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논쟁 '엉뚱 프레임'...왜들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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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논쟁 '엉뚱 프레임'...왜들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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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구성지 의장 누리과정 예산 발언 유감
정부 책임 '침묵', 교육감만 압박...정말 맞는 논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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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교직원 정규직 인건비를 삭감한 후 3-5세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개월분을 증액편성하는 것으로 해 제주도교육청의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아 2개월분(76억원)이나마 증액 편성함으로써 우려됐던 당장의 보육대란은 막았다는 점이 도의회에서 제시하는 이번 직권조정의 의미다.

"당장 급한 불은 껐다", "혼란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는 대통령 공약으로 당연히 정부에서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이석문 교육감이 결국 '동의'를 표명한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교육부에서 재정지원을 해야한다는 대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수요자인 학부모와 원아 입장에서 심각하게 고심했다는 것이다.

동의를 표하면서도, 이번 증액편성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급한 불을 끈다하지만 내년 3월부터 다시 예산대란이 재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과 같은 증액편성이 근본적 문제해결의 '답'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 대목이다.

극한 파행으로 치달을 우려를 갖게 했던 내년 교육청 예산안은 누리과정 증액예산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면서 묵시적인 타협이 된 것으로 보였다.

그 중심에는 예결위의 계수조정안 부대의견이 자리하고 있었다.

예결위가 부대의견을 통해 중앙정부와의 지속적인 절충을 통해 예산전액을 확보하라는 주문을 하면서 '재정적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누리과정 예산은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교육청의 입장과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이 교육감으로 하여금 '동의'의 명분을 갖게 하는 일정부분 기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미봉책이기는 하나 정부와 예산투쟁을 할 '2개월'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는 생각도 잠시, 뒤이어 행해진 구성지 의장의 발언은 상당히 의아스럽게 다가왔다.

"교육감 역시 지방교육재정 어려움 호소하면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근거 미약하다는 근거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편성 거부하고 있지만, 유아교육법에도 '초등학교 취학 직전 3년의 유아교육은 무상으로 실시한다'라고 명시돼 어디에도 유치원만 해당된다는 제한 규정이 없다."

"교육감은 모든 세금의 주인이 국민이고 최우선으로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영유아라는 점에서 교육의 시야를 넓히고 도내 영유아를 보듬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 대상이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할 것 없이 누리과정 예산을 전면 편성할 것을 주문한다."

발언 초반은 교육감이 소신과 원칙만 내세우다보니 결국 아이들과 학부모만 피해를 본다는 논리로 시작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재정책임 주체 논란은 거두절미하고 정부에서 재정한 법대로 따르라, 두말 할 것 없이 교육청 재원으로 예산을 전액 편성하라는 주문이다.

말미에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열악한 교육재정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과감한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직접적으로 '정부 책임'을 거론한 부분은 한 구절도 없었다.

구 의장의 이러한 발언은 예결위 계수조정안 부대의견의 내용과도 엇박자를 내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맹목적 정부논리 순응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재정책임 주체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시점에서 '정부 입장'을 확실히 대변해 준 셈이다.

지난 교육행정질문에서 새누리당 소속 한 의원이 '준법정신' 운운하며 교육감에 법대로 예산편성할 것을 요구했던 것에 이어 나온 '묻지마식 강요'에 다름 없다.

이는 단순한 교육감 압박 차원을 넘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중앙당 차원의 '교감' 등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 교육감을 향해서는 '소신과 원칙만 내세운다'고 쏘아붙였지만, 정작 구 의장의 발언 내용은 원칙이 무엇인지 헛갈리게 하는 단순한 '정부논리 주입'이 아닌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첫째, 차라리 '당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이라는 명분만 들었다면 좋았을 법 했다.

아이들과 학부모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한다면 일정부분 공감했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부연된 설명에서 3-5세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책임이 교육감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은 억지성 강요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둘째, 어린이집 보육료 부담책임이 시.도교육감에게 있다는 '소신'(?)이 진정이라면, 왜 예결위에서 계수조정 부대의견을 삭제하도록 조치하지 않았는가.

예결위 부대의견은 분명 교육감으로 하여금 정부와 제주도에 중앙절충을 통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비록 개정된 지방재정법 시행령에서 어린이집 보육료가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명시돼 있다고 하지만, 예결위 의원들도 이는 정부의 일방적 시행령 개정에 따른 것일 뿐 대통령 공약 사항이었던 만큼 정부에서 재정을 부담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가 아닐까.

그런데도 구 의장은 예결위 의견까지 무시하면서 교육감이 전액 편성해야 한다는 이해못할 주장만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 책임'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불보듯 뻔한 지방교육재정 파탄을 우려해 정부에 과감한 재정지원을 촉구하는 입장이 전제됐어야 했다.

셋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갈등 줄다리기 속에서 지방의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교육감이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도의회 등의 적극적 협력을 호소했지만, 구 의장은 오히려 이 교육감의 이 제안을 일거에 일축시키며 동력을 상실케 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지방자치시대 볼 수 없었던 풍경 중 하나다. 그동안 정부공약이거나 국가단위에서 행해져야 할 사안들에 대해 지자체는 수없이 논리를 개발해 재정확보를 위한 중앙절충에 나섰었다. 지방의회 역시 지자체에 힘을 보탰고, 지역출신 국회의원들까지 함께 했다.

그런데 왜 유독 누리과정 예산에서만큼은 정부논리가 옳다며 교육청으로 하여금 순응할 것을 강요하는가.

넷째, 지방교육재정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도의회가 어린이집 보육료를 교육청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책임'의 극치다.

구 의장이 주장이 옳다고 가정해, 내년부터 교육청이 100% 부담한다고 치자. 보육과 교육의 지도감독기관은 엄연히 지자체와 교육청으로 구분돼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도의회가 법이 그렇게 돼 있으니 예산 만큼은 모두 교육청에 부담하라고 하는 것도 나름 일리가 있다고 가정하자.

의회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내년 458억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고, 2017년부터도 매해 그런식으로 한다면 매해 수백억원의 지방채 발행은 불가피하게 되고 빚더미는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도의회 역시 이를 모를리 없다.

그렇게 해서 재정파탄이 나는 상황까지 가기를 바라는 것인가. 지도.감독권한이 없는 교육청에 예산을 부담하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 운용에 관한 대안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순리다. 만약 몇년 후, 누리과정 예산으로 인해 재정파탄이 난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인가.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구 의장은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빗대어 '정신이 흐려졌다'는 비판까지 가했는데, 이 또한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보육'과 '교육' 예산을 모두 교육청에서 맡는다는 전제하에서 재정투입은 동전의 양면성과 같을 수밖에 없다. 총액 재정규모는 같으나 어느 순간부터 '보육'쪽에 재정투입하게 되면 '교육' 부분 사업은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즉, 어느 한쪽은 또다른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순한 당장의 혼란을 이유로 해 자체적으로 추가적인 세수확보 통로가 전혀 없는 교육청에 보육 예산 전액편성이 마치 정답인 것처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대안은 이 교육감이 호소하고, 예결위가 부대의견에서 제시한 것처럼 정부로 하여금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것, 이 방법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전국 시.도교육감의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최소한 지방차원에서 힘을 모으고 한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어린이집 예산을 미편성한 것을 놓고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교육감 철학을 연계시켜 이율배반적이라거나, '법대로 따라야 한다'는 엉뚱한 프레임에 사로잡혀 되레 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는 도의회의 모습은 참으로 한심스럽다. 정부논리에 부화뇌동하는 여당 의원들은 물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갈등' 프레임으로만 접근하며 정부공약 이행에 대해 강력한 촉구를 하지 않는 야당 의원들도 실망스럽다.

힘이 센 정부에는 '침묵'하고, 만만한 교육감만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이니 더욱 그렇다.

궁극적으로 지역 내에서 누리과정 일련의 책임은 교육감에게 있다는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누리과정 예산이 이번 한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지역차원의 힘을 모아 정부에 강렬한 요구라도 한번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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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2015-12-16 11:11:44 | 112.***.***.37
예산을 짠 도의원들도 나쁜 놈들이지만, 구성지 의장은 자격도 없고, 소신도 없고, 무충하기 그지 없네, 그려....

동감 2015-12-15 17:12:20 | 175.***.***.232
도의회 정부 대변인 맞네
완전 바꿔야 허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