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노숙에 고성 난무...폭설에 제주공항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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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노숙에 고성 난무...폭설에 제주공항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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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항공기 결항에 체류객 6000여명 발만 동동
"박스 1개가 만원?", "대기표는 왜 안 줘?" 관광객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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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겨울 유례 없는 폭설이 쏟아진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오미란 기자
제주에 올 겨울 유례 없는 폭설이 쏟아지면서 항공편이 이틀째 결항되자 제주국제공항 일대가 혼란에 빠졌다. 밤샘노숙은 물론이고, 일부 욕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은 수천여 명의 체류객들이 몰리면서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바닥에는 밤새 체류객들이 몸을 뉘였던 신문지와 박스, 담요, 쓰레기들이 나뒹굴었고, 로비 곳곳에는 커피 등의 음료들이 쏟아져 있기도 했다.

공항 곳곳 빈 자리에는 새우잠을 청하는 체류객들로 가득했다. 1, 2층 로비는 물론이고, 공항 내 복도 곳곳도 발 디딜틈이 없었다. 허리를 댈 수 있는 곳이면 화장실 앞도 불사했다. 한 켠에는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항공사의 경우 대기표를 발부하지 않으면서 밤새 줄을 서며 대기하고 있던 체류객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혼란을 방지한다는 이유였지만 공항에 갇혀 오갈 데 없는 체류객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밤중에는 빳빳한 새 박스를 하나당 1만원에 판매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고, 오늘 아침에는 오가는 청소부에게 담요를 달라고 애원하는 일가족도 보였다.

공항 내 편의점에 구비된 간편조리 음식들도 동이 났고, 카페도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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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겨울 유례 없는 폭설이 쏟아진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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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겨울 유례 없는 폭설이 쏟아진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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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겨울 유례 없는 폭설이 쏟아진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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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겨울 유례 없는 폭설이 쏟아진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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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겨울 유례 없는 폭설이 쏟아진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오미란 기자
어머니와 함께 제주로 여행을 온 김용석 씨(서울 일산.59)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꼬마 남자아이부터 머리 희끗한 할머니까지 무려 11명의 대가족이었다.

이들은 지난밤 박스 5개를 5만원에 샀다고 했다. 한 개당 만원꼴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공항 안에 쉴 만한 곳은 없었고, 깔고 않을 만한 어떤 것도 없었기 때문. 담요도 1개 밖에 못 받았다고 했다.

가족 중 한 명은 "박스가 상당히 비쌌는데 어쩔 수 없었다. 며칠 밤을 지샐 지 모르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오늘 아침에는 지나가는 청소부를 붙잡아 제발 담요 한 개만 달라고 부탁해 겨우 이렇게 담요를 덮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의 재난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도움받을 데가 없다는 게 황당할 따름"이라며, "또 지금이 몇 시인데 공항 주변 제설작업도 안 돼 있는 거냐. 서울이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충남 홍성에서 제주로 환갑여행을 온 손창한(63).김춘복(61) 부부는 "난민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군산공항에서 바로 제주로 오려다 폭설로 막혀 김포공항을 경유해 제주로 왔다"면서, "하룻밤만 자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계속 항공편이 결항돼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들은 "이번 여행은 환갑여행이었다. 단둘이 오붓하게 제주여행을 즐기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제발 사고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우려했다.

서울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었던 박민희 씨(28.제주) 가족은 항공사의 대처에 크게 항의했다. 항공사 측이 혼란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대기표를 발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씨 가족은 "쉴 수가 없다. 대기표가 나오지 않으니 무작정 기다릴 뿐"이라며, "밥도 못 먹고, 어디 갈 수도 없었다. 여기서 그냥 죽으라는 게 아니냐"고 크게 반발했다. 이에 항공사 측은 "죄송하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오늘 공항 이용객 예정인원은 출발 3만8000명, 도착 3만5000명 등 모두 7만1000여명. 어제 결항으로 인해 제주를 떠나지 못한 승객까지 포함하면 체류객은 2만 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25일 오전 9시까지 항공편이 결항되고 있는 데다, 제주와 연결되는 김포, 김해, 대구, 광주, 사천, 여수 등 기타 공항의 연결편도 결항되면서 제주공항내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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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겨울 유례 없는 폭설이 쏟아진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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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16-01-25 11:48:57 | 211.***.***.28
일기예보에 몇일전부터 나온사항 아닌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온 사람들의 잘못도 생각해야지요
그걸 무작정 공항탓만은 아니죠
날씨가 안 좋은데 비행기를 떠보세요... 어떤 사태가 있겠는지.
물론 답답한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기상청에서도 보도를 했고 각종 매체에서도 보도를 한 했음에도 여행을 온거잖아요
공항공사도 나름 제설작업을하고 노력을 하는데 그건좀
그러나, 박스하나에 1만원을 받는건 공항공사에서 단속을 안한건 잘못이네요
공항공사와 각 항공사에서 관광객들을 위해 좀더 세심한 배려를 했으면하는 아쉬움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