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추모식 하염없는 눈물..."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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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 추모식 하염없는 눈물..."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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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단원고 수학여행단 도착예정지 제주항서 추모식 엄수
"바다만 보이는데 눈물만 하염없이...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세월호 생존자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미안합니다...잘못했습니다...우리 모두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1시, 제주항 국제여객선터미널 앞 광장에는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1주기 추모식이 엄수됐다. 제주항은 세월호 침몰사고 경기도 단원고 수학여행단의 첫 도착 예정지.

식전 팝페라테너 임형주의 세월호 헌정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울려 퍼진 제주항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이 지났으나,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은 팽목항의 바다를 건너 제주에까지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잊지 않겠습니다'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추모식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목숨을 건 승객 구조에 나섰던 '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를 비롯한 세월호 참사 제주지역 생존자들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 교사, 학생, 학부모 등 600여명 참석했다.

추모식은 개회식과 국민의례 및 묵념, 헌화 및 분향, 추모영상 상영, 원희룡 지사와 구성지 의장의 추모사, 제주고등학교 김애진 학생, 학부모 송명아 씨의 추모사 낭독, 한라중 이희경 교사의 추모시 낭독, 이석문 교육감의 제주교육 선언문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대표자 헌화 및 분향이 끝나고, 10분간 이어졌던 세월호 추모영상 상영 동안 앞줄에 앉아있던 세월호 생존자들은 지난 날의 기억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또래인 학생들도 "혼자 살아 남은 것 같아 죄스럽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고, 학부모들도 유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이 지금 저 (바다) 안에 있다"며 가슴을 두드렸다.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헤드라인제주>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헤드라인제주>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목숨을 건 승객 구조에 나섰던 '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가 두 눈을 가리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이석문 교육감이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제주교육'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원희룡 지사는 추모사를 통해 "오늘 팽목항 둔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제주항에 닿으며 더 큰 추모의 울림이 되고 있다"며, "1년 전 제주로 향하던 꿈 많은 아이들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함께 모여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을 갖는 것도 그날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 땅에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영령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도정의 모든 분야에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도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안전도시를 조성하는 데 온 정성을 쏟겠다. 우리가 보호해야 청소년의 꿈을 지키고 다시는 아파하지 않도록 아이들이 행복한 제주사회를 실현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제주교육' 선언문을 통해 '희망 교육의 숲'을 조성하기 위한 다섯가지 비전을 선포했다.

이 교육감은 "세월호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하고 행복한 교육환경을 갖춰나갈 것"이라며,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구조를 협력과 배려 중심으로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은 지시와 관리가 아닌 질문과 소통이다. 질문과 소통이 생생히 살아 있는 교실을 만들 것"이라면서, "또 세월호는 우리 삶의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모든 학교에 '제주 정체성 및 평화 인권교육'을 펼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세월호 이후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먹는 '밥 한 그릇'이 얼마나 소중한 지 절실히 깨닫게 됐다"며, "밥 한 그릇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모든 아이들이 함께 교육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교육감은 "세월호의 상처가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희망 제주교육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 <헤드라인제주>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헤드라인제주>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제주고등학교 김예진 학생이 학생 대표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제주고등학교 학부모 송명애씨가 학부모 대표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학생대표로 추도사를 준비한 제주고등학교 김예진 학생은 ""오늘도 저 푸른 하늘은 말이 없고, 여기 남아 있는 우리들은 각자의 일에 빠져 타성에 젖고 적당히 무뎌지고 있진 않느냐"며,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어느 한 아픔의 사건을 잊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미안함이 이제는 반성과 성찰로 바뀌어야 하며 기억은 망각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제주고등학교 학생 학부모 송명아 씨는 "눈물 없이는 차마 읽을 수 없고 또 슬픔 없인 느끼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매일 매일 쏟아져 나오면서 조금씩, 조금씩 그들과 함께 우리도 어느새 절망감에 빠져들고 있는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저희는 이렇게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겠다"고 강조했다.

송명아 씨는 "이와 같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아니 여러분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여러분을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겠다. 내세가 있다면, 정말로 다음 세상이 있다면, 정말 아프지 않고 슬픔이 없는 고통과 공포가 없는 곳에서 태어나서 못 다했던 삶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길 간절히 염원한다"고 위로했다.

추모식이 끝나고 분향대 앞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려는 제주도민들의 발걸음으로 가득했다. 한참을 눈을 감고 묵념하던 학생들부터 하염없이 꽃을 바라보던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이었다.

현승관 학생(제주제일고 2)은 "추모영상을 보고 있는데 정말 침통했어요. 안타까움 그 자체였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주면 아들을 수학여행길에 보내는 학부모 마서현 씨(53)는 "추모식 내내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서 가슴이 미어지더라구요. 내 아이가 저 안에 있다고 생각하면...항상 기도하지만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헌화를 하고 눈물을 훔치며 내려오던 김순진 학생(뷰티고 2)은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저만 살아 남은 것 같아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순진 양은 "제주는 사면이 바다라서 어딜 가도 바다만 보이잖아요. 아무리 잔잔한 바다라도 저 안에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눈물만 나요"라며, "사회가 변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요. 그렇지만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제주에는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오후 7시에는 제주시청 앞 거리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세월호참사 대응 제주대책회의가 주관한 추모문화제는 '진실을 인양하라'는 주제로 해 추모공연과 1주기 추모영상, 도민 자유발언, 416추모합장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문화제가 끝나면 제주시청에서 출발해 제주시 탑동광장까지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이 펼쳐진다.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함께, 세월호특별법 정부 시행령 폐기 선전전도 진행된다.

같은 시간, 서귀포시에서도 일호광장에서도 1주기 추모제가 열린다. <헤드라인제주>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 <헤드라인제주>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헤드라인제주>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학생들이 헌화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16일 오후 1시 제주항에서 엄수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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