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식당 꿈꾸죠"...'산방' 김 父子의 나눔철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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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식당 꿈꾸죠"...'산방' 김 父子의 나눔철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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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대를 이은 '착한가게' 산방식당의 특별한 나눔행사
반값행사.장학회 기부행진..."욕심? '삼시세끼'면 충분"
본점 개점 44주년, 제주점 개점 3주년을 맞은 산방식당.<헤드라인제주>

제주도 먹부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하나 있다. 탱탱한 면발에 멸치로만 우려낸 시원한 육수가 일품인 그곳. 바로 '산방식당'이다.

보릿고개에 허덕이던 시절,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산방식당은 어느덧 본점 개점 44주년, 제주점 개점 3주년을 맞은 제주 최고의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점심 때가 되면 이 곳 밀면을 맛보려는 사람들이 수십미터짜리 대기줄을 이어가는 데다 마감 2~3시간 전부터 재료가 동나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니 부연설명이 필요있으랴.

부자지간인 김정일(73).형섭(47. 아들) 산방식당 대표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만큼 부쩍 고민이 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랑에 보답할 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 '산방' 부자였다.

어르신 무료식사부터 개업기념일 '반값행사' 수익금 기부, 산방장학회에 이르기까지. 사단법인 청년제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기부에 나서고 있는 이들을 3일 늦은 오후 '반값행사' 현장에서 만나봤다.

산방식당 김정일 대표(오른쪽)와 아들 형섭씨.  <헤드라인제주>

"죽어서 갖고 가지도 못할 돈, 쌓아 두고만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요? 삼시세끼 챙겨 먹을 수 있으면 그뿐이죠. '100년 기부' 실천하는 '100년 식당'을 만드는 게 산방식당의 목표입니다."

1971년부터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에서 산방식당 본점을 운영 해 온 김정일 대표는 터가 잡히자 마자 동네 어르신들을 식당으로 초청해 맛있는 한 끼 밀면를 대접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15년째다.

특별한 목적은 없다. 이유가 있다면 "5월은 가정의 달이라서, 경로잔치는 마을 축제라서"였단다. 중학생 때부터 이 같은 아버지의 나눔봉사를 지켜봐 왔던 형섭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2년 제주시 이도2동에 분점을 낸 그는 개업 당시 밀면과 수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을 선보인 뒤 이어진 매년 개업기념일에서도 '반값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연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인기다.

하루 수익금을 시원하게 내놓는 김형섭 대표의 배포에 손님들의 자발적인 기부도 매년 이어지고 있다고. 이렇게 모인 성금은 모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고승화)에 정성스레 전달되고 있다.

사단법인 청년제주(이사장 강창수)와 함께하고 있는 '산방장학회' 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장학금 수혜학생도 매년 늘고 있고, 특히 올해엔 직원 자녀들도 대상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웬만한 기업이 따로 없다.

강창수 이사장은 "자영업, 특히 식당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기부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다는 제안에 김형섭 대표가 흔쾌히 응했다"며, "최근 산방식당을 따라 장학사업을 하려는 유명식당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산방식당의 이들 父子자는 2~3년 내로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고, 집이 없는 직원들을 위한 빌라를 세우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나눔계획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아들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그저 슥 웃어보이며 고마움을 대신했다.

산방식당 김정일 대표와 아들 형섭씨가 3일 개업 3주년 기념 나눔행사로 얻은 수익금 전액을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영숙 사무처장, 사단법인 청년제주 강창수 이사장, 김형섭 대표, 김정일 대표,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승화 회장.<헤드라인제주>

"사실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죠.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해주다 버릇한 게 다 돌아오는구나 싶어요. 앞으로 욕심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좋은 방향으로 가다보면 더 많은 이들이 우리 밀면을 맛 보게 되지 않을까요?"

가진 게 초가집 한 채 뿐이었다던 아버지 김 대표는 갈비, 찌개, 백반, 짜장면 등 그간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했다. IMF 등 좋지 못했던 경제상황도 김 대표 가족을 힘들게 했었다고.

냉면식당을 운영하고 있던 그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손수 '냉면개조'에 나섰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밀가루로 면을 뽑고 멸치만으로 육수를 낸 '제주식 밀면'이 소위 대박이 난 것.

아들 형섭씨는 물이 단수가 될 때면 직접 샘물을 떠 나르고, 차가 없어 리어카로 중턱을 오르내리던 부모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고 말했다. 부모님 고생 덕에 산방식당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였다.

25살 청년이었던 형섭씨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아버지 밑에 들어가 일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2012년 분점을 내고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청년제주 등 기부단체들의 조언으로 나눔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부자는 앞으로 육지부에서 3호점을 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산방식당 밀면을 맛 보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뉴욕과 중국에서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지만 주먹구구식으로는 절대 하고 싶지 않다던 '산방' 김 부자였다.

"대를 이어준 아들에게 고맙지.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부지런히 살아준다먼 더 고마운 것이 있어?"
"아버지께서 길을 닦아 놔 주셔서 감사드리죠. 가장 행복한 순간이요? 지금 이 순간입니다."
<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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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2015-03-04 17:28:39 | 1.***.***.115
너무 좋은 생각가지고 장사하시네여
늘 지금처럼 번창하시고 건강에 유념하시실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