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혼디 배움학교에선..." 한 학기 어떤 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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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혼디 배움학교에선..." 한 학기 어떤 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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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평가 간담회 열려...교육감.교사.학부모 '한자리'
"등굣길이 즐거운 아이들...평가방식.안전문제는 걱정"

제주형 혁신학교인 '다혼디 배움학교'가 본격적으로 운영된 지 딱 한 학기.변화를 말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교사와 학부모들은 수평적인 교육문화에 따라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전히 과중한 교원 업무와 아이들에 대한 개별적 평가 부족, 잦은 야외수업에 따른 안전문제 등은 개선점으로 제시됐다.

21일 오전 11시 제주도교육청 별관 제3회의실에서는 '다혼디 배움학교 1학기 평가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을 비롯해 다혼디 배움학교로 지정된 납읍초등학교, 수산초등학교, 애월초등학교, 종달초등학교, 무릉초.중학교 소속 교사, 학부모회장, 학교운영위원장 등 총 20여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다혼디 배움학교의 지난 1학기 운영 성과와 개선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향후 다혼디 배움학교를 대규모 학교로 확대시키기 위한 방안들도 함께 고민됐다.

21일 오전 제주도교육청 별관 제3회의실에서 열린 '다혼디 배움학교 1학기 평가간담회'.<헤드라인제주>

제주형 혁신학교는 현재 'i(아이)-좋은학교'로 불리는 제주형 자율학교에 근간을 두고 있는 공교육 혁신모델로, 총 1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외국어 몰입교육 등을 진행했던 자율학교와는 달리 이의 절반 가량의 예산으로 기존 교과과정을 보완하는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학교는 올해 3월 신학기를 시작으로 토론 중심의 수업과 교과 간 통합수업, 성취 수준에 다른 과정 중심의 평가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운영기간은 오는 2019년 2월 28일까지 총 4년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역시 아이들에 대한 변화와 관련된 발언들이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이 보다 자유로워지고, 표정 또한 밝아졌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전했다.

주지현 애월초 학부모회장은 "일단 아이들이 등굣길을 정말 좋아한다. 학교가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다. 예전과 달리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고, 학습하는 교육문화도 큰 변화 중 하나"라며, "말 수가 적었던 우리 아이가 요즘 들어 많이 밝아져서 다혼디 배움학교가 오래 갔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은희 종달초 학부모회장도 "수업 전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알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도 배우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줄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고, 허은영 무릉초 학교운영위원도 "체험위주의 학습이 많다 보니까 아이들이 더 밝아지고, 학교를 가면서도 즐거워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허은영 무릉초 학교운영위원은 "개인별 평가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가 제대로 배우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좀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고, 안철수 애월초 학교운영위원장은 "야외활동으로 아이들의 자율성을 키우는 것은 좋지만,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둔 활동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1일 오전 제주도교육청 별관 제3회의실에서 열린 '다혼디 배움학교 1학기 평가간담회'.<헤드라인제주>

교사들의 태도변화와 관련된 발언들도 눈길을 끌었다. 타 학교와는 달리 업무 보다 교육을 이야기하는 다혼디 배움학교에서 교사로서의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는 교사들이었다.

김찬경 무릉초 교사는 "예전 학교에서는 컴퓨터를 켜면 메신저를 확인하는 일이 주였다. 평균적으로 아침시간에 10개, 쉬는시간에 10개, 점심시간에 10개 업무를 처리했었다"면서, "어려운 일도 아니고, 시간만 들이면 되는 업무에 아이들과 소통해야 하는 시간을 할애한다는 데 스트레스가 컸었다"고 토로했다.

김 교사는 "현재 무릉초에서는 이 같은 업무를 업무팀이 전담하고 있고, 저는 학급회의 업무만 맡고 있다. 대신 교사들은 1년의 교육과정을 직접 짜고, 매주마다 교육활동을 논의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학교에서 정한 것을 수행하는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주인의식을 갖게 된 점이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밝혔다.

경력 3년차인 채민주 종달초 교사도 거들었다. 채 교사는 "저경력 교사는 교사로서의 철학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기 마련인데, 동기들은 제게 '업무를 못 배워서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 "다혼디 배움학교가 업무를 걱정하는 교사들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형미 애월초 교사는 "다른 학교들도 예산을 지원받고 많은 활동을 화려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다혼디 배움학교가 만들어 가는 것은 수평적 문화"라며, "교장은 교사를 지원하고, 교사는 교사들과, 학생은 학생들과 수평적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문화가 있으면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지금의 리더십은 수평적이고 민주적 관계에서, 구성원들을 자발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데서 비롯된다"면서, "다혼디 배움학교는 지위가 높아질 수록 일거리와 책임감이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초등학교일 수록, 작은 학교일 수록 변화의 속도가 빠를 것"이라며, "다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구성원 전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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