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나날, 검정고시 합격의 역사를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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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나날, 검정고시 합격의 역사를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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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숙민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졸업생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 오른쪽 첫 번째가 강숙민 씨.<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1974년 2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학업을 중단한지 만 40년, 저는 많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2014년 11월 어느 금요일,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목욕을 마치고 복지관 로비에 앉아 창밖의 현수막을 바라보게 된 것이 그 계기였습니다. 

현수막에는 제주장애인야간학교에서 검정고시반 학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고, 그 순간 제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공부에 대한 열망이 마치 뾰족한 싹이 멍울지며 솟아오르듯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밖의 한겨울 추위도 마치 봄바람으로 바뀌는 듯 했습니다.

“그래. 시작하자. 지금 이 기회를 놓쳐선 안돼.”

저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가족들과 논의를 거쳐 남편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0년 동안 묻어두었던 제 꿈을 제주장애인야간학교를 통해 실현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삶의 가치와 풍요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1년 6개월 만에 중졸 검정고시와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였습니다.

저는 가끔씩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등학교 어디 나옵디강?” 이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저를 마치 땅 속으로 꺼지듯 움츠러들게 하는 질문은 없었기에 저는 항상 작은 목소리로 “국민학교요.”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아, 예...” 그리고는 저를 한 단계 낮춰보는 눈빛을 보냈습니다.

그땐 고등학교 어디 나왔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서럽고 슬펐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당당히 중,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새로운 꿈을 꿉니다.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에서 강숙민 씨가 오대익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고 있다.<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올 6월, 저는 방송통신대학교 가정학과에 입학원서를 접수했고, 8월 6일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 오리엔테이션 현장의 많은 사람들 속에 목발을 짚은 장애인은 저 혼자였습니다. 대학 강당으로 들어서면서 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린데... 내가 대학교 강당에 있는 것이 맞아?”

돈이 없어서 중학교 진학을 못해 길가 밭 담옆에 주저앉아 통곡하고 울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응어리가 풀어져 내리며 솟구쳐 나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았습니다.그래도 눈물을 살짝 훔치며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황홀한 일인지 깨달아갑니다.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안데르센 동화의 “미운 오리 새끼”에 나오는 백조의 새끼처럼 날갯짓을 배우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교 상담학과에 가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제주장애인야간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강숙민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생.<헤드라인제주>

제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의 삶을 이해하고, 저의 조언이 그분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공부하는 과정이 힘들고 어려워도 뜻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제로 여기고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제주장애인야간학교의 많은 선생님들과 동급생들의 아낌없는 존경과 응원, 등하교시의 확실한 차량지원은 장애라는 핸디캡을 안고도 제가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버스를 타고 다녔다면 하교 시 이동의 어려움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포기했을 것입니다.

그동안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제주장애인야간학교의 선생님들과 동급생들께 다시 고마운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참 고맙고 감사합니다.<강숙민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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