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신화' 유쾌한 질주 한림공고, 그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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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신화' 유쾌한 질주 한림공고, 그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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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고졸신화 길을 찾다] (5) 한림공고 기계과
엔지니어링 시장 취업경쟁 잇따른 승전보..."기술보은"

[기획] 특성화고 청소년 드림 프로젝트, "고졸신화 길을 찾다"
(5) '특별한 꿈' 우리학교 이색학과 - 한림공업고등학교 기계과

지난해 한림공업고등학교 정문 앞에 걸린 취업 플래카드.<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제주 한림공업고등학교(교장 장문일) 학생들이 국내 엔지니어링 시장에서 '유쾌한 질주'를 하고 있다.

뛰어난 역량으로 수년간 전국기능경기대회를 휩쓸고 있고,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취업전쟁에서도 승전보를 울리는 한편, 나아가 중소기업 기술사관으로서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렇다고 유별나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특성화고의 '선취업 후진학' 기조 속 기계.토목.건축.전기.전자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전공을 바탕으로 꾸준히 취업에 노력해 왔던 이들의 이야기다.

한림공고의 경우 각 학과마다 다양한 특색을 보이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선취업 후진학'을 비롯, '선진학 후취업' 시스템까지 병행 운영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학과가 있어 주목되고 있다. 바로 '기계과'다.

학교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취업맞춤반과 함께 대학 진학과 기업 취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넘나드는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림공업고등학교.<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한림공업고등학교 기계과.<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 확 달라진 한림공고 기계과, '숨은 비결'은?

불과 7년 전만 하더라도 정원미달 사태를 빚었던 기계과가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공업계열 명문학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은 뭘까.

한림공고 기계과는 산업 현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계기술을 담당할 전문기술인 양성을 위해 기계기초기술에서 응용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과과목은 공업일반, 기계기초공작, 전자기계공작, 기계구조와 기능, 전문제도(기계제도), 학생들이 듣고 싶은 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 코스교과인 공작기계, 산업설비, 재료가공 등이 편성돼 있다.

기계과 학생들의 경우 2학년에 올랏면서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술사관 또는 비기술사관으로 나뉘게 된다. 쉽게 말하면 방과후 학교에 남을지 선택하는 일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사업'은 특성화고 2년+전문대 2년+협약 산업체 100% 취업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으로, 현장맞춤형 중소기업 중간관리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한림공고의 경우 지난 2009년 제주관광대학교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제주관광대는 이를 위한 메카트로닉스과를 편성, 전국 100여개에 이르는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100% 취업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방과후와 방학을 활용한 5년제 특별과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술사관을 선택한 학생들은 방과후나 주말, 방학 등 정규수업 이외의 시간을 활용해 공부하게 된다. 연간 600시간 정도다.

학생들은 이 시간을 활용해 기능사.산업기사 자격증 공부와 기능경기대회 출전 준비를 한다. 기능역량 향상이 목적이기 때문에 시험.대회 스케줄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이 꾸려지는 방식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중간관리자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리더십, 스피치, 직장예절 등의 인성교육도 빠지지 않는다.

혜택도 다양하다. 교육비가 면제되는 것은 물론이고, 실습의복과 통학버스, 해외연수의 기회까지 제공된다. 멀리 내다보면 대학도 무시험으로 진학할 수 있고, 취업처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면 병역의무까지 면제된다.

2학년이 되면 대체로 70% 정도의 학생들이 기술사관을 선택한다. 담당교사에 따르면 시험 스케줄상 첫 발을 뗀 3월부터 몇 주 만에 기능사 자격증이 손에 잡히니 학생들이 성취감을 크게 느껴 꾸준히 공부한다고.

그렇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손쉽게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세계기능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따야 나오는 자격증이라고 하면 감이 잡힐까. 전국 17개 컨소시엄의 산업기사 취득률은 평균 50% 정도지만, 한림공고.제주관광대 컨소시엄의 산업기사 취득률은 90%에 달한다. 전국 1위 수준이다.

이 같은 성과에 한림공고.제주관광대 컨소시엄은 사업 7년차인 오늘날까지 매년 우수사업단을 놓쳐본 적이 없다. 지난 2013년과 2014년에는 2년 연속 전국 최우수사업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술사관 학생 뿐만 아니라 비기술사관인 학생들의 활약도 대단하다.

비기술사관 학생들은 CNC선반, 배관, 용접, 기계제도.CAD 등 분야별로 운영되고 있는 기능동아리반에서 공부하며 자격증을 취득한다.

이후 학교에서 운영하는 취업(산학)맞춤반에 참여해 저마다 희망하는 분야에 도전한다. 병역특례가 주어지는 산업체인지, 임금수준, 복지는 어떤지 확인하는 꼼꼼함은 필수다.

그 결과 학생들은 삼성SDI,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에서부터 정부부처, 제주도, 제주도교육청 등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취업처에서 한림공고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이쯤되니 학교는 물론, 동문들도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한림공업고등학교 기계과.<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한림공업고등학교 기계과.<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왼쪽부터 한림공업고등학교 3학년 고동연(19), 김재현(19) 학생.<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 "자격증 취득 도와주고, 취업도 100%...시원하게 결정했죠"

사회진출을 앞둔 한림공고 기계과 3학년 김재현(19), 고동연(19) 학생도 다소 들떠 보였다. 각각 기술사관, 기능동아리반에서 공부하며 어느새 진학과 취업을 눈앞에 둔 두 학생이었다.

기술사관에 참여하고 있는 김재현 학생은 기술사관 1기였던 사촌 형의 제안으로 방황하던 중학생 시절을 접고 한림공고 기계과에 입학했다. 당시 김재현 학생은 "인생 막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부모님께서는 항상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믿어주셨어요. 그래서인지 고민이 많았죠. 그러던 중에 기술사관 1기였던 사촌형이 '재현아, 너 어떻게 살거니?'라고 물어보더니 여러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기술사관은 자격증 취득도 도와주고, 취업도 100% 보장된다고요. 그래서 시원하게 결정했죠"

김재현 학생은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에서 꿈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벌써 회사까지 점 찍어놓기도 했다. 가족친화적인 분위기가 잘 형성돼 있고, 자신의 능력을 더 잘 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재현 학생은 "항상 계획하고 있어요.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고 자기비전을 갖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라며, "고등학교 생활 잘 마무리한 뒤에 제주관광대로 진학해서 산업기사 자격증을 딸 거예요. 이후에는 S 중소기업에 취업할 거예요. 지금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잘 되지 않을까요?"라고 포부를 전했다.

내년 2월부터 공무원의 길을 걷게 될 고동연 학생도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 왔다.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면서 용접.가스 등 각종 기능사 자격등도 틈틈히 따뒀고, 3학년이 돼서는 스스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고동연 학생은 "성취감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됐던 것 같다"면서, "그전에는 설렁설렁 공부하다가, '자격증 몇 개만 따 보자' 생각하고 공부했더니 되더라고요. 그런 성취감이 가장 컸죠"라고 했다.

또 "친구들과의 화합을 배울 수 있었던 인성교육도 좋았다"면서, "리더십이나 직장예절을 배우다 보니까 친구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공부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다"고도 했다.

고동연 학생은 "캠퍼스 생활을 앞두고 있는 몇몇 친구들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지만 괜찮아요. 취업 먼저 해서 자기계발을 좀 다양하게해 볼 생각"이라면서, "대학은 더 배워야 할 때 가도 좋다고 생각해요. 모든 건 다 자기의지 아니겠어요?"라고 웃어보였다.

◆ 김경택 교사 "'하면 되는구나', 학생들 인식부터 달라져"

기계과 담당 김경택 부장교사는 7년 전 정원미달이었던 기계과를 생각하며 "지금은 배가 많이 불렀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학생들 스스로 고생한 만큼 좋은 성과를 가져가고 있다"며 기뻐하도 했다.

김 교사는 "학교에서 조금 도와주니 아이들은 공부하는 의욕에서부터 시작해서 생활습관, 생각하는 관점까지 바뀌었다"면서, "그동안 아이들은 공부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매일 저녁 8시가 넘도록 수업이 이어지고, 주말, 방학도 예외가 없는 상황은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나 교사들에게나 모두 부담인 건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교사들만 조금 힘을 내면 끝까지 해 내는 학생들은 결국 생각이 트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자격증 하나 딱 손에 잡는 순간부터 완전히 의식이 달라진다. 학생들에게는 '아, 나도 하면 되는구나'라는 성취감이 영향이 크다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학교,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기계과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줄 몰랐다"면서, "앞으로 인성교육 측면을 더욱 다양화 시켜 볼 생각"이라고 했다. 혹시 모를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한림공업고등학교 취업맞춤반.<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한림공업고등학교.<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 '기술보은' 한림공업고등학교 5개 학과는?

1953년 개교한 한림공업고등학교는 62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주도내 유일의 공업계열 특성화고다.

재학생 수는 기계과 183명, 토목과 183명, 건축 179명, 전기과 179명, 전자과 180명 등 총 904명으로, 한림공고는 올해 2월까지 총 1만784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한림공고는 '기술보은(技術報恩)'이라는 교훈 아래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 기술인재 육성이라는 교육목표로 △기계과 △토목과 △건축과 △전기과 △전자과 등 총 5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토목과에서는 측량, 역학, 토목설계, 수리.토질, 공간정보 등의 전문교과와 함께 코스교과로 측량, 토목재료시공, 토목제도 등의 과목을 편성하고 있다. 관련 자격증에는 측량 기능사, 건설재료 기능사, 콘크리트 기능사, 전산응용 토목제도 기능사, 지도제작 기능사, 지적 기능사 등이 있다.

건축과에서는 건축목공, 건축설계제도, 건축계획, 건축구조, 건축구조체시공 등의 전문교과와 실내디자인, 건축마감시공, 건축CAD 등의 코스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관련 자격증에는 건축제도기능사, 건축CAD기능사, 실내건축기능사, 건축도장기능사, 목공기능사, 조적기능사, 컴퓨터관련기능사 등이 있다.

전기과에서는 전기회로, 전기기기, 공업일반, 신재생에너지기술, 정보기술과활용 등의 교과와 함께 전력설비, 자동화설비, 산업설비 중 한 교과를 코스교과로 선택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기공사 기능사, 전기기기 기능사, 승강기보수 기능사, 전자기기 기능사 등 전자관련 기능사 등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전자과에서는 정보통신, 전자회로, 프로그래밍, 멀티미디어 실무, 공업일반, 디지털논리회로, 전자기기 등을 배우고, 전자회로, 통신시스템, 컴퓨터그래픽 중 하나를 코스교과로 선택할 수 있다. 관련 자격증에는 전자CAD기능사, 전자기기기능사. 항공전자정비기능사, 웹디자인기능사, 통신선로기능사 등이 있다.

특히 전자과의 경우 기능경기대회 통신망분배기술 직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9년 은.동메달을 시작으로 2010년 은메달, 2011년, 2014년 금.동메달에 이어 올해에도 금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했다.

한림공고는 올해 45% 수준인 취업률을 내년 55%까지 올려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활용한 진로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전문교과 NCS 교육과정 기반으로 산학연계 직업교육 모듈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거점공고의 역할을 하기 위해 학교시설을 기계계열, 전기.전자.통신계열, 건설계열 체제로 운영하는 한편, 내년에는 현재 공사 중인 기숙사 '우정학사'를 개방할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꿈과 열정, 도전이 Up되는 행복한 학교로 오세요"
한림공업고등학교 장문일 교장이 전하는 메시지

장문일 교장은 "한림공고는 공업계 특성화교육을 선도하는 제주 유일의 특성화고"라며, "60여년의 전통을 기반으로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인 기술인재를 육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문일 교장.<헤드라인제주>

장 교장은 "1학년 때는 꿈, 2학년 때는 열정, 3학년 때는 도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꿈, 열정, 도전이 Up되는 행복한 학교'를 교육목표로 중소기업 기술사관 프로그램과 중소기업 인력양성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학교 구성원들의 노력에 올해 취업률도 45%를 넘어섰다"며, "앞으로 공업기술 교육체계를 더욱 내실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학교발전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교장은 "그동안 전국.세계기능경기대회에서의 눈부신 성과에 힘입어 한림공고는 오는 2017년 제주에서 열리는 기능경기대회에서도 주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학교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 교장은 "현대는 기술자가 잘 살 수 있는 시대, 학력 보다 경력이 중요한 시대"라면서, "취업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배움의 자세를 갖도록 하는 '선취업 후진학'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 특성화고로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는 제주고교체 개편에 즈음해 특성화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추동하고, 특성화고의 발전방향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 위해 <특성화고 청소년 드림 프로젝트, "고졸신화 길을 찾다"> 기획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6편은 <취업 성공스토리, 꿈을 이루다 - 서귀포시 윤태수 주무관> 편이 보도됩니다.

제주지역 특성화고등학교.일반고 특성화과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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