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장벽' 허문 스무살 삼성맨, 그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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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장벽' 허문 스무살 삼성맨, 그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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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고졸신화 길을 찾다] (9) 삼성전자 양혁진 씨
내신에 스펙까지...착실히 준비한 고교 3년, '고졸신화'로

[기획] 특성화고 청소년 드림 프로젝트, "고졸신화 길을 찾다"

(9) 취업 성공스토리, 꿈을 이루다 - 삼성전자 신입사원 양혁진씨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선택한 직후 후회할 뻔도 했다. '잘할 거야'라는 격려 속 '안됐다'는 듯한 따가운 시선은 열일곱 고등학생이 어찌 해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결코 후회하진 않았다. 당장 눈앞의 시선에 당당해지기 보다는 진정한 내 삶의 주체가 되고 싶었다.

입학하자마자 배운 것은 '하면 된다'는 것. 쌓여가는 자격증에 자신감도 커져갔다. 그렇게 특성화고 3년 동안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생활에 임했고, 결국 당당히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한림공업고등학교 기계과를 졸업해 올 3월 삼성전자에 취업한 양혁진 씨(20)의 이야기다. 그는 현재 생활가전사업부 에어컨개발그룹 시스템에어컨lab에서 CPAC 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혁진 씨에게 더이상 '고졸'이라는 꼬리표는 중요하지 않았다. 앞으로 실력으로 무장된 기술인으로서의 삶이 남아있을 뿐이다.

▲ 올해 초 한림공고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한 양혁진 씨 ⓒ헤드라인제주
"중학교 시절, 다른 친구들처럼 인문계고에 진학하는 게 세상의 전부이자 유일한 목표였죠. 그러다 문득..."

혁진 씨는 중학교 시절을 돌아보며 "목표가 불분명했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유별나게 위기의식(?)이 없었다고. 그렇게 중학교 3학년 중반이 돼서야 뒤늦게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중간한 성적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서 인문계고에 진학할 것인지, 아니면 관심 있는 분야의 특성화고에 뛰어 들어 전문성을 키울 것인지. 고민은 커져만 갔다. 고입을 둘러싼 주변의 시선도 만만찮게 신경쓰였다.

머잖아 답을 내렸다. "인문계고에 진학하는 것은 당장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당당해지기 위함이 아닐까. 그 보단 '내 삶의 주체'로서 앞으로의 길을 걸어나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던 그였다.

그렇게 특성화고인 한림공업고등학교 기계과에 입학한 혁진 씨는 입학하자마자 자격증 시험에 돌입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선생님들과 온종일 씨름 끝에 이듬달 바로 일반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 해 연말쯤에는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목표로 '용접기능반'에 들어갔다. 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할 경우 기능사 자격증과 함께 고교생은 응시할 수 없는 '산업기사' 응시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목표가 생기니 하루하루가 알찼고, 이는 곧 실력으로 이어졌다. 곧 2학년이 된 혁진 씨는 2013년 제주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특수용접기능사 자격증도 함께 취득했다.

이어 곧장 산업기사 시험을 준비, 밤낮없이 공부한 결과 원스톱으로 시험에 합격해 용접산업기사 자격증까지 손에 넣게 됐다.

폭풍과 같은 시간이었다. 그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했다. 이후 처음으로 갖게 된 여유로운 시간. 갈피를 못 잡던 혁진 씨는 누나의 권유로 토익 공부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당초 혁진 씨는 공기업 세 곳에 지원서를 넣었다. 결과는 모두 불합격. 서류전형은 모두 통과했지만 적성검사에서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혁진 씨는 "단순하게 '공기업은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돌아봤다.

이후 그는 '삼성전자' 고졸자 채용공고를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았다.

이번엔 특성화고 3년 동안 그가 가장 자신있어 한 전공을 그대로 살려 도전했다. 전공분야 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있고 자신감 또한 충만해 있던 터였다. 결과는 최종 합격.

서류전형, 적성검사, 면접까지 일사천리로 합격한 그는 그렇게 지난 3년간의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 지난해 삼성전자 고졸공채 면접전형 당시 받았던 양혁진 씨 이름표 ⓒ헤드라인제주
▲ 삼성전자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있는 양혁진 씨(오른쪽) ⓒ헤드라인제주
"한림공고를 졸업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요. 이 모든 게 특성화고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거든요."

그는 대기업 취업과 관련해 별다른 비결을 내놓진 않았다. 그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혁진 씨는 "중학교 때는 미래에 대한 무지를 애써 긍정하려는 회피적인 자신감이 컸지만, 특성화고에 입학한 후로부터는 진짜배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하면 된다'는 진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입학 후 첫 중간고사에서부터 자격증 시험에 이르기까지 좋은 성적이 이어지자 스스로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고, 이어 부모님과 선생님의 격려로 수차례 도전을 해 오면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던 혁진 씨.

분명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했다. 그는 이에 대해 '스스로 노력하는 습관'을 길러준 선생님들께 거듭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취업과정에서도 이 같은 '노력하는 모습'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혁진 씨는 삼선전자 입사 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 그리고 '고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 기우였다.

그는 결코 '고졸사원'이 아닌 글자 그대로 삼성전자 '사원'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웃음지었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이다.' 제 좌우명입니다. 이에 비춰보면 특성화고를 선택한 제 자신을 후회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성공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운이 따랐던 것도 있겠지만 특성화고 3년 동안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었고요. 최고 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인생에서 그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요?"<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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