사에서 체류객들이 카운터에 줄을 지키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대기번호'라도 신속히 부여했더라면 상당수는 번호를 부여 받고 돌아갔을 터였다.

태풍 등이 내습할 때마다 대규모 결항사태를 겪었던 제주도정은 체류승객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공항 대란사태 때에는 이 매뉴얼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제주도정이 각 항공사에 번호표라도 부여하도록 적극 권유했다면 25일과 같은 최악의 대혼란 사태는 없었을는지 모른다.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해석이 엇갈리지만, 총선 후보자들조차 매뉴얼 마련을 뒤늦게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자치도는 항공기 운항이 재개된 후에야 사우나 이용 체류승객에 대한 무료서틀버스 운행, 숙박요금 30~50% 할인 등의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서비스 시책이 첫날인 23일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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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 2016-01-25 18:59:05 | 39.***.***.200
정무부지사가 현장 지휘했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빵 나눠주는 것 말고 또 없었겠나
마음이 아프네
번호표 라도 잘 발급하도록 힘써 주시지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