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도 헷갈렸던 '중산간 보호원칙'...왜, 이런 혼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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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도 헷갈렸던 '중산간 보호원칙'...왜, 이런 혼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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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상가리 관광단지와 원희룡 도정의 '원칙론'
'신규사업만'→뒤늦게 '기존사업도'..."간부도 몰랐던 원칙?"
지난 20일 주간정책조정회의에서 '중산간 보호원칙'에 대해 다시 천명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헤드라인제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 초기인 지난해 7월30일 발표했던 대규모 투자사업 방침의 중산간 보호원칙의 진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7일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서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대해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린 것이 발단이었다.

이 사업은 상가리 중산간 지역 36만496㎡부지에 2018년까지 1500억원을 투자해 콘도 등을 갖춘 한류문화복합시설과 테마박물관 등을 조성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문제는 사업예정지의 80% 이상이 해발 500m 이상인 중산간 지역이라는 점이다. 사업지의 최고 해발고도가 580m를 넘어서면서, 한라산국립공원에 인접한 고지대의 난개발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히 예측되는 상황이었다.

이미 두번의 환경영향평가심의에서 환경적 영향 문제로 인해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던 이 사업은 환경단체 등에서 심의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3번째 심의를 강행해 '조건부 동의'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물론 도의회에서 이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심의절차와, 최종 사업 인.허가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재심의'가 아닌 '조건부 동의'로 결론이 나오면서 종전 관례로 본다면 이 사업은 사실상 8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중산간 개발의 빗장이 풀린 것이다.

평화로와 남조로, 산록도로 등 한라산과 인접된 중산간 개발은 철저히 억제하겠다는 원 지사의 '중산간 보호원칙'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 의심받는 '원칙'...쏟아진 비판...제주도정 엇박자 입장

곧바로 환경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환경영향평가심위의 결정에 대한 비판과 함께, 원 도정의 환경보전 가이드라인에 대해 의구심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중산간 보호원칙을 선언했던 원 도정이 실제로는 해발 500고지를 넘는 중산간 오름 근처의 자연경관조차도 보전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스스로 내뱉은 말을 바꾸는 이율배반적이고 도민들을 기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비판성명들이 쏟아지자, 제주자치도 환경부서는 19일 브리핑 자료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심의위에서 조건부 동의를 하게 된 배경을 강조하며, "신규로 지정되는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해서는 제주의 미래가치를 높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사업에 따른 기본방침을 적용함으로써 제주의 환경자산인 중산간을 보호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중산간 보호원칙의 대상을 '신규로 지정되는 대규모 투자사업'으로 한정한 것이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상가리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기존에 이미 추진해 왔던 사업은 중산간 보호원칙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로 전해졌다.

민선 6기 제주도정 직후 이미 민선 4기 때 사업허가를 받은 후 민선 5기 막바지에 변경승인이 내려진 노형 초고층 드림타워 사업에 대해 강력한 제동을 걸었던 사례 등과 비교할 때, 전혀 다른 '잣대'였다.

상가리 관광단지 조성에서는 '전임도정 때 추진됐던 사업'이라는 논리로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려 함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제주도정의 이 입장자료는 '엇박자'로 귀결됐다.

◆ 번복된 입장, 원 지사 "전임도정 사업도 적용"

환경부서 브리핑자료가 배포된 바로 다음날 원 지사는 "중산간 보호원칙에 변함이 없다"면서 적용대상 범위를 신규 사업은 물론 전임도정 때부터 추진해온 사업 모두가 포함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룻만에 제주도정의 공식적 발표내용에 큰 번복이 나타난 것이다.

원 지사의 입장은 크게 두가지로 제시됐다. 하나는 지난해 7월30일 대규모 투자에 관한 제주도의 방침에서 선언했던 것처럼 중산간 지역 개발을 억제한다는 방침은 확고하다는 것, 두번째는 이 원칙을 지킴 속에서 환경영향평가심의에서 조건부 동의로 통과된 상가리 관광단지 사업에 대한 '묘책'을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중산간 보호원칙에 있어서는 새롭게 진행되는 사업은 물론 이미 전임도정에서 진행된 것들을 모두 적용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이 원칙을 명확히 지켜나가겠다는 방침도 거듭 설명됐다.

환경보호의 가치, 투자자의 정당한 이익 보호, 행정의 신뢰와 일관성 등 이 3가지 가치 내지 원칙이 충돌할 때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환경보호'라는 입장도 제시했다. 즉, 상가리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환경보호의 가치' 속에서 제어해나가겠다는 말이다.

두번째 고민은, 그럼 이미 환경영향평심의 절차가 끝난 이 사업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문제로 이어졌다.

원 지사는 "환경보호를 중심에 놓으면서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서 매우 고뇌를 해왔고 현재도 심사숙고 중이면서 아직 어떤 최종결정이 돼 있지 않다"며 앞으로 도의회 환경영향평가동의안 심의에서 걸러지거나, 제주도 최종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결단'을 내릴 것임을 내비쳤다.

직접적으로 '불허'라는 표현은 꺼내들지 않았으나, 원 지사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의 상태는 '불허를 전제로 한 대안모색 중'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해당 사업부지를 제주도가 다시 사들이는 '비축토지' 얘기까지 꺼낸 부분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이 사업은 토지대금을 비롯해서 현재까지 120억원 정도 이미 투자가 돼 있는 상태인데, 이 부분은 예를들어 의회가 예산을 배정할 테니 (해당 사업부지 토지를) 비축을 하자 이렇게 가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토지대금 외에도 투자한 돈에서 손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이 결정적이다.

비축토지 얘기는 사실상 사업을 중단시키는 방안을 심각히 검토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즉, 앞으로 도의회 환경영향평가심의 과정에서 의회에서 '토지비축'을 먼저 제안한다면 검토해볼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 모양새 구겨진 행정...왜 심의위 결정 끝나서야 발표?

결국, 현재 상황으로 보면 이 사업은 숱한 난개발 논란 속에서 중단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원 지사의 한템포 늦은 '중산간 보호원칙'의 재표명으로 논란은 차츰 수그러들었지만, 이번 사례는 행정의 신뢰성 논란과 더불어, 공직내부에서 조차 '원칙'과 '방침'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오락가락하는 단면을 표출하면서 제주도정은 적지않게 모양새가 구겨졌다.

이는 원 지사가 표방한 원칙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게 한다.

의구심은 전임도정 시절부터 추진된 사업들도 '중산간 보호원칙' 적용대상이었다면, 왜 이를 사전에 명확히 밝히지 않았던 것인지에 의문에서 출발한다.

원 지사가 원칙의 적용대상을 표명한 것은 환경영향평가심의가 끝난 후 3일만이다. 바로 전날에는 제주도 환경부서에서 공식 브리핑 자료를 통해 '신규사업에 한한다'는 내용이 발표된 다음날이었다.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3번째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원 지사는 상가리 관광단지에 대한 입장을 단 한번 밝히지 않다가, 논란과 비판이 거세지자 3일만에 '적용대상'을 명확히 하며 재천명했다.

이 원칙이 사전에 명확하게 천명됐어도, 환경영향평가심의에서 '보완 동의'라는 결과가 나왔을까.

심의결과에서 '부결'이라는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어도 최소 '재심의'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환경성 논란이 커진 상황인만큼 명분도 충분했다.

그런데도 원칙의 내용이 뒤늦게서야 발표되면서 환경영향평가심의위의 결정도 무색해진 것은 물론, 투자를 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도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제주도 환경보전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에서도 원 지사의 '원칙'이 뭔지 모르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 일각에서는 원 지사의 '소급적용' 원칙은 시민사회의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급조된 결과물이 아니냐는 시각까지 표출되고 있다.

엇박자 브리핑 자료를 낸 것과 더불어, 심의가 열린 자리에서는 한 고위공무원이 사업자의 손해를 걱정하며, 행정의 일관성 논리를 내세워 통과 필요성 취지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환경영향평가심의위는 엄연히 '환경성' 문제를 중심으로 심의하는 기구임에도, 환경심의와 동떨어진 사업자의 손실문제까지 든 것은 다분히 심의위원들로 하여금 감성적 판단을 부추길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쨌든 그동안 공직사회가 원 도정 출범 후 '제주의 가치'라는 말에서부터 숱한 단골용어를 만들어 쓰고 있으나 정작 공직내부에서 조차 그 내용을 확실히 틀어쥐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이는 행정의 신뢰성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환경보호'를 최우선적 가치로 제시한 원 지사의 입장에는 백번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지만, 진정성에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을 집행하는 공직내부에서부터 이를 바로 틀어쥘 필요가 있다.

이 점과 더불어, 이번 상가리 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결론은 의회 환경영향평가동의안 심의과정에서 '비축토지' 제안이 나오기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원 도정이 먼저 결단을 내리고 의회에 제안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 의회 제안을 바라는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다름없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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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센징 2015-04-24 19:11:50 | 220.***.***.50
조센징들 은 감투만쓰면 요래따조래따 예벤질떠는데 모있다니까 ~ㅋㅋㅋㅋㅋ
5억투자하면 영주권주께 하다가 , 장사가좀되니끼니 10억내라 ?
농사안질래믄 땅팔아라 ,니미 비싸게산땅을 누가살거라고 팔으래, 첨부터 못사게하든가,그러니 쪽바리들한테 조센징소리 듣능겨 ~

한라산 2015-04-24 08:10:57 | 125.***.***.182
늦게나마 방향은 잘 잡은거 같으나 아쉽네요
진즉에 발표해시민 환경평가하면서 생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것을................

포퓰리즘 2015-04-22 08:36:27 | 125.***.***.182
언제나 이런식이지요. 잘못은 국장이 다 떠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