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우리 선생님..."'고구마쌤'으로 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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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우리 선생님..."'고구마쌤'으로 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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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제주동초 현경윤 교사의 아이들 소통교육법
신나는 '고구마쌤' 반 아이들..."놀이가 있는 학교 만들어요"

막연한 동경에서부터였다고 했다. 그렇게 어렸을 적부터 품어온 '참스승'에 대한 동경은 어느새 그의 인생 곳곳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그는 학교에서 소위 놀 줄 아는 일명 '고구마쌤'으로 통한다. 아이들과 말이 아닌 몸으로 소통하는 그는 "행복해 본 사람이 행복할 줄도 안다"며 오늘도 '놀이가 있는 학교'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교육에서는 시행착오가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통해 스스로의 교육관을 보다 깊고 넓게 발전시키고 있는 그였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아이들의 행복, 그 뿐이다.

역동적인 교육활동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교육현장을 누벼 온 제주동초등학교 현경윤 교사(44)의 이야기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늦은 오후 제주시 모처에서 만난 현 교사의 얼굴은 여름이 채 오지 않았음에도 검게 그을려 있었다. 서글서글한 눈주름도 꽤 자연스러웠다. 역시 그 다운 모습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행복한 아이들을 위해 동분서주 활동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제주동초등학교 현경윤 교사.<헤드라인제주>

"막연한 동경이었죠. 노래도 해 보고, 축구도 해 봤는데 제겐 초등학교 선생님이 제일 어울릴 것 같더라구요. 대학 때 사회에 대한 눈이 바뀌게 되면서부터는 '교육'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하게 됐죠"

대학시절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사회민주화와 참교육운동에 앞장섰던 현 교사는 생각보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특히 그는 대학시절 민중가요 노래패에서 활동하던 추억을 떠올렸다. 다양한 경험을 했던 그 때를 그는 '전환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단지 노는 데에만 재미가 있었는데 그 때부터는 사회문제에 많이 관심을 갖게 됐죠. 당시 나이도 좀 있어서 교사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매번 결론은 '교육'이었어요"라고 전했다.

현 교사의 첫 발령지는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초등학교. 처음 아이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렘과 기대가 많았던 때였다. 그곳에서 그는 한 여학생으로부터 '고구마쌤'이라는 평생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저보고 굵고 짧대요. 얼굴도 고구마처럼 생겼다고. (웃음) 그 때부터 '나는 이제부터 고구마다'라고 생각했죠. 지금까지도 아이들을 처음 만나면 '고구마쌤'이라고 부르라고 하고 있어요. 굉장히 좋아요"

선생님까지 별명으로 불리니 아이들도 서로 별명을 붙이며 노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현 교사는 "한 때 '고구마쌤'이라는 선생님이 있었다 정도만 기억되면 좋죠"라고 말할 뿐이다.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초임시절에는 아이들에게 규칙을 설득하느라 바쁘고, 큰 소리로 아이들을 혼내기도 했었어요. 교육에 있어서는 시행착오가 없어야 하는데 후회가 많이 되죠"라고 했다.

보통의 선생님들의 모습이 그렇지 않나 싶었다. 그래도 그는 계속 후회가 남는다며 자기반성을 늘어놨다.

이어 그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저도 조금씩 바뀌어 왔어요. 그런 준비는 저 스스로 됐다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제주동초등학교 현경윤 교사.<헤드라인제주>

"놀 줄 아는, 그리고 행복해 본 사람이 나중에도 놀기도, 행복할 줄 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을까'가 제일 고민이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들과 열심히 활동 중입니다."

놀 줄 아는 '고구마쌤'의 반을 거쳐간 아이들은 모두 적극적이다. 교실활동이든, 체육활동이든, 현장학습이든 뭐든지 함께 몸으로 부딪치는 활동이 많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에게는 던져지는 질문도 다르다. '뭐가 되고 싶니?' 보다는 '무엇을 좋아하니?'가 대부분. 교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찾아줄 수 있도록 유도할 뿐이다. 강요한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현 교사는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공부를 조금 더 시키긴 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 지금까지의 교육방식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보완해야 할 점은 아직도 많아요"라고 말한다.

현 교사는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동료 교사들과 놀이교사모임 '가위바위보'에서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홀로 고민을 앓고 있던 초임 때와 비교해 보면 큰 변화다. '준비가 됐다'던 그의 포부는 실현되고 있는 중이었다.

현 교사는 "저는 유치원이 참 부러워요. 교과서가 아닌 교육과정으로 가르치잖아요. 지금 학교현장의 교육과정은 말이 교육과정이지 하나의 교과서와 같아요. 정해진 대로 해야 하죠"라고 했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교육과정이 진행된다면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렇게 되면 학교는 괴담이 만들어지는 곳이 아니라 재미가 있는 곳, 가고 싶은 곳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라던 그였다.

끝으로 그는 정년이 될 때까지 아이들과 부대낄 수 있는 평교사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말이 아닌 몸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교육현장을 누비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었다.

"교사를 꿈 꿨고, 교사로 살다가 교사로 퇴임하는 게 꿈이예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꼭 그렇게 되고 싶어요"<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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