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7년차 베트남댁, '효부'로 불린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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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7년차 베트남댁, '효부'로 불린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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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어버이날 '효행상' 장관 표창 진선미씨
"일찍 어머니 여의고 모진 생활...봉사하며 살고파"

열넷 어린 나이에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모진 생활을 이어오던 베트남 아가씨는 오늘날 아이 셋을 슬하에 둔 어엿한 '베트남댁'이 됐다.

어느새 제주살이도 7년차. 밤낮없는 주경야독으로 억척스러운 우리네 아줌마와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매순간 긍정적인 마인드로 화사하게 웃어 보이는 그녀는 금새 지역주민들의 인기를 한몸에 얻었다.

'효부'로도 명성이 자자했다. 연로한 시어머니의 병수발은 물론, 지역사회의 어려움이나 고향땅의 가난한 이웃을 위한 일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두 팔을 걷어 부치는 그녀다.

주인공은 제43회 어버이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진선미 씨(35.서귀포시 상효동).

7일 늦은 저녁 상효동의 한 주택에서 만난 선미 씨 가족은 케이크를 자르고 있었다. 축하 인사를 건넸더니 "케이크는 어버이날을 기념해서 시어머니께 선물로 드린 케이크"라며 쑥쓰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선미 씨는 그저 "우리 어머님과 가족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게 꿈"이라고 거듭 말할 뿐이었다.

제43회 어버이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진선미 씨(35.서귀포시 상효동) 가족.<헤드라인제주>

"14살 때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일찍 돌아가셨어요. 그때부터 동생들 뒷바라지를 해야 했죠.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러다 스물일곱 되던 해에 남편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됐는데 그저 행복해요."

선미 씨의 고향은 베트남 호치민에서 남쪽으로 5시간 거리에 있는 껀터. 그곳에서 선미 씨는 가장으로서 모진 생활고를 짊어지고,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어머니를 여읜 14살 때부터 근 8년 동안은 남의 농사를 지으며 생활을 이어갔고, 22살이 돼서는 중국계 구두공장에서 일을 하며 홀아버지와 오빠, 2명의 남동생을 뒷바라지 했다고.

옆에 있던 남편 오승용 씨(44)도 "아기 엄마가 식구들을 다 거둬 키웠어요. 학교도 그만두고 돈 벌러 다녔고, 식구들 뒷바라지에 집에 있는 빚까지 혼자 다 해결했다고 하더라구요"라고 거들었다.

그렇게 한없이 억척스러웠던 선미 씨는 지난 2008년 1월 대한민국 제주에서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남편 승용 씨를 만나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상효동 '베트남댁'으로 변신하던 순간이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된 선미 씨에게 시어머니는 친정엄마 보다 더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한국말과 한국음식이 서툴렀던 자신 옆에는 항상 시어머니가 있었다고.

반대로 허리디스크와 대장암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시어머니를 몸소 보필한 것은 선미 씨였다. 선미 씨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걱정했다"고 그 때를 기억하며,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시어머니에게 그대로 옮겨졌던 것 같다"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제43회 어버이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진선미 씨(35.서귀포시 상효동).<헤드라인제주>

"나은(7), 지은(5), 윤섭(4)이가 조금 더 크면 시간을 내서 함께 봉사활동을 다닐 계획이에요.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고 싶어요."

선미 씨는 어려웠던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인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다문화 의용소방대원으로서 노인대학 어르신들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마을 부녀회원으로서 어린이 교통안전 봉사활동과 우범지역을 순찰하는 청소년 선도활동, 다문화가정 통역봉사 등을 펼치기도 했다.

또 국제구호 NGO인 월드쉐어에도 제3세계 빈곤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정기후원을 하고 있고, 고향땅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1년에 한두번씩은 꼭 쌀을 보내고 있다고.

이 같은 선미 씨의 모습에 지역주민들도 '효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착한데다, 웃는 얼굴도 참 곱다"던 칭찬에 몸둘바 모르는 선미 씨의 모습은 더욱 훈훈함을 더했다.

"오늘 어버이날은 상효동 어르신들께 인사 드리면서 지내려고 해요.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도 하면서요. 우리 이웃, 가족 모두 건강하고 오래오래 함께 살아갈 수 있길 기도해 봅니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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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2015-05-08 10:11:22 | 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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