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현장 23년...최고의 사회복지공무원,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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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현장 23년...최고의 사회복지공무원,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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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올해의 사회복지공무원' 대상 수상 정상섭씨
어려운 이웃 든든한 '복지지킴이'..."어디든 달려갑니다"

남과 다름이 아프고, 늙고 병듦이 고통스러운 어떤 이들에게는 매일매일이 생존과 죽음을 넘나드는 사선(死線)의 현장이다. 그래선지 이들은 유독 보일 듯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이 같은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터 속으로 뛰어드는 것 밖에 길이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들이대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정서적인 유대 관계가 있어야 마음의 문이 겨우 열리는 법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16회 사회복지의 날에 즈음한 선정한 '2015년 제7회 제주특별자치도 올해의 사회복지공무원' 대상의 주인공, 제주시 연동 주민센터 정상섭(55. 사회복지 6급) 씨의 말이다.

올해로 공직생활 23년차에 접어든 정상섭 씨는 그동안 주로 복지 사각지대 최일선 현장인 읍면동 지역에서 지역재활사업을 펼쳐 왔다. 이번 수상에도 그의 헌신적인 봉사이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8일 늦은 오후 연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그는 연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축하 인사에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면서, 제일 먼저 후배들에게 수상의 공을 돌리던 그였다.

제7회 제주특별자치도 올해의 사회복지공무원 대상을 수상한 제주시 연동 주민센터 정상섭(55) 씨.<헤드라인제주>

사실 정상섭 씨는 태어나는 과정에서 뇌손상을 입어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된 장애 당사자다. 장애 정도가 낮아 학교 생활과 직장 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와 연륜은 누구 못지 않게 깊다.

부산 출신인 정 씨는 대학 졸업 후 장애인 단체에서 근무하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제주로 발령된 교사 아내를 따라 1992년엔 제주로 터를 옮겨 사회복지전문요원 공채 2기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제주시 애월읍을 시작으로 한림읍, 북제주군청 사회복지과, 다시 애월읍, 일도2동, 제주시 주민복지과를 거쳐 지금은 연동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도움을 받는 장애인 분들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거든요. 공공기관만 나서서 하던 장애인 복지사업을 민간기관과 함께 접근하니까 그 분들도 의외로 쉽게 마음을 열고 도움을 받아들이시더라구요."

가장 기억에 남는 근무지로는 한림읍을 꼽았다. 현재 제주도내 43개 읍면동 지역 중 30여개 지역에 구성돼 있는 '장애인지원협의회'가 출발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정상섭 씨는 민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하는 보다 적극적인 장애인 복지 사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한림읍사무소와 중강장애인종합복지관이 참여하는 '장애인지원협의회'를 만들었다.

기초생활수급 장애인들에게 '복지이용권'을 배부해 병.의원과 이.미용실, 목욕탕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청년회와 부녀회 회원, 의용소방대원들이 자원봉사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는 협의체였다.

이 같은 지역 내 새로운 움직임에 주민들의 호응도도 높아졌고, 그 해 한림읍은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로부터 '장애인 먼저' 우수 실천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읍면동 단위에서의 수상은 전국 최초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 지난 2008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지원협의회'가 연합 구성됐다. 사실상 제주도내 대부분의 읍면동 지역에 장애인지원협의회가 구성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 외에도 정상섭 씨는 복지전달체계 시범사업, 찾아가는 희망복지지원단, 복지위원협의체 등의 업무를 추진하면서 장애인들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데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있기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는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복지 인프라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갖춰지고 있는 거고, 복지예산도 30%대까지 높아진 거죠. 그런데 인력은..."

정상섭씨는 그래서 읍면동을 중심으로 한 지역재활사업을 추진했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잡히지 않는 사선에 선 독거노인과 중증 장애인들을 발견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기 위해서였다고.

한 번은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상태로 생활하는 은둔형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목메어 불러봐도 소리 없는 대답에 문득 겁이 났었다고. "대답이라도 해주면 '아, 살아는 계시구나!' 할 텐데..."라고 말끝을 흐리던 그였다.

특히 정상섭씨는 최근 제주도내에서도 홀몸으로 아무도 모르게 사망하는 '고독사'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더 촘촘하게, 더 자주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접점에서 인원충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상섭씨는 넓은 사회복지 분야 중에서도 '장애인 복지'와 '지역사회 복지'를 자신의 주전공으로 꼽았다. 정년이 얼마 남진 않았지만 계속 지역에 남아 장애인들의 복지증진에 기여하고 싶다던 그였다.

"지역사회 복지라는 게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복지욕구에 대해서 지역이 책임을 지는 아주 바람직한 형태잖아요. 앞으로도 지역의 장애인들에게 보다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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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2015-09-09 11:01:24 | 175.***.***.211
선한 눈매에서 느껴지는 봉사의 마음으 전달됩니다 절로 존경의 마음이 생겨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