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사업실패...잘못은 있는데, 책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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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사업실패...잘못은 있는데, 책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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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실패 귀결된 개발공사 역점사업, '엉뚱한 해명'
불분명한 책임 소재 또 '흐지부지'?...악순환 답습하나?

'혹시나' 하던 물음표는 '역시나' 하는 느낌표로 바뀌었다.창립 20주년을 맞아 '팡파르'를 울렸어야 했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기자회견은 잇따른 신규사업의 실패를 해명하기에 급급한 성토의 장으로 변모돼 있었다.

개발공사의 대표상품 제주삼다수의 부진도 문제거니와, 이날부로 백지화가 공식화 된 '한라수'나 앞으로의 과정이 더 우려되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사업' 등에 대한 책임론이 뒤따르고 있다.

한때 국내 먹는샘물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며 누군가는 '신화'로까지 치켜세웠던 삼다수의 위엄은 예전만 못하다. 후발주자들의 매서운 추격도 간과하지 못하겠지만, 이에 따른 공사의 대응도 견고하지 못했다.

새로운 라인을 도입하면서 불거진 과도기적 성격의 점유율 하락이라는 설명과, 제주사회가 지니고 있는 고질적인 '유통체계'의 한계 때문이라는 적극적인 해명은 마뜩 찮아도 일면 수긍되는 부분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야심차게 시작한 신규 사업들이 변변찮은 성과는 커녕 법적싸움으로 비화되기 까지의 문제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지난 16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창립 20주년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김영철 제주도개발공사장. <헤드라인제주>

◇ '조삼모사' 한라수, '주먹구구' 맥주사업...결과는 참담

당초 '프리미엄 먹는샘물'을 표방하며 출시했지만 2년간 판매실적이 고작 82톤에 불과했던 제주한라수는 사업을 완전히 접게 됐다.

이미 한라수는 용기만 바꿨을 뿐 내용물은 삼다수와 다를 바 없으면서 2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판매, 전형적인 '조삼모사(朝三暮四)'의 대명사로 조롱거리가 된지 오래였다.

용기 디자인에만 무려 8억원을 쏟아붓고, 성대한 출시 행사를 위해 2억원, 생산설비 도입을 위해 25억원을 들인 한라수가 남긴 것은 몇몇 디자인 대회에서의 입상경력이 만들어 낸 부질없는 '허명' 뿐이었다.

전면 재검토 절차를 밟게 된 크래프트 맥주사업의 실패는 더욱 참담하다.

사업 협의 과정에서 불공정.독소조항 등을 미리 판단하지 못해 사업을 추진하기도, 멈추기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사업파트너 측에서 법인 설립 완료를 요구하는 최고서가 접수됨에 따라 '법정공방'은 불가피하게 됐다.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당시 업무 담당자를 타 부서로 좌천까지 시켰다는 증언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제주도의회와 공사 내 이사진의 우려에도 사업을 강행한 결과라 책임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 잘못은 있는데, 책임은 없다?...무슨 논리?

문제는 사업을 벌려놓은 주체는 분명함에도, 이에 따른 책임을 지는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이날 제주도개발공사는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자성의 목소리를 용기있게 도민사회에 고백한 것이라고 평가될 수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불거진다.

사업 실패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공사의 한 간부는 "모든 문제점을 말씀드리는 것은 잘못을 들춰내 누구를 벌주자는 취지가 아니라, 지난 20년간 잘한 것도 있지만 못한 것은 정리해서 새롭게 나아가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실패도 있고, 성공도 있기 마련인데, 실패한 모든 책임을 묻는다면 기업 자체를 운영할 수 없다. 10개 사업 추진했는데 7개 실패하고 3개가 성공했을 때 오히려 더 좋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민사회의 시선에서 이 같은 해명은 다분히 자의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사기업'에서나 통용되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는 엄연히 제주도민의 혈세로 출자되고 지금까지 운영되어 온 기업이다. 도민들의 뒷받침 없이는 애초에 첫 발걸음조차 뗄 수 없었던 기업구조다.

사기업은 사업을 시도하다 실패하더라도 해당 기업이 그 손해를 감수한다. 이 같은 사기업도 사업에 실패할 시 명확한 책임 추궁과 피드백이 이뤄지는 마당에, 도민들의 뜻을 대행해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공기업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이윤을 남기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둘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선순환 작용을 하는 사업, 정당성을 확보한 사업이 우선시 돼야 했다.

특히 "잘못을 들춰내자는 취지가 아니다"라는 대목에서는 어디까지나 전임 수장과 전임 간부들의 책임일 뿐, 현 시점에서 책임을 물을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뉘앙스가 풍겼다.

◇ 불분명한 책임 '악순환 고리', 끊어낼 수 있을까

이 과정을 보며 묘하게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었다. 전임 민선4기 도정이 끝나고, 민선5기 도정이 출범하는 전환점에서 제주도개발공사가 내세웠던 '개혁'의 모습이 그것이다.

민선5기 도정은 출범 직후 전임 지사의 측근들이 운영하던 제주도개발공사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축출된 것이 공사의 대표적 사업실패 사례로 꼽히는 '호접란 사업' 등이다.

이후 신임 사장이 부임하며 '환골탈태 심정의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도민사회 일각에서는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표적감사'를 벌인 것이라는 의혹이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결국, 전임 수장의 역점사업은 '발목 잡을' 사업으로 매장됐다. 실패로 귀결된 호접란 사업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뒷처리가 말끔하게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제주도개발공사는 그들의 표현을 빌려 또 다시 혁신의 기로에 섰다.

'혁신'이라는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이번에도 불분명한 책임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도민사회는 4년 후 민선 7기 도정에서 또 다른 악몽을 겪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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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ㅂㅈ 2015-03-20 16:30:09 | 112.***.***.228
이거 오재윤, 우근민 수사해야되는거 아닌가?? 구상권을 청구하던지 도민 손해를 무엇으로든 책임져야주

제주도민2 2015-03-17 15:15:24 | 112.***.***.152
현재 경영진도 면죄부를 미리 받아두겠다는 얘기 같군요..
공기업이 이러면 안되죠.

제주 도민 2015-03-17 10:54:55 | 210.***.***.147
잘못이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이게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
개발공사가 정말 달라질려면 부실관리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되지요 ..
막강한 권한을 줄때는 책임이 반듯이 따르는게 제대로된 사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