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장애인 이동권,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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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장애인 이동권,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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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이야기] 김태우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 예약? 하늘의 별따기죠"
김태우 / 제주장애인인권포럼.<헤드라인제주>

나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이다.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종 모임에 참석하거나, 학교에 강의를 나가는 등 외부 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을 예약해야만 한다.

현재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 예약을 하기 위해서는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전화와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신청을 해야 하고, 반드시 사전 예약(1일 전 예약)을 해야 한다.

때문에 나는 일정이 생기면 3일 전부터 차량을 예약하기 위한 고민에 휩싸인다. "이번에는 순조롭게 예약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번에도 힘든 것은 아닐까?" 그리고 차량을 사용하기 전날엔, 차량신청 접수가 시작되는 아침 9시부터 전화통을 붙들고 전화가 연결될 때까지 무작정 전화를 걸어야 한다.

예약을 해야 하는 날, 다행히 집에 가족들이 있으면 다함께 아침에 전쟁을 치르듯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로 전화를 건다. 그러면 가족들 중 그나마 한명이라도 센터와 연결이 돼서 차량을 예약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들이 아침 일찍 외출이라도 하면 나홀로 이 전장에 나설 수밖에 없다. 보통 100번 정도 전화를 거는데 그래도 연결이 되지 않을 때도 많다.

연결이 이루어지기만을 바라면서 30분 이상 쉬지 않고 전화를 걸다보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하는 생각이 들며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단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가고 싶은 장소로 이동하기를 바랄 뿐인데, 일정 3일 전에는 예약을 신경쓰며 잠들어야 하고, 일정 전날 아침엔 왜 이런 행동을 하며 준비를 해야 하는지 서글퍼지는 것이다.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을 이용하는 내 주변의 동료들도 다들 같은 처지라고 한다.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은 일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도입된 특별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노인, 임산부 등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확대되고,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정작 이 차량을 꼭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이 차량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누군가는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이 있으나 마나라는,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자조섞인 농담마저 한다.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차량 대수가 실제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에는 법정 차량대수인 39대보다는 딱 1대 더 많은 40대의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법정 차량대수 산정은 장애인 1-2급 200명당 1대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차량 이용 대상에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노인과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산정 기준을 개선하고 그에 따라 차량을 더 확보해야 한다.

둘째, 운전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의 운전원은 40명이다. 1인 1차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운전원이 휴무하게 되면 그 차량도 휴무해야 한다. 만약 휴무된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운전원이 10명에서 20명만이라도 더 충원된다면 자연히 차량 운행 횟수가 증가될 것이고, 차량 예약을 위해 아침마다 전화통을 붙들고 수십 차례 전화를 거는 수고도 어느정도 덜어질 것이다.

하지만 도에서 돈이 없어서 휴무 차량을 운행할 운전원을 충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고가의 차량은 구입해 놓고, 돈이 없고, 사람이 없어 활용을 할 수 없다니.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이고 유네스코 3관왕이면 무엇한단 말인가?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표방하면 무엇한단 말인가? 정작 제주지역 내에 살고 있는 장애인은 이동권조차 확보되지 않아 아침마다 전화기를 붙들고 사는 실정인데 말이다.

도에서 하루 빨리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을 추가 확보하고, 운전원을 보충하고, 운행 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하여 장애인의 이동권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기 바란다. 장애인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김태우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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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카 2015-09-24 13:00:26 | 59.***.***.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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