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사람의 한 걸음 '아름다운 동행'..."확 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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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사람의 한 걸음 '아름다운 동행'..."확 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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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봄 나들이'
"반가워요. 또 만났네요...이젠 정 많이 들었죠?"

"새봄의 목련 꽃 보다 아름다운 여러분과 함께 발걸음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꽃샘추위가 가고 어느덧 따뜻해진 날씨에 제주 곳곳에는 완연한 봄 기운이 가득했다. 문득 찾아온 새봄의 기세가 간만의 나들이에 나선 모든 이들의 발걸음을 가뿐하게 했다.

더딘 걸음에 두려웠던 마음은 서로 맞잡은 두 손에 한숨에 녹아버린 듯 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우리'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신문 헤드라인제주와 제주특별자치도청 존샘봉사회(회장 강은숙)가 주최하고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회장 부형종)가 공동 주관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이 21일 열렸다.

오전 9시가 되자 제주시 종합경기장 광장은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누는 동행팀의 온기로 가득했다.

약 반 년만의 만남. "삶에 치여 꼼꼼히 안부를 물어오지 못했다"는 미안한 심경을 전하면서도 서먹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주 잡은 손에는 정겨움이 넘쳤고, 입가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헤드라인제주 대표이사는 "소중한 인연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 행사는 원대한 뜻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발걸음 속에서 어떤점을 개선하고 시정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차원"이라며 동행의 의미를 설명했다.

강은숙 존샘봉사회장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비가 와서 걱정을 했는데, 우리의 만남은 역시나 축복인 것 같다"며 "평소 자주 연락드리고 만남의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했다. 오늘 그동안 쌓은 추억과 우정으로 또 하나의 가족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형종 제주도 지체장애인협회장은 "오늘 날씨가 아주 좋다. 바람도 없고 봄날씨 같다. 가서 잘 구경하시고 좋은 이야기 나누면서 즐겁고 좋은 하루되길 바란다"고 안녕을 기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세버스를 제공하고, 위트 있는 멘트로 관광도우미 역할을 자처한 강정필 전세버스운전자협의회장도 "참석할 때마다 오히려 제가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도 여러분들을 모시고 좋은 여행,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흔쾌히 동행팀의 발이 되어 준 강 회장의 동료 안정환씨의 봉사도 돋보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이날 동행행사에 동행팀의 이동수단인 관광버스 2대를 무료 지원하는 한편, 직접 자원봉사에 나선 강정필씨(가운데)와 안정환씨(왼쪽). <헤드라인제주>

◇ 허브향 가득 '황금족욕체험' 인기만점...휠체어 이동은 글쎄?

햇수로 4년차가 된 동행팀의 든든한 파트너 존샘봉사회는 어느새 '베테랑'의 풍미를 발휘했다.

함께 걷는 장애인이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한 쪽 손을 꿋꿋이 지탱함은 물론, 다소 복잡한 휠체어 조작도 너끈히 해냈다.

버스의 계단이 높아 불편함을 겪고 있는 장애인에게는 먼저 등을 수그렸다. 진심이 전해진 것일까. 첫 해 낯선이의 등을 경계했던 장애인들도 별 어려움 없이 몸을 의탁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행의 첫 코스는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제주허브동산. 150여종의 허브와 야생화가 채워진 초원과 작은 동산들, 다양한 체험거리가 즐비한 관광지로 최근 올레꾼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관광명소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동화에서나 봤을 법한 형형색색의 꽃밭은 눈을 사로잡았다. 온갖 허브들이 뽐내는 향기도 동행 참가자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제주허브동산의 백미는 '황금족욕체험'이었다. 라벤더향이 그윽한 체험장에서 황금으로 만들어진 족욕통에 발을 담그는 '호화'를 누린 참가자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족욕, 장미소금 발마사지, 오일마사지 등의 체험이 이어지며 간만에 '힐링'을 가진 동행팀은 허브동산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동행팀의 만족도와는 별개로 제주허브동산의 관람코스는 '동산'의 특성상 휠체어 이동에 일부 불편한 점이 있었고, 휠체어가 보유대수가 많지 않아 약간의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이날 휠체어를 이용해 허브동산을 관람한 지체장애 1급 강여정씨는 "다양한 허브도 감상하고 족욕도 즐겨서 너무 좋았다"며 "혼자서 이동은 약간 어려웠으나 봉사자들의 손길 때문에 봄내음을 제대로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 "일생에 못할 뻔한 경험하네요"...웃음꽃 만발 동행

허브동산 관람 후 성읍민속마을 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동행팀. 식사 후 그늘진 공터에 자리를 잡고는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지장협 여성부장을 맡고 있는 김선천씨는 "제가 좋은 것 보다도 많은 장애인 회원분들이 이번 동행에 참여하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이 더 좋은 것 같다"며, "우리 모두 지금의 마음들 변치말고 매해 행사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옥춘 할머니는 "이번이 네 번째 동행 행사 참가인데, 이제까지의 날씨 중 가장 좋았다. 오늘 나들이를 통해 이제야 정말로 봄이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함께 동행하고 있던 봉사자들을 보며 "우리 자식들보다 더 잘 챙겨주는 효자"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흥에 겨운 문 할머니는 '칠갑산'을 구성지게 불러 동행팀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경숙씨(55)는 "일생에 못 해볼 뻔한 여러가지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특히 중간중간 손수 감자까지 삶아 나눠주셨던 분들에게도 너무나 고마웠다"고 말했다.

왼쪽다리가 불편하다는 김칠성씨(44)는 "제가 가진 장애의 특성상 겨울이 되면 몸의 마비가 더 심해진다. 날씨가 풀리면 몸도 자연스럽게 좋아지는데 여러분과 함께 봄바람까지 쐬니 몸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해 많은 이로 하여금 큰 응원을 받기도 했다.

지난 동행 행사에 참여했던 문영미씨(43)는 올해 20살이 된 아들 오현석씨와 함께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시각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같이 앓고 있는 오 군은 지난달 제주영송학교를 졸업했다.

영미씨는 "정말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봄 나들이를 나오게 돼서 정말 기분이 좋다. 오늘 같은 날이 언제 또 있을는지...아들도 졸업하고 나서 많이 외로워했는데 오늘 많이 웃으면서 활력을 찾는 것 같다"고 말해다.

몸이 아픈지 얼마 되지 않아 자가용으로 이동했던 고영희 씨는 다음 행사 때는 더 건강해져서 '동행'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영희 씨는 "저희만 따로 다니게 돼서 죄송하다. 제가 몸이 아픈 지가 얼마 안 돼서 차로 오래 이동하기 힘들어서 부탁을 드렸다. 다음에는 좀 더 건강해져서 여러분과 함께 행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 다양한 볼거리 만끽...형형색색 꽃밭에 발걸음 멈추고 '김치!'

마지막 기행지는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일출랜드였다. 미천굴을 중심으로 수변공원, 수목원, 민속마을 등의 볼거리가 즐비한 곳으로 도심 속에서는 쉽게 맛 볼 수 없는 자연미를 선사했다.

각자 짝을 지어 흩어진 동행팀은 공원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즐길거리를 만끽했다.

꽃이 무성하게 핀 정원이나 흥미롭게 생긴 돌덩이가 눈에 띄기라도 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저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손에 들고 각양각색의 포즈를 취하며 추억을 기록했다.

봄 기운이 만연한 이날 날씨는 따뜻하다 못해 오후에 접어들며 더워지기까지 했던 터라, 미천굴이 뿜어 낸 한기는 동행팀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됐다.

다만, 공원의 면적이 워낙 넓다보니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여유있게 관람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동행팀은 공원 안 쪽의 아열대 식물원, 분재정원 등은 관람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공원의 규모에 비해 비치돼 있는 휠체어의 수가 적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뇌병변 2급 이향윤 할머니는 "비치된 휠체어가 모자라 걸어다니다 보니 지쳐서 힘이 들더라. 휠체어가 모자라 다른 사람의 휠체어를 빌려 탈 수 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동행팀은 노곤함을 달래면서도 하루를 함께하며 부쩍 친해진 파트너와의 잡담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가을 제주도공무원노조 차원으로 동행에 나섰지만, 존샘봉사회 회원 자격으로는 처음 동행에 참여했다는 김희정씨는 "오늘 하루 너무 행복했다. 휠체어를 밀면서 '빵빵'거리고 다녔는데, 오늘 하루 마음이 빵빵했던 하루였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도 수자원본부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직책을 적극 활용해 "상수도나 하수도 불편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를 달라.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지체 3급인 정진호씨는 "올해 첫 나들이었는데 오늘 갔던 허브동산과 일출랜드 모두 백점짜리 나들이였다"며 "어제 비가 와서 나들이를 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더 좋았다. 평소보다 오래 걸었는데도 몸이 거뜬하다"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이날 오전까지 제주시 종합운동장은 만남의 설레임이 가득한 장소였지만, 오후가 되어서는 이별의 아쉬움만 남은 곳으로 변모했다. 동행팀은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한참동안 작별인사를 주고 받았다.

모든 이들의 양 손에는 존샘봉사회가 직접 담근 된장과 NH농협은행 제주특별자치도청지점(지점장 한재현)이 준비한 선물이 쥐어졌다.

헤어지기가 무섭게 동행팀은 다가오는 가을 또 다른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나눴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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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협회정진호 2015-04-19 10:14:07 | 112.***.***.74
하루일정무사귀한 모든분께 감사드림니다,존샘봉사단 회장님, 존샘봉사님 감사합니다,직접담근 된장과 NH농협은행 제주특별자치도청지점 한재현지점장님 선물감사드림니다,가을나들이기대합니다,항상건강하세요,,,

헤어지기가 무섭게 동행팀은 다가오는 가을 또 다른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나눴다. <헤드라인제주>

학생 2015-03-23 19:32:32 | 203.***.***.63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헤드라인제주의 취지에 잘 맞는 행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참여자분들의 함박웃음이 보기 좋네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박군 2015-03-23 11:31:18 | 182.***.***.131
좋은 프로그램 기획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 쭉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스마일 2015-03-23 09:01:41 | 27.***.***.5
날씨도 화창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같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