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와 감시 '긍정적'...갈등.대립 국면 정치력은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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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와 감시 '긍정적'...갈등.대립 국면 정치력은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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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대 제주도의회 출범 1년] 민생의정 표방한 의회, 성과와 과제는?
의정혁신-인사청문회 성과 불구...'예산갈등' 정치력 도마

'도민을 하늘처럼 받들며, 더 내려서고, 더 새로워지고, 더 나아가겠다'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건 제10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개원 1주년을 맞았다.

총론적으로 제10대 의회 지난 1년은 제주도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으나, 대립과 갈등국면에 있어서의 정치력은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장의정, 창조의정, 민생의정을 표방한 제주도의회는 출범 당시 도민의 눈높이에 맞춰 한껏 낮아지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도의회 사상 처음으로 '의정혁신 실천계획'을 수립한 것은 이러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확증이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에 대해서는 합리적 견제와 대안적 비판을 제시해 의회와 상생하는 길을 가겠다고 밝혀왔다.

이러한 출발은 여느 때보다 더 기대감을 불러모았다. 특히 같은 당의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이 손을 마주잡은 것은 한동안 제주사회에서 보기 드물었던 장면이었기에 제주정가에 '정당정치'의 순기능이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팽배했다.

3선 의원으로 조타수를 잡은 구성지 의장은 같은 새누리당 소속인 원희룡 지사와의 '상생의 정치'를 자신했다. 원 지사도 자신의 정체성(?)을 '의회주의자'라고 화답,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년 제10대 제주도의회를 돌이켜봤을 때 '화합'과 '양보' 보다는 '갈등'과 '반목'의 정치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뚜렷한 성과만큼 커다란 씁쓸함이 함께 남긴 의회의 모습이다.

◇ 개원 1년 나타난 가시적 성과는?

짧다면 짧은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도의회가 거둔 성과는 꽤나 가시적이다.

먼저 권위의식으로 상징되는 관행을 내려놓기 위한 시도는 의미를 남겼다. 의전을 대폭 간소화하고, 의정활동 중 회의 참석대상을 최소화 해 불필요한 행정공백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각에서 '이미지 정치'라고 폄훼할지언정 도민사회에 신선함을 전했다.

행정시장, 유관기관장, 공기업 수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안착시킨 것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비록 첫 시행이라는 점에서 절차상의 미흡한 점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의 성장통은 애초부터 감수해야 할 상황이었다. 추후 인사청문회 제도가 잘 뿌리내린다면 밑거름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접수되는 민원을 즉시 제주도로 이관하는 것이 아닌 의회가 직접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높게 평가된다. 도정 및 교육행정질문에 대한 도민 공모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전국 최초로 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의장 추천을 실질화하는 조례를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과정상의 잡음이 상당했지만, 결과적으로 제주도의 수용 입장을 받아내면서 의정사의 족적을 남기게 됐다.

◇ 대립과 갈등의 연속...상처만 남긴 예산갈등

반면, 출범 초기 자신했던 '화합의 정치'에 대한 기대는 여실히 무너졌다. 지난 1년 제주도정과 의정은 치열한 반목을 거듭했다.

제주도 조직개편안, 인사청문회 도입, 협치위원회 구성 등의 당면 현안에서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는 두 기관이 으레 거쳐야 할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던 중 본격적인 갈등은 2015년 새해 예산정국에 접어들면서 증폭됐다. 개별 의원이 재량껏 편성할 수 있는 일명 '주민숙원사업비'의 규모를 두고 양 기관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다.

의회는 이를 '협치예산'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도정은 예산편성권 공유 요구는 명백한 권한 침해라고 맞섰다. 이 과정 속에서 오간 표현에는 하나하나 가시가 돋혀있었다. 서로 간에 상한 감정을 구태여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의회는 도정의 소통 부재가 낳은 사태라고 이를 규정했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책임의 절반은 고스란히 의회의 몫일 수 밖에 없었다. 서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치킨게임'을 벌인 두 기관이 갈등에 매몰돼 있는 동안 도민사회의 여론은 냉담해졌다.

대의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는 '옹호론'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도민들은 의원들이 관행적으로 증액해 온 예산은 끊어내야 할 치부로 규정하며 더욱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결국, 서툰 감정싸움은 1636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삭감 예산을 불러왔고, 도민사회 민생에 직격탄을 날렸다. 임시로나마 갈등이 봉합되기 까지는 석 달의 시간이 더 흘러야만 했다.

◇ '기싸움'은 진정됐지만...'예산협치' 어떻게 봉합될까

올해 초까지 극에 달했던 두 기관의 '기싸움'은 이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추경 예산을 통해 사실상 도의회가 한 발 물러서는 형국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두 기관은 대타협이 있은 후 미뤄졌던 정책협의회를 갖고 '예산제도 개혁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협의체의 세부적인 구성 요건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차가 남아있으나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개별 의원은 독립된 기관으로 분류되지만, 통상적으로 전.후반기로 나뉘는 의회는 의장의 목표설정에 따라 전체적인 향방이 결정되고는 한다. 현 구성지 의장의 임기는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남은 1년 동안은 그간 대립각을 세워오던 도정과 어떻게 교통정리를 할지 의회의 '정치적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누차 강조해오던 '예산협치'가 구현될지는 앞으로의 대처에 달렸다.

구 의장은 제10대 도의회 1주년 성과를 발표하며 "항상 도민을 우선하겠다는 생각으로 '더 내려서고, 더 새로워지고, 더 나아가는' 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제는 '어떤 방법'을 통해 더 내려서고, 새로워지고, 나아갈지를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닐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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