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개그논 "제주해군기지, 미군 패권장악 거점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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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개그논 "제주해군기지, 미군 패권장악 거점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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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평화운동가 브루스 개그논, 네번째 강정 방문 이유?
꾸준한 반전운동 의미 부여 "전세계 모범 보인 강정...끝까지 투쟁"

약 9년간 이어진 저항을 뒤로 하고 완공을 앞두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

숱한 문제점과 의혹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으면서 주민들은 강경한 대응 의지를 내비쳤고, 곧 미국, 프랑스, 일본, 대만 등 국적을 가리지 않은 전 세계적인 지지세력들도 규합해 강정마을에 힘을 싣고 있다.

25일 제주를 찾은 미국의 반전평화운동가 브루스 개그논(Bruce K. Gagnon)은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의 전폭적인 지원자다.

다국적 모임 '우주의 무기와 핵무기를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and Nuclear Power in Space)'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그의 강정마을 방문은 지난 2009년 이래 4번째다. 올해 한국에서 열린 한미일 국제평화토론회와 8.15통일대회에 참석한 후 지난 16일부터 강정마을에 머물면서 주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세계 패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될 것으로 내다본 그는 "전 지구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한 평화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전했다.

개그논은 이날 오후 7시 강정마을평화센터에서 ' '왜 제주인가? - 미국의 아시아 회귀, 미사일 방어, 그리고 제주해군기지'를 주제로 한 연설을 통해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맞물린 제주 해군기지의 위험성을 엄중 경고했다.

브루스 개그논. <헤드라인제주>

# 공군 출신의 개그논...'평화운동가' 인생 뒤바꾼 계기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첫 얘기를 꺼낸 개그논.

미국 공군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어렸을 적 전세계 공군기지를 돌아다닌 소년이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자신이 다소 군사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이었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결국 1971년 공군에 입대했고 베트남 전쟁 당시 캘리포니아의 공군기지에서 베트남으로 항공기를 출격시키는 업무를 맡던 그는 병영 내부의 미군 저항 조직원인 룸메이트를 만나면서 자신의 인생이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공군기지 앞에서 매일 평화운동이 벌어졌는데, 그로 인해 병사들이 영향을 받았고 자신 또한 생각을 달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의 준공 여부를 떠나 평화운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대목이었다.

개그논은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메인주(Maine)의 배스(Bath)는 배를 건조하는 산업으로 먹고살던 곳인데, 오늘날 배스에서 유일하게 지어지는 배는 이지스(AEGIS) 군함 밖에 없다"며 "배스 철강공장에서 자주 시위를 하는데, 일이 끝나고 돌아가는 노동자들을 보면 저중에 누군가 특별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찾아본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내 특별한 한 노동자를 찾았고, 그로 시작해 조선소 내부의 800여명이 군함 산업을 평화적인 산업으로 바뀌도록 요청하는 서명을 했다. 전쟁함을 짓는 조선소가 평화적인 전환을 원한다는 토론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우리 공동체로서는 괄목할 만한 일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5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마을평화센터서 강연을 하고 있는 평화운동가 브루스 개그논. <헤드라인제주>

#"제주 해군기지, 미군의 동아시아 패권 장악 교두보"

개그논은 이렇게 만들어진 군함이 그대로 강정마을 해군기지로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세계 패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될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의심치 않았다. 미국이 그간 펼쳐왔던 정책과 동아시아의 정세를 토대로 할 때 제주 해군기지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데 가장 적절한 요충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개그논은 "진실을 말한다면 지금의 미국은 한마디로 전쟁에 중독된 상태다. 군사 생산이야말로 미국의 가장 큰 수출산업이다. 미국에 보다 많은 무기들을 수출할수록 보다 많은 전쟁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지스함에는 미사일 방어체계가 구축되는데, 이는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선제 공격한 이후에 사용될 방안이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핵무기들을 파괴하고, 남아있는 미사일로 보복이 이뤄질 경우 미사일 방어체계를 작동해 남아있는 무기들을 쓸어 없앤다는게 미국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에도 주한 공군기지가 있는 오산에 미사일 방어체계에 주요한 시설이 설치돼 있는데, 미국은 그것도 모자라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괌, 필리핀, 일본 오키나와 등 아시아 전역에 설치하고 있다. 육해공 모든 레이더에 걸쳐 통제하려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개그논은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 정책은 미국의 많은 전력을 아시아 태평양에 배치하는 것"이라면서 제주 해군기지는 사실상 '중국의 머리에 총을 겨냥하는 격'이라고 묘사했다.해군기지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5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마을평화센터서 강연을 하고 있는 평화운동가 브루스 개그논. <헤드라인제주>

#"전세계 모범되는 강정마을의 투쟁...끝까지 함께할 것"

그러면서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평화운동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 자연스런 연대가 인상 깊었다고 평했다.

개그논은 "강정마을 여러분들의 투쟁은 전세계 사람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여러분들은 굉장히 효과적으로 평화와 환경과 인권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들의 공동체는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 정책의 한 가운데에 있다.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의 캠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해군기지가 완성되고 오픈되면 여러분들이 할 일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베트남 전쟁 당시 마음이 변했던 것처럼 여러분들도 누군가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굉장히 느리다는 것을 알지만 이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며 "여러분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약속드린다. 제가 속한 단체는 여러분들을 끝까지 지지하고 사랑할 것을 약속한다"고 힘을 실었다.

개그논은 "어떠한 운동으로도, 어떠한 캠페인으로도 그 혼자만서는 막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은 전 지구적으로 협력해 같이 평화운동을 펼쳐나가는 것"이라고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브루스 개그논은 강정마을 방문 이후 우리나라 평화활동가 등과 협력해 해군기지 추진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한편, 미국 국내 활동과 온라인 네트워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정부에 제주 해군기지 추진 문제를 항의하기 위한 서명 동참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강정을 방문했던 레지스 트램블레이 감독으로 하여금 영화 '제주의 영혼들'을 제작하도록 처음 독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강정마을 평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최성희씨와 송강호 교수, 브루스 개그논, 양윤모 영화평론가(왼쪽부터).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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