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 3000일, 그 첫발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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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 3000일, 그 첫발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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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이야기] 주민 김씨아저씨의 8년전 기억
지난 8월1일 '강정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 3000일 평화 인간띠잇기'에서 문정현 신부가 "강정에 평화! 구럼비야 사랑해!"를 외치고 있다.<헤드라인제주DB>

제주해군기지 반대싸움이 8월 3일로 어느덧 3000일을 맞았다. 강정마을 주민 누구도 싸움이 이렇게 길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강정마을도 위미나 화순처럼 얼마만 버티면 해군기지 유치라는 악몽을 떨쳐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첫발을 떼고 어느덧 8년이 흘렀고, 해군기지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어느 한 걸음 쉽지 않았던 이 싸움, 그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주민 김씨와 함께 더듬어 봤다.

2007년 봄날, 마을사람들은 느닷없이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만장일치로 유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한 집안과 같던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누가 찬성했고 누가 반대했는지 몰라 서로 낯빛만 살폈다.

주민 김씨는 아는 형님을 통해 해군기지 반대대책위를 구성하기 위해 주민 몇몇이 모이려 한다는 말을 듣고 지금은 해군기지 안에 있는 밭으로 갔다. 그곳에는 20여 명의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하려고, 다 혼자인 척 와 있었다.

그렇게 모여 반대위원장을 뽑고, 반대대책위의 첫 번째 활동으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밤새워 기자회견문을 쓰고, 고치며 준비해 10명의 대책위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을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 해군기지라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고, 갑자기 벌어진 일에 대해 서로 표현도 못하고 끙끙거린 일이 떠올랐는지 모르지.” 첫 기자회견을 회상하며 주민 김씨는 잠시 깊은 숨을 쉬었다.

   
지난 8월1일 열린 강정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 3000일 평화 인간띠잇기.<헤드라인제주DB>
   
지난 8월1일 열린 강정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 3000일 평화 인간띠잇기.<헤드라인제주DB>

기자회견을 마치자 이제 누가 반대하는 사람인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서먹함은 가시고 뜨거운 동지애 같은 것이 오갔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반대운동이 시작되었다.

찬성했던 사람이 마을회장인지라 마을회관과 의례회관에서는 모임을 못하고 화훼집하장에서 매일 모여 일을 진행시켰다. 그러나 일단 틀어진 일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반대대책위에서 반대성명서를 내고 마을총회를 감사 주재로 열어 마을회장을 탄핵했다.

그리고 새로운 마을회장을 추대해 세운 뒤에야 반대 운동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때는 뭘 하나를 하더라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를 의논했어.” 김씨는 찬성 측 주민들이 투표함을 탈취해 가는 등 방해공작을 하고 법적 공방이 벌어져 어려웠던 시기에 오히려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활활 타오르고 일이 척척 진행되었다고 기억한다. 한번 반대대책위 모임을 열면 보통 200명이 의례회관에 꽉꽉 차서 앉지도 못하고 회의를 했다. 그 열기로 따지면 화순이나 위미보다 더 했다. “많이 모일 때는 400명 이상이 모여 일을 했어. 앞으로 이 반대싸움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이렇게 첫발을 뗀 싸움의 3000보를 함께해 온 주민 김씨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던 8년 전을 그립다는 듯 기억했다. 곧 완공될 해군기지를 막아내는 싸움의 끝에는 반기지 싸움의 이어진다.

앞으로 3천 보, 3만 보 얼마큼의 걸음이 남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느 한 걸음도 쉽지 않을 그 길을 이 강정마을에 살기에 함께 걷는다. <강정이야기 발행위원회 / 반디, 토란>

* '강정이야기'는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소식지 '강정이야기' 발행위원원회와의 협의 하에 기획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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