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세월호의 아픔..."기억하는 사람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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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는 세월호의 아픔..."기억하는 사람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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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월호 참사 1주년 거리예술제.난장토론회 열려
만화인.유가족.도민 한자리..."잊지 않겠단 말 지킬 것"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헤드라인제주>

모처럼의 긴 연휴에 꼭 봄 나들이를 떠나야 할 것만 같았던 일요일이었다. 두 뺨을 간질이는 봄바람에 혹 할 법도 하지만, 이들은 어느새 봄도, 나들이도 모두 잊은 듯 했다. 저마다 가슴팍에 노란 리본을 새겨 넣고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노라' 다짐할 뿐이었다.

24일 오후 1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는 세월호 참사 1주년에 즈음한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 행사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수많은 제주도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자리했다.

시시때때로 세월호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는 살풀이 춤이 펼쳐지기도 하고, 울음섞인 노래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한켠에서는 붓을 들고 슥슥 그림을 그려내는 만화인들의 고요함이 전해졌다.

도민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청소년들은 입을 모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범국민 서명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고, 이에 키 작은 꼬마들부터 백발의 신사들까지 많은 이들이 발길을 돌려 행사장 곳곳을 살펴봤다.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 씨도 나름의 봄날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은 여전히 그날의 슬픔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헤드라인제주>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헤드라인제주>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헤드라인제주>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싱어송라이터 소은주에게 노란리본이 그려진 목걸이를 선물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만화인행동 제주후원이 주최하고, 간드락 소극장이 주관, 세월호참사대응제주대책위원회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2박3일간에 걸쳐 진행됐다.

현재 광화문에서 활동 중인 만화인행동팀 8명의 작가들은 일정 내내 서귀포시 강정마을과 제주시 시청일대를 오가며 시민과 함께 하는 걸개전을 준비했고, 싱어송라이터 소은주, 거리악사 김수수, 마임이스트 이경식, 앙상블 이레, 첼리스트 문지윤, 싱어송라이터 러피, 더 질레 밴드, 뚜럼브라더스, 나형이네 밴드, 행드럼 강드림 등은 수시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함께 소통했다.

장정의 마지막 날이었던 24일에는 예술인들의 다채로운 공연과 함께 만화인행동팀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과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와 관객간의 오픈 마이크 토론회가 진행됐다.

싱어송라이터 소은주는 이날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직접 쓴 자작곡을 노래했다. 잠시 울컥해 노래를 멈추기도 했던 그녀는 "잊지 않겠다는 말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무대를 마쳤다. 이에 김영오 씨가 노란리본이 그려진 목걸이를 은주 씨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어 만화인행동팀은 2박3일 동안 그린 작품들을 모두에게 선보였다. '별빛등대'라는 자작시가 적힌 시화에서부터 강정에서 느낀 감정을 세월호의 기억과 함께 화폭에 녹여낸 그림까지 다채로웠다.

그 중 작가 하비는 "하늘로 간 딸의 모습이 담긴 작품을 몇번이고 쓰다듬으며 통곡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그렸다"면서, "그 어머니께서 '다음 세상에서도 꼭 엄마 딸로 태어나줘,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웠어'라고 하셨다. 이 아픈 기억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영오 씨도 "구조요청을 하다 손톱이 다 빠져버린 학생이 있었다. 그 광경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얼마나 살고 싶었으면, 얼마나 (물 위로) 올라오고 싶었으면...안타까운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헤드라인제주>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헤드라인제주>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헤드라인제주>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직접 그린 세월호 추모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이어서는 김영오 씨와 관객과의 오픈 마이크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실 토론 보다는 지난 2박3일간의 여정에 대한 소회를 전하고, 앞으로의 다짐을 모두에게 약속하는 시간이었다.

토론석은 대부분 청소년들이 차지했다. 서포터즈로 활동한 친구들도 있었고, 얼떨결에 친구를 따라 참여하게 된 친구들도 있었다. 이들 학생은 모두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미선 학생(19)은 "어른들께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저희들도 참여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도 뭔가 참여할 수 있는 것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주지역 학생들이 힘을 모아서 더 많은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미선 양의 권유로 오게 됐다던 김상현 학생(19)은 "'아직도 세월호, 세월호 그러고 있냐', '세월호는 침몰사고다' 등 학생들은 이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런 행사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선생님들께서도 '세월호 때문에 안전교육하는 거야'라고 말씀하지 마시고, '세월호는 이런 사건이고, 이로 인해서 우리는 어떻게 변해야 한다'는 식으로 방향성을 잡아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학생들끼리 하는 행사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오 씨도 "이번 행사를 통해 굉장히 큰 힘을 얻었고, 또 미래를 봤다"면서, "청소년들이 지금의 현실에 대해서 제대로만 알고 있으면, 대한민국 정부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만 해 준다면 학생들이 완성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제주를 시작으로 향후 전국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헤드라인제주>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 씨.<헤드라인제주>
김미선 학생(19)이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에 참석해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함께 토론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김상현 학생(19)이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에 참석해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함께 토론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학생들이 포옹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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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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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행사 '별빛등대, 0416 제주의 약속을 그리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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