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부인 채용'과 '4.3 노래' 논란...제주도정의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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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 부인 채용'과 '4.3 노래' 논란...제주도정의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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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잇따른 구설수, 논란의 실체와 도정의 '결정' 책임
교육청 채용응모는 '최선'의 선택?...'4.3노래', 제주도정 어떤 판단?

4월들어 원희룡 제주도정이 잇따른 구설수에 휘말렸다. 논란의 줄기는 크게 두가지.

하나는 원 지사의 부인이 제주도교육청 학생건강증진센터 전문의로 공개채용된 일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제67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때 제주4.3의 상징적 대표곡인 '잠들지 않는 남도'를 합창곡에서 돌연 제외시킨 일이다.

이 두가지 일은 분명 성격은 다르다. 전자는 고위공직자 가족의 처신과 관련한 적절성 부분에서의 논란이고, 후자는 제주4.3을 바라보는 시각과 더불어 중앙정부와의 관계속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종속성'을 보여줬다는 데서 비롯된 실망감의 강한 표출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두가지 일 모두 의사결정 과정에서 판단 근거로 제시한 내용 혹은 잣대가 도민의 눈높이 내지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 교육청 전문의 채용 논란의 또다른 시각

첫째, 도지사 부인이 공모를 통해 학생 정신건강 상담 전문의로 채용된 일은 고위공직자 가족의 처신의 적절성에 강한 의문으로 남는다.

벌써 도민사회에서는 도지사 부인이라는 사회적 위치 속에서 교육계에 '영향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시각과 함께, 교육계와의 '정치적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등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기우 내지 지나친 억측 일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채용 사례가 앞으로 선출직 공직자 가족의 공공기관내 취업문호 빗장을 푸는 선례가 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교육청에서 발표한대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학생건강증진센터가 필요하다는 점도, 이를 위해 센터에서 심리상담을 맡아 일을 해야 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모두 공감한다고 하자.

그러나 왜 꼭 도지사 가족이어야 하는가 라는 점에 있어서는 여전히 의문일 수밖에 없다.

교육청은 채용배경 설명에서 유수대학 출신에다 '실력'을 중심으로 한 전문성을 강조했으나, 이는 불가피성을 강조하기 위한 작위(作爲)적 논리에 다름없다. '삼고초려'의 모양새로 응모할 것을 권유하기 까지 정치적 영향성에 대한 검토와 판단을 하지 않았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원 지사 또한 이 부분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원 지사측 해명은 교육청의 응모 요청에 처음에는 몇번 고사를 했으나 계속된 요청에 근무시간을 줄이고 연봉을 적게 받는 것으로 해서 불가피하게 응한 것이라고 했다.

응모하게 된 의사결정의 판단근거가 '요청 때문', 이게 전부라면 이 역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도립미술관장 공모에서 결과적으로 자매가 연이어 발탁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큰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실력이나 능력 여부를 떠나 도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부분이 컸기 때문이다.

이번 도지사 부인의 채용사례 역시 실력여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서상의 문제 차원을 넘어, 이 일이 앞으로 어떤 측면의 선례로 남을지 등을 충분히 감안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가 자신의 재임하는 기관과 관련있는 공적영역 인사채용 공모에 가족이 응모하는 것은 능력 여부를 떠나 모양새는 결코 좋지 않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이러한 채용 사례는 한번 빗장이 풀리면 더 이상 앞으로 인사 운용원칙에 있어 송곳 잣대를 들이대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앞으로 공기업 사장이 '능력'을 위시해 재임기간 중 자녀를 해당기관에 채용하는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일과 관련한 원 지사측의 '판단'은 여러측면에서 생각해도 수긍하기가 힘든 점이 많다.

한두번 고사하고 응할 것이 아니라, 원칙과 소신을 갖고 끝까지 고사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법 했다.

◆ '4.3노래' 제외 논란서 나타난 제주도정의 이면

두번째, 제주4.3의 대표적 노래로 불리우는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가 4.3추념식 때 배척당한 일에 있어서도, 합창곡 변경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진 행정자치부가 뭇매를 맞고 있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제주도정의 책임도 크다.

추념식 불과 일주일 전인 최종 준비상황 보고회 때만 하더라도 식전행사 합창곡으로 제시됐던 이 두 곡이 사전 예고없이 제외됐다. 대신 4.3과는 거리가 있는 가곡 '비목', '그리운 마음', 그리고 모차르트의 '레퀴엠 라크리모사' 등으로 채워졌다.

추념식이 끝난 후 온갖 비난의 화살은 정부에 맞춰졌다. 정부가 제주도에 재검토를 주문하는 방법으로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제주도정은 추념식과 관련해 한낱 '힘없는 지자체'였을 뿐이었나.

제주도정의 해명을 들어보면 오히려 더 큰 자괴감을 갖게 한다.

최종 행사계획 조율과정에서 행자부에서 합창곡 선정내용을 살펴본 후 '귀에 익은 그런 음악'을 선곡하는 것이 어떤가 라고 해서, 제주도에서 관현악단하고 협의해서 '그리운 마음' 등으로 최종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귀에 익숙한 음악'으로 해서 가곡과 모차르트 음악을 선곡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코메디다.

추념식을 일반 '대중문화행사'로 착각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설령 정부가 그런 주문을 했다 하더라도, 제주도정 입장에서는 4.3에 대한 시각을 바로 견지하면서 강하게 어필을 했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또 정부의 '외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최종적으로 곡목 변경이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최소한 4.3유족이나 단체 등 도민사회와 긴박하게 협의를 하고 결정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었나.

그런 최소한의 협의절차도 없이, 정부의 재검토 주문에 변경결정을 일방적으로 한 것은 '협치 도정'의 분명한 실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명색이 지자체 중에서는 가장 많은 권한을 위임받은 '특별자치도'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4.3노래 선곡마저도 정부 한마디에 그대로 순응하는 '종속적' 관계를 드러낸 것은 또 어떻게 봐야 하나.

제주도정의 모양새가 구겨지는 것은 물론, 제주도민들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구설수에 오른 두 가지 일과 관련된 '판단', 정말 그 판단의 근거가 된 검토와 고심은 '도민'을 중심에 두고 깊고 두텁게 한 것이 맞나.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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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곧은 언론 2015-04-10 14:39:35 | 14.***.***.123
타 언론은 모른척 입다물고들 있는데,,,
그래도 펙트에 따른 관점과 인식 제주의 정서를
참 객관적으로 데스크논평해주셨네요 .
헤드라인의 진정한 용기에 응원을 보냅니다 .

공감100% 2015-04-10 12:47:09 | 118.***.***.18
촌철살인의 한마디입니다. 너무 공감됩니다.

공감 2015-04-08 19:46:47 | 125.***.***.182
도정 판단력이 완전 꽝임게ㅜ마씸

관점 2015-04-08 15:34:30 | 39.***.***.180
다들 무관심으로 가는가 싶었는데 확실하게 줄을 긋는군요 일회성 가십에 아닌 깊이 있는 관점!!헤드라인만의 용기안듯 싶습니다

송곳 논평 2015-04-08 15:09:51 | 175.***.***.42
핵심 제대로 꼬집고 확실히 강타했네요
속이 후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