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 독립화' 이중플레이 논란...진심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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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 독립화' 이중플레이 논란...진심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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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조직진단 용역서 제기된 도정의 이중성
진정성 도마..."도지사 의지인가, 용역방향 오류인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수행한 '제주특별자치도 조직진단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서 제시된 '감사위원회 독립화' 문제에 대한 결론과 관련해, 원희룡 제주도정이 '이중플레이' 논란에 휩싸였다.

대외적으로는 감사위원회 독립화를 대전제로 제시하면서도, 용역을 통해서는 독립화는 커녕 오히려 감사위 기능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도지사의 의지인지, 아니면 간부공무원들이 도지사의 의중을 잘못 이해해 '맞춤형 용역'을 유도한 것인지, 어쨌든 원 도정의 진정성은 도마에 오르게 됐다.

조직진단 용역에서 감사위원회 기관 위상 및 기능 부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기관독립화 불가능 △감찰기능 폐지 △민관협력 부패방지지원센터 설치 비효율적 등이다.

감사위의 기관독립화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은 가장 선진화됐다는 뉴욕시의 감사체계와 비교하며, 제주도 감사위의 경우 현행 헌법상 감사원에 보장된 범위 내에서 역할이 부여돼 있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감찰기능의 폐지는 제주도청 감찰팀과 감사위원회 모두에 '기동감찰 기능'이 있는 점을 들며 중복운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감사위의 감사 수요증가로 감찰기능이 약화되고 있어 감사 전문성을 위해 이 기능을 제주도 본청으로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관협력 부패방지지원센터 설치의 경우 '청렴제주 공동체 실현을 위한 민관합동 TF팀'에서 제시한 내용이라고 밝히면서도, 센터 설립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점 등을 들며 단기적 대안으로 도청 내 청렴감찰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감사위에 이 센터를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 용역 최종결론, 납득되지 않는 이유는?

그러나 이 최종보고서 내용은 오히려 감사위를 위축시키는 '개악'으로 흐른 측면이 강하다.

지난해 9월 시민단체와 학계 등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돼 감사위의 제3의 독립기관화 방향의 혁신개선안을 제시했던 '청렴제주 공동체 실현을 위한 민관합동 TF팀'은 물론, 제주도의회와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의회에서는 "4억원짜리 용역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는 비판까지 했다.

용역진은 '독립성 강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제 하에, 심도있는 분석 끝에 내린 판단이라고 했지만, 이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독립화는 커녕 오히려 감사위 기능을 축소하라는 제안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첫째, 감사위의 독립기관화가 불가능한 이유를 '헌법상 감사원에 보장된 범 위 내에서 감사위의 역할이 부여됐다'라며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감사위를 감사원의 하부 조직쯤으로 인식하는데서 비롯된 소극적 판단이 아닐까.

감사위원회 태동 자체가 '제주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제주만의 조직이고, 그동안 제주도정에서 '독립화'라는 얘기를 꺼내 들었을 때는 적극적 법령 개정 등을 전제로 했던 것이었다.

지난해 12월16일 발표됐던 민관합동 TF팀의 혁신개선안에서도 감사위의 완전 독립기관화를 위해 법령 개정 등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도 법적 제약 문제를 들어 독립기관화 '불가능'으로 제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강하다. 단순히 법적 문제라면 굳이 용역을 의뢰할 필요도 없이 법률적 자문 및 검토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두번째, 독립성 강화에 대한 연구용역을 하면서, 감찰기능 폐지를 거론한 것은 '오버'다. 이는 도정의 '의도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감사위의 독립성, 위상 및 기능강화를 위해 조직진단에 합의제행정기관 부분까지 포함했던 것인데, 감찰기능을 도 본청 청렴감찰팀 기능으로 일원화해 통합해 주문한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순수 감사기능으로 전문성을 향상시킨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고 있지만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감사위 보고 기동감찰이나 예방감찰 등은 하지 말고 '사후감사' 내지 '뒷북감사'나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찰 등을 통해 동향이나 사전 정보가 입수됨이 없이, 오로지 도청 감찰팀에서 접수된 사안을 갖고 감사를 하라는 것은 감사 매커니즘을 한참 잘못 이해한 것이다.

감찰기능을 없앤다면, 각종 감사요구 제보 등을 도청에서 접수받고 입맛에 맞게 선별해 감사위로 요청하는 식으로 흐를 개연성이 크다는 것은 뻔한 이치다.

셋째, '민관협력 부패방지지원센터' 설치에 대해 사회적 비용 발생 및 유사기구 존재 등을 이유로 해 부적정한 것으로 결론을 낸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사회적 비용 발생'이란 이유를 든 것도 어줍다. 센터를 설치 운영하면서 비용문제를 감안했다면, 제주도에 부지사 1명을 더 늘려 '3명의 부지사 체제'를 제안한 것은 또 무엇인가. 부지사 1명을 더 늘리는데는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가.

센터를 설치하지 않는 대신, 단기적 대안으로 도청 청렴감찰기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을 주문한 것도 의아스럽기만 하다.

◆ 감사위 기능은 '축소', 도청 '셀프감찰' 기능은 확대?

감찰기능 폐지나 이 센터 설치 부적정 결론의 공통점은 용역진이 감사위의 기능과 도청 감찰팀의 기능을 너무도 동일한 선상에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는 감사위의 독립화가 왜 촉발됐는지 원초적 발단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보인다.

감사위의 완전 독립화는 현행 감사위 소속의 사무국 직원들이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공무원들로 편재돼 있기에, 눈치보지 않고 소신감사를 위해서는 인사.예산 등의 감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논의가 이뤄져온 사안이다.

제3의 독립기관화는 고도의 공정성과 중립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인 것이다.

그런데도 용역진은 감찰이나 부패방지지원센터 등을 감사위가 아닌 도청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결국 이번 용역은 감사위의 기능은 크게 위축시키고, 도청 '셀프감찰' 기능만 확장시켜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난해 10월 '청렴제주 공동체 실현을 위한 민관합동 TF팀'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가 4월14일 발표한 감사위원회 기능강화 관련 발표자료. 내용에는 '감사위원회 독립성 보장'을 대전제로 해 이번 연구용역에 반영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 이중플레이 의심...'독립성 보장 대전제' 발표는 왜 뒤로 쏙?

이러한 용역 결과의 의아스러움은 당연히 원 도정의 '이중적 플레이'라는 미심쩍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제주자치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종보고서는 조직개편에 참고자료로 검토될 뿐이며 이 내용이 그대로 조직개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한 '참고자료'의 차원은 아닌 듯 하다. 설령 실제 이 내용을 반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참 무르익던 '감사위의 독립화' 논의는 물론 '민관TF팀'의 혁신개선안은 헛수고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번 용역에 제주도정의 '맞춤형 주문'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분출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원희룡 지사의 진정성은 크게 의심받게 됐다.

원 지사는 지난해 10월 민관TF팀 회의에서 감사위 독립화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올해 4월14일, 제주자치도 협치정책기획관 등 3개부서의 감사위 기능강화 관련 발표자료를 통해 "지난해 12월 민관TF의 제안을 받아들여 감사위원회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대전제 아래 조직설계용역에 감사위 독립성 강화를 연구과제에 포함, 용역을 추진 중이고, 용역결과에 따라 독립성 보장을 추진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민관TF의 제안을 받아들여 실질적 독립성 보장'을 대전제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즉, 이번 용역은 단순한 기능강화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독립성 보장을 전제로 한 용역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제시됐다.

용역이 과업지시서 등을 통해 현 도정이 추구하는 방향을 감안해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용역결과는 단순한 용역방향의 오류는 아닌 듯하다.

도지사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것인지, 아니면 용역발주 부서 간부공무원들이 방향을 잘못 전달해 도지사의 의중을 훼손한 것인지, 말들이 분분하다.

원 지사의 진심은 도대체 뭘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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