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창고의 대변신, '갤러리 둘하나' 인기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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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창고의 대변신, '갤러리 둘하나' 인기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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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1동 주민센터 내 이색미술관...'다시보기' 실험 신선
자치위원 활용해 지속성 엿보기..."지원하되 간섭은 NO"
이도1동 주민자치센터 '갤러리 둘하나'.<헤드라인제주>

회색일변도의 낡은 창고가 이색 미술관으로 대변신했다.

이제 비품이 아닌 작품으로 채워진 공간은 시민들에게는 힐링을, 작가들에게는 보람을 선물하며, 지역사회에 다시금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바로 제주시 이도1동(동장 강창훈) 주민센터 내에 위치한 '갤러리 둘하나'의 이야기다.

당초 갤러리 둘하나는 센터 한 켠에 있던 비품창고였다. 주로 빗자루, 삽, 민방위 장비 등을 보관하는 용도였다. 그러나 지난달부터는 지역 내 이색 미술관으로 주민들과 작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도1동의 공간실험과 주민자치위원의 전문성이 결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갤러리 이름이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두 영역이 모여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둘하나'로 지어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이도1동은 젊은 주민자치위원들을 주축으로 한 신생 비영리단체, 사단법인 리본제주(이사장 문종태)와 함께 '갤러리 둘하나'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원도심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어느 늦은 오후, 이도1동 주민센터에서 강창훈 이도1동 동장과 문종태 리본제주 이사장을 만났다.

문종태 사단법인 리본제주 이사장과 강창훈 이도1동 동장.<헤드라인제주>

강창훈 동장은 지난해 8월 부임 당시 '삼성혈 문화의 거리'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고 했다. 지난 2009년부터 문화의 거리로 지정.운영돼 왔지만 전선지중화, 도로정비, 경관가로등 사업 정도만 이뤄졌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인도가 만들어졌고, 이도1동의 옛 모습과 오현단 이야기를 형상화한 동판이 동네 곳곳 부착됐다. 이 과정에서 제주 근대건축의 상징, 시민회관에서의 '제1회 제주국제아트페어'가 제안되기도 했다. '갤러리 둘하나'도 이의 일환이었다.

주민센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 비품창고였던 것. 강 동장은 창고 리모델링 방안을 고민했고, 올해 새롭게 뽑힌 젊은 주민자치위원들은 미술관으로 개조할 것을 추천했다. 전시공간이 절실한 신진작가들에게도, 문화를 접할 시간이 부족한 주민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제안이었다.

6개월이 채 안 되는 짧은 준비기간이었지만 행정의 전폭적인 지지와 민간의 열정적인 기획으로 '갤러리 둘하나'는 지난달 15일 문을 열었다. 첫 전시는 국제아트페어의 사전전시, '아트 바겐(ART BARGAIN)'.

현재 갤러리 둘하나에는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신진작가 39명의 총 9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평면과 입체예술 작품이 한 데 어우러진 모습이 눈길을 끈다.

모토는 '살 수 있는 착한 그림들'. 전시된 작품은 모두 고정금액 3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벌써 33개의 작품이 팔려 최근에는 전시작이 대거 교체되기도 했다. 판매액은 갤러리 커미션, 큐레이팅비 없이 전액 작가에게 돌아가고 있다.

판매액과는 별개로 대부분 작품판매 경험이 없는 신진작가들에게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더욱 창작욕구를 자극하는 모양새였다. 시민들로부터 작품을 인정받고 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도1동 주민자치센터 '갤러리 둘하나'.<헤드라인제주>
이도1동 주민자치센터 '갤러리 둘하나'.<헤드라인제주>

갤러리 둘하나는 앞으로 365일 전시를 목표로, 신진작가 전시를 비롯해 초청전, 갤러리 대관 등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모든 수익금은 작가들과 주민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사단법인 리본제주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초 강 동장은 공무원들의 잦은 인사발령 등으로 인해 이 같은 움직임이 단절되지 않도록 활동을 같이 해 왔던 젊은 주민자치위원들에게 단체 설립을 제안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리본제주'다. 총 9명의 활동가로 이뤄진 리본제주는 현재 갤러리 둘하나에서 작가 초청과 전시 콘텐츠 기획 운영을 맡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호쏠장, 제주국제아트페어 등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원도심 활성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강 동장은 "갤러리 둘하나는 주민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센터 내에 위치해 있는 데다 저렴한 가격에 작품을 판매하고 있어, 민원을 내려 왔던 주민들이 오가며 작품을 사가기도 한다는 것. 그는 곧 "이것이 주민자치센터의 역할"이라고 했다.

강 동장은 "앞으로 삼성혈과 제주성지, 동문시장으로 연결되는 문화의 거리를 완성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도1동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며, "이도1동 역시 이에 부응하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종태 이사장은 "프랑스가 왜 문화의 예술의 도시가 됐겠나.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도1동 주민자치센터 또한 그런 역할에 굉장히 주체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면서,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헤드라인제주>

이도1동 주민자치센터 '갤러리 둘하나'.<헤드라인제주>
이도1동 주민자치센터 '갤러리 둘하나'. 시민들이 구입한 작품에는 빨간 스티커가 붙는다.<헤드라인제주>
이도1동 주민자치센터 '갤러리 둘하나'.<헤드라인제주>
이도1동 주민자치센터 '갤러리 둘하나'.<헤드라인제주>
이도1동 주민자치센터 '갤러리 둘하나' 전경.<헤드라인제주>
이도1동 주민자치센터 '갤러리 둘하나' 아트바겐展.<헤드라인제주>
이도1동 주민자치센터 '갤러리 둘하나' 아트바겐展.<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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