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장애인야학 10년..."못 배운 恨,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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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장애인야학 10년..."못 배운 恨,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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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제10회 졸업식...중.고졸검정 합격에 눈물도
2004년 이후 92명 졸업..."평등사회 향한 일보전진"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헤드라인제주>

"비록 외모가 초라해도 눈부신 내면을 아껴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 이해인, '벗에게'"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18일 저녁 6시 30분. 쌀쌀한 날씨에도 제주장애인야간학교는 배움의 열기로 가득했다. 지난 10년 간 제주장애인야학에서 '못 배운 한'을 떨쳐냈던 만학도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이날 제주장애인야학에서는 대망의 제10회 졸업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올해 검정고시를 통해 중.고등학교 졸업자격을 딴 만학도 이원용(57), 강숙민(56.여), 김형남(45), 김한일(31)씨.

졸업식에는 제주장애인야학 박주희 교장과 고현수 이사장, 오대익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강경식 제주도의회 의원을 비롯, 졸업생 가족, 교사, 재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해 졸업생들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의미도 깊었다. 지난 2004년 3월 개교한 이후 만으로 꼭 10년. 어느새 92명의 만학도들이 거쳐간 제주장애인야학은 이날 다시금 평등사회를 향한 일보전진을 다짐했다.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생 (왼쪽부터) 김한일, 김형남, 이원용, 강숙민 씨.<헤드라인제주>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헤드라인제주>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에서 외국어반 학생들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이날 졸업식은 제주장애인야학 외국어반 학생들의 합창공연, '유 아 마이 선샤인(You Are My Sunshine)'으로 산뜻하게 시작됐다.

이어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 교사들의 축하메시지가 담긴 10주년 기념영상이 상영되자 졸업생들의 눈가에는 웃음과 눈물이 함께 번졌다. 영상에서는 "축하한다", "고생했다", "고맙다"는 격려가 한 데 쏟아졌다.

지난 2004년 제주장애인야학의 시작을 함께 했던 이원용 씨는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검정고시 10년 공부 끝에 중학교 졸업자격을 취득한 그는 이날 졸업식이 끝난 후 "시원섭섭하다"고 짧은 소감를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었다며, "그래도 매일 같이 '힘내'라고 말씀해 주셨던 어머니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지난 날을 돌아봤다. 그는 이제 '훌륭한 영농인'을 꿈꾸며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에 도전할 생각이다.

지난 2013년도에 입학한 강숙민 씨는 이번 졸업식이 두 번째다. 지난해 중학교 졸업자격을 취득한 데 이어 올해 고등학교 졸업자격까지 따내면서 1년 만에 같은 자리에 서게 된 것. 이제 그녀는 어느덧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두 달차 신입생이 됐다.

강숙민 씨는 "할 수 있다면 가족상담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참 평탄치 못한 삶이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며, "남은 노후는 그리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형남 씨도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손바닥에 '아라청년회'를 몇 번씩 적어 보이던 그였다. 또 곧바로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준비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특히 김한일 씨는 졸업식에서 이해인 수녀의 시 '벗에게'를 인용한 멋진 송사로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외면이 아닌 내면을 바라봐 준 제주장애인야학에 고마운 마음이 들어 이 시를 선택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고등학교 졸업자격도 얼른 따서 제주국제대에 다니고 있는 만학도 어머니처럼 대학 생활을 하고 싶다"면서, "항상 최선과 노력을 다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에서 졸업식 송사를 낭독하고 있는 김한일 씨<헤드라인제주>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헤드라인제주>
박주희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교장.<헤드라인제주>

인사말에 나선 박주희 제주장애인야학 교장은 "오늘 이 자리에 교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섰다. 불과 5년전에는 이 조직의 팀장이었고, 10여년 전에는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주임이었다. 그동안에 제주도의회 의원, 보좌관의 역할도 했었다"고 운을 뗐다.

박 교장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미래는 그 누구도 감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현실의 삶이 고단하거나 혹은 벅차서 더 이상 아무것도 나아질 것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변화와 발전이 있다. 특히 배움과 교육의 길은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주장애인야학은 단 7명의 학생으로 걸음을 시작했다. 지금은 무려 92명의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 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시설도 굉장히 부족하고, 이동지원도 굉장히 열악하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박 교장은 "평등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위해 여러분 함께 노력해 달라"며, "제주장애인야학의 10년 뒤를 설렘으로 맞이하겠다. 제20회 졸업식 때는 더 의미 있는 성과를 갖고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다음은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 표창장 및 감사패 수상자 명단.

▲표창장
△제주도지사 표창=김형남 씨(학생), 이한서 씨(교사)
△제주도의회 의장 표창=강숙민 씨(학생), 강봉철 씨(교사)
△제주도교육감 표창=이원용 씨(학생), 신동원 씨(교사)
△제주도평생교육진흥원 원장 표창=김한일 씨(학생), 이봉주 씨(교사)

▲감사패
△제주장애인인권포럼 대표 감사패=김홍두 제주도 평생교육과장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교장 감사패=고경택 제주도교육청 미래인재교육과 주무관.<헤드라인제주>

고현수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이사장.<헤드라인제주>
오대익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헤드라인제주>
강경식 제주도의회 의원.<헤드라인제주>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헤드라인제주>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헤드라인제주>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헤드라인제주>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헤드라인제주>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헤드라인제주>
18일 저녁 열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제10회 졸업식.<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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