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다수의 논리와 소통...왜 더욱 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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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다수의 논리와 소통...왜 더욱 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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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소통의제 '동상이몽'과 설명회 파행사태
"소통인가, 압박인가"...왜 그토록 설명회에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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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제2공항 설명회장에서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는 공항 예정지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을 둘러싼 갈등 문제가 악화일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2공항 예정지 공식발표 직후 환영분위기에 파묻혀 혼돈의 시간을 갖던 것도 잠시, 공항 예정지인 온평.신산.난산.수산1리 등 성산읍 지역 주민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급기야 '성산읍 제2공항 반대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앞으로 지역주민들은 물론 시민사회 등 제2공항을 반대하는 모든 시민과 폭넓게 연대해 결사적인 반대운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제2공항 반대운동을 광범위하게 확산시키기 위한 조직적 연대를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나, 종교계, 또 제2공항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동안 지역주민들 중심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혀왔던 예정지 마을이 왜 도정과의 협상을 사실상 중단하고 연대투쟁을 통한 전면적 거부로 선회한 것일까.

◇ 다수의 논리와 소통...왜 더욱 꼬였나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다수의 논리'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길 수는 없다는 벼랑끝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제2공항 계획 발표 후 다수의 여론이란 명분으로, 당위성만 강조돼 왔다. 이는 해당지역 마을주민들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해석됐을 것이다.

예정지 주민들만 '양보'해준다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인마냥 하는 당국자의 화법에서도 화가 났을 법 하다. 소통은 쌍방간 공감의 형성과정일 터인데, 소수입장에서 설득만 강요당하는 객체로 전락한 것이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는지 모른다.

"주민동의는 대안이 될 수 없고, 그건 제2공항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라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단호한 입장은 주민들을 크게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예정지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그동안 제주사회에서 한 목소리로 요구해 온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이 전면 무산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산된다면 전적으로 성산읍 지역 주민들의 책임인 것처럼...

정부와 제주도정이 '동의' 여부를 먼저 물을 것이라 생각했던 주민들은 지금 선택의 여지 없이 양자택일의 강한 압박을 받는 모양새다.

한마디로 '소통'의 미스매치다.

주민들과의 '소통'을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소통의 의제를 놓고도 '동상이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당국자 입장에서는 제2공항 예정지가 결정된 만큼 후속 보상대책이나 이주대책을 통해 설득을 하는 과정을 소통의 핵심으로 보았을 것이나, 주민들 입장에서는 지난 발표가 '미확정'이란 전제하에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논의하는 단계로 인식했기에 엇박자는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한 주민은 최초 제2공항 건설계획이 발표된 직후 대화를 받아들였던 이유가 주민동의나 사전 예고 없이 날벼락 처럼 발표된 것이기에 앞으로 주민들 의견을 듣고, 아니다 싶으면 제2의 부지 물색 또는 현 공항 확충 등 다른 대안이라도 찾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여론몰이를 하고 있지 않은가.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해야 한다는 것처럼..."

이는 계획이 처음 발표된 직후 우려됐던 대목이다.

도의회에서도 발표직전 '주민동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사전에 주민 의견수렴 없이 단일 후보지를 확정해 발표한다면 큰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어, 이를 신중히 검토하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제주도정에서는 공항예정지는 과학적 입지분석이 필요로 한 특수성이 있고, 사전 주민의견 수렴을 거칠 경우 부동산 투기 억제 등의 이유로 이를 전면 생략했다.

바로 여기서 문제는 꼬이기 시작했다.

당시 성산읍 지역은 예전 공항입지 조사에서도 유력한 후보지로 떠올랐던 적이 없어, 이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땅에 공항이 들어설 것이란 예상은 전혀 하지 못한 터였다.

아무리 도정의 입장이 맞다 하더라도, 현재의 갈등상황을 예견했다면 사전에 좀더 다른 방안을 찾았어야 했다.

단일 후보지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더라도, 최소 유력 후보지로 올라있던 마을 주민들에게 사전에 예고하고 이들 마을 주민들에게 만약 공항입지로 결정된다면 수용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타진하는 것도 고려했어야 했다.

그러나 단일 후보지는 커녕 제2공항인지, 현 공항 확충인지조차 철저히 함구되고, 공론을 거치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예정지 주민들의 충격은 더욱 커진 것이다.

◇ 설명회 파행사태, '도정 액션' 실망스러운 이유는

여기에 지난 7일 열릴 예정이던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용역보고서에 따른 지역주민 설명회' 파행사태는 더욱 실망스럽게 한다.

당초 개최장소로 예고됐던 성산국민체육센터가 제2공항 예정지인 온평.신산.난산.수산1리 주민들의 단상 점거농성으로 대소동이 벌어지자, 시작도 못해본채 성산읍사무소 회의실로 장소를 긴급 변경했다.

성산읍사무소에서도 몰려온 주민들이 원 지사 등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항의하고 나서면서 제대로 설명조차 못하고 결국 파행으로 끝이났다.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도정에 있다.

이날 설명회는 왜 성산읍 지역이 예정지로 결정됐는가에 대한 용역보고서 검토결과를 공개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었다.

장소를 성산읍 지역으로 선택한 것은 예정지 주민들이 많이 참석할 수있도록 배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정은 '형식'에 집착하는 우를 범했다.

전날 온평리 주민들이 설명회 '보이콧'을 예고하면서 당일 충돌상황은 예견됐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도정은 설명회를 강행했을 뿐만 아니라, 최초 고지됐던 장소인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주민들의 항의농성이 이어지자 장소를 긴급히 변경했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예정지 주민들을 제쳐두고서라도 설명회 행사자체는 반드시 하겠다는 집착이 강해 보였다.

이것이 첫번째 실책이다. 예고된 장소에서 설명회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됐다면 차라리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것이 나았다. 그랬다면, 예정지 주민들을 예우하는 차원으로 비춰져 어쩌면 차선의 모양새를 갖췄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성산읍사무소로 장소를 변경해서는 몰려온 주민들의 항의소동 속에서 설명회를 강행하고 단 몇분만에 허겁지겁 설명한 후 질의응답없이 종료하는 모양새는 지나친 집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날 설명회가 입법이나 정책결정을 위한 법적절차 중 하나였고, 시간적 촉박함 속에서 당일 설명회를 하지 않는다면 큰 차질이 불가피해 그랬다고 한다면 조금은 수긍할 수 있었을런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성산읍이 예정지로 선정된 용역진의 분석결과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한 자리였을 뿐이었다. 법적 절차의 시급성 때문도 아니었다.

설명회가 파행으로 끝나자, 특정주민을 위한 설명회가 아니라 제주도민들에게 대해 국토부가 설명하는 자리라며 황급히 도청 기자실로 이동해 브리핑을 하는 것도 어줍었다.

진정성을 갖고 소통을 하려 했다면 도정 당국자들은 최초 개최 예정장소에서 설명회 연기를 선언해서라도 주민들과 끈질긴 대화노력을 보였어야 했다. 아수라장의 상황이었다면 주민 대표자들과의 현장 면담이라도 별도 가졌어야 했다.

항의소동이 벌어지니 황급히 장소를 변경하고, 설명회는 무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듯 형식적인 행사진행에 급급했던 당시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은 25년간 이어져온 제주사회의 한결같은 바람이었고, 그 필요성은 크다는 것은 이견이 없다 하더라도, 지금 상황은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상당부분 꼬여버린 면이 크다.

지금의 혼돈상황을 하루 속히 정리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8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갈등대안 토론회에서 제시됐던 것의 내용 그대로는 아니라 하더라도, 갈등프로세스를 조속히 진행시켜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제2공항 건설계획 발표 전후과정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합의점을 찾아나갈 것인지를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역지사지로 생각해보고, 제3자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책사업에 있어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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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털이가 2017-09-19 10:55:51 | 59.***.***.200
제주 언론에서만 사용하는 제주어 표준어 '제대로운'. 과문해서인지도 모르지만 저건 표준어가 아닌 것 같은데 많이 사용하네요. 일반인도 그 영향을 받아서 쓰는 것 같은데 언론에서 좀 확인해서 잘못되었다면 고쳐줄 수는 없나요?

과거엔 2016-01-15 12:08:22 | 220.***.***.50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야당정치인 김대중은 길을 닦고 있는 불도저 앞에 누워 길을 닦으려면 내 몸을 넘어 길을 닦으라고 반대시위를 했다. 많은 야당 정치인들이 이와 유사한 맹목적 반대행위를 했다. 그들의 반대논리는 유아병적이었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면 돈 많은 부유층이나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지 차 없는 서민이 어떻게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겠느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개통하고 나니 제일 먼저 달린 차는 해외에 수출할 물건을 싣고 부산항구로 달린 짐차였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달린 사람들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했던 야당 정치인들이었다.

성산 2016-01-11 09:45:30 | 175.***.***.62
지금 갈등상황을 당위성 설파 설득으로 풀어낼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일것이다.
도정은 지금 위기의식이 부족한것 같네요

거시적 시안 2016-01-10 21:55:50 | 14.***.***.171
거시적 시안으로 구체적 방안까지 제안하셨군요 역시 해드라인제주입니다!! 다들 일회성 단발기사만 쏟아낼때 언론느로서 상관조정의 기능을 다하고자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