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하는 것, 그것이 의(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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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하는 것, 그것이 의(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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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김경훈 시인이 전하는 '바른 언론'
"당당하게 살아있는 바른언론이 되길"

 

▲ 헤드라인제주가 창간 5주년을 맞았습니다. 출범 6년차에도 올곧고 당당한 언론활동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사진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해안가에서 일출 전경. ⓒ김환철 기자

- <헤드라인제주> 창간 5주년을 축하하며

역사에서 빠르게 교훈을 찾는 자들은

항상 뒤가 구린 자들이었다

진실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빠르게 알아차리고 곧 실천에 옮겼다

역사는 언제나 가진 자의 편이었으므로

잊을 만하면 더디게 가끔 오는 정의는

거의 무시해도 될 수준이었으므로

유사 이래 항상 그래 왔으므로

- 김경훈 시, 「한국현대사 3 –친일언론」 전문

인터넷으로 ‘오마이뉴스’나 ‘한겨레’를 보는 저에게, 일전에 어느 지인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왜 한쪽만 치우치게 보느냐? ‘조선일보’ 같은 것들도 같이 봐야 균형된 시각을 갖게 되지 않느냐?”고요. 저는 그에게 분명하게 대답했습니다. “문제는 ‘왼쪽이냐 오른쪽이냐’가 아니라 ‘옳은가(是) 그른가(非)’의 시각이다. 나는 ‘바른’ 언론을 보고 싶은 것이다!”고요.

물론 왼쪽이나 오른쪽에도 모두 옳고 그름이 있을 겁니다. 어느 한쪽만 항상 옳고 다른 쪽은 항상 그르다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일 뿐입니다. 저의 마음속에도 어느 한켠에 정의가 있다면 다른 한켠에 불의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개인들 속에도 모두 옳고 그름이 있거늘, 어찌 이 사회를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라는 천박한 잣대로만 재단할 수 있겠습니까?

시비是非를 가리는 것은 결국 의(義)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왼쪽이건 오른쪽이건, 진보건 보수건 간에 그 구별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단지 누가 정말로 의로운 일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 판단기준이 될 뿐입니다. ‘의로운 일’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사회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정도正(道)’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공자孔子는 70에 이르러서야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 했노라고 했습니다.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행하여도 하늘의 뜻에 어긋나지 않았다’라는 뜻인데요. 이는 사리사욕을 다 물리쳐서 공리公利, 즉 오로지 백성들을 위한 헌신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종심소욕’만 해버리는 것을 우리는 ‘독재’라고 부릅니다. 그런 권력을 우리는 ‘독재권력’이라고 말합니다.

구린 데가 많은 독재권력일수록 포장을 좋아하고, 불안한 정권일수록 성벽을 높이 쌓습니다. 그것은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진보든 보수든 모두 같습니다. 무력의 채찍을 본(本)으로 하든 금력의 당근을 본으로 하든, 사람(人)과 백성(民)을 본으로 하지 않는 정권은 모두 똑같습니다. 이런 정권일수록 백성들의 눈과 입과 귀를 철저하게 가리려 듭니다. 거기다가 여차하면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백성들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이미 언론이 제 역할을 포기한 지 오래인 작금의 현실에서, 저는 오늘 <헤드라인제주>의 창간 5주년을 축하하며 다음의 시를 헌사하고자 합니다. ‘옳은 일을 옳다고 하’고, ‘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하’며 그렇게 당당하게 살아있는 ‘바른’ 언론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하여 ‘진실이 밥 먹여준다’라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체득되고, ‘정의는 항상 민중의 편’이라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누적되기를 갈망하면서.

옳은 일을 옳다고 하는 것

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하는 것

그것이 의義다

그 중간은 없다

옳은 일을 옳지 않게 하는 것들에 맞서

옳지 않은 일을 옳게 만들어간 죽음들

그것이 4·3이다

 

그래야 살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것이 의義다

- 김경훈 시, 「의義」 전문

 

 

김경훈 시인은...

 

▲ 김경훈 시인. ⓒ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우아한 막창」,「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헤드라인제주>에서 장기연재했던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 53편의 글을 엮은 「낭푼밥 공동체」를 펴냈다. 올해에는 시집 「그날 우리는 하늘을 보았다」와 마당극 대본집 「소옥의 노래」, 그리고 제주4․3 라디오 10부작 드라마 시나리오집 「한라산」을 연이어 출간했다.

현재 제주4.3평화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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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2015-11-27 18:48:18 | 39.***.***.236
감동적 글입니다 옳지 않은것을 옳지 않다고 하는 당당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