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보다 생존"...교육이주 향한 일침, 그녀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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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보다 생존"...교육이주 향한 일침, 그녀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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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책 '제주서 크는 아이' 펴낸 김유경 작가
"거친 제주서 10년 아이교육...'더불어 삶'이 진짜 낭만"

달마다 꼭 1000명 꼴이다. 아름다운 제주의 품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꿈꾸며 '제주로' 향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제주는 낭만의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제주로의 교육이주를 꿈꾸는 '도시맘'들에게 "낭만 보다 생존"이라는 뼈 있는 일침을 놓는 '제주맘'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제주 토박이로서 바라본 제주 교육 이야기를 정리한 '제주에서 크는 아이'의 저자, 김유경 작가다.

제주에서 태어나 줄곧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 작가는 전형적인 제주 토박이다. 그러나 저자 역시 시골학교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어린 딸을 보며 도심에서 시골로 이사를 결심한 '교육이주민'이다.

그렇게 김 작가는 지난 10여년 간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며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에서 크는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아울러 거친 말과 투박한 문화를 지닌 제주에서 엄마로서 강한 내면의 힘을 키우는 팁까지 소개한다.

25일 오후 한라도서관에서 열린 '제주에서 크는 아이' 북콘서트에서 김유경 작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5일 오후 4시 한라도서관에서 '제주에서 크는 아이' 북콘서트가 열린 가운데, 저자인 김유경 작가가 책 속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김유경 작가.<헤드라인제주>

"제주는 거칠다. 자연풍토가 거칠고,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 역시 거칠다. 그러나 그 삶에는 야성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했던 '힘'이 있다. 그 거칠고 투박한 태도 안에 담긴 정신적 의미를 헤아려 볼 일이다."

해가 뜨고 짐에 따라 삶의 시간이 결정되고, 그 속에서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낭만적이다. 하지만 생계대책을 수반하지 않는 이 낭만은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김 작가는 막연한 희망만으로는 살기 힘든 곳이 제주라 말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과 적은 일자리로 치열한 삶의 현장이 있는 곳이라고. 낭만과 생존. 이 간극이 교육이주민들 사이의 명암을 엇갈리게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짐작된다.

사실 "말이 거칠고 문화가 투박하다"는 게 작가가 생각하는 제주의 민낯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동안 촌스럽다고 여겼던 이 제주의 모습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둘 다 "결코 녹록치 않은 세상"이라는 것.

그녀는 "정신적인 가치는 훼손되고, 물질만이 강조되는 살벌한 세상이 도래하고 있고, 이런 시대에 자신을 잃지 않고 거친 세상에서 살아 남으려면 무엇보다 '강한 내면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그녀는 부모들에게 아이의 무엇을 길러주고자 하는 부모인지를 묻고 있었다.

25일 오후 4시 한라도서관에서 열린 '제주에서 크는 아이' 북콘서트.<헤드라인제주>
25일 오후 4시 한라도서관에서 열린 '제주에서 크는 아이' 북콘서트.<헤드라인제주>

"끊임없이 제주를 떠나고자 했어요. 더 큰 곳에 가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제주를 부정했었죠. 그러던 제가 제 자신을 긍정하면서부터 제주를 긍정하게 됐어요. 마음의 힘을 기르게 된 거죠."

지방에 사는 사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물로 나가야 된다'고 교육받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어디든 간에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삶의 중심을 잡으면 자신의 철학대로 아이를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줘 말했다. 엄마도 엄마 나름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작가도 출산했을 당시를 돌아보면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두려움과 공포, 불안을 느꼈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를 영적인 존재로 받아들이는 제주전통 육아방식인 '반태우기'를 통해 "아이의 생명은 내 것이 아니구라"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작가는 "아이의 인생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육아불안이 생기는 것"이라며, "어떤 절대적인 힘에 의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많이 안정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이는 엄마 품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이어 정말 중요한 것은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고, 그 사회에 속한 아이들을 함께 보듬으며 자신의 아이를 행복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내 아이만, 내 아이만'이라는 식의 무한 이기주의로 아이를 끌어안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아이와 그 옆에 있는 아이를 잘 챙길 수 있을까'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할 것을 주문했다.

그래야만이 내 아이도 행복하고, 내가 죽을 때의 세상도 더 아름다울 것이라고. '교육이주'의 진정한 낭만은 이 접점에서 찾아야 함을 작가는 차분하고, 확고한 음성으로 전했다.

"이 시대 부모들의 책임을 함께 느낄 필요가 있다는 말을 무겁게 드리고 싶어요.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우리 부모들의 책임이 아닐까, 오늘 저도 숙제처럼 안고 갑니다." <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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