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한 '조기 추경'...그러나, 쉽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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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한 '조기 추경'...그러나, 쉽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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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예산파국 수습대안 '조기 추경', 선결 과제는?
자칫 '도찐개찐'으로?...'자기 반성', '예산 개혁' 전제

연초 제주사회를 큰 혼란으로 빠뜨린 사상 초유의 대규모 예산 삭감파문이 일단 사태수습의 실마리를 찾은 듯 하다. 방법은 '조기 추경편성'이다.

추경은 추가적인 세입재원 요인이 있을 때 행해지는 것이지만, '묻지마 삭감'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조기에 봉합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이 방법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물꼬는 의회 내 소장파로 불리는 강경식 의원(무소속)과 위성곤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텄다.

강 의원은 "파국을 일으킨 책임을 갖고 있는 도의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도민들에게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매우 부끄럽고 송구스럽다"고 전한 후, 현재의 사태를 풀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조기 추경' 뿐이라고 강조하며 조건없는 추경안과 의회의 수용을 촉구했다.

위 의원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 도의원 한사람으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도정과 의회는 아무런 조건없이 대화를 해야 한다"며 '조기 추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의회 수장의 위치에서 거센 비판세례를 받으며 위기에 몰려있는 구성지 의장도 급기야 9일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조기 추경 필요성을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구 의장은 "도민을 위한 해법은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 추경을 내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막장예산 파문을 몰고 온 지난 계수조정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회에서 이러한 '추경' 언급이 있자, 제주도는 "추경예산에 대해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즉답을 내놓았다. 그동안 추경안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재의요구'를 기정사실화 해온 원희룡 도정도 처음으로 변화된 의견을 보였다.

'조기 추경'은 일단 의회나 도정 모두에서 방법으로 생각하는 대안이다.

◆ '재의 요구'와 '조기 추경'의 딜레마, 어떻게?

그러나 의견접근은 이뤄진 듯 보이나, 사실 이제부터 더 큰 고민은 시작된다. 우선 선택의 공을 쥐고 있는 제주도정 입장에서 '재의요구'와 '조기 추경'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정리하는 문제이다.

도민사회에 들끓는 성난 목소리와 우려되는 상황을 치유하기 위한 가장 무난한 카드는 사실 '조기 추경' 밖에 없다.

물론 '재의요구'도 한 방법은 될 수 있다. 지방자치법에서는 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회는 재의요구한 사항에 대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최초 의결안은 확정되고, 반대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부결된다. 부결되면 새해 예산안은 백지화되고 재편성 수순을 밟게 된다.

제주도정이 이전까지 기대를 걸어온 부분은 바로 이 후자의 경우다. 재의요구를 통해 기존 의결안을 부결시키고, 재편성 한다면 이는 조기 추경과 똑같은 실익이 기대된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재의요구가 현실적인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성난 목소리가 들끓고 있으나, 의회가 완전 '백기 투항'에 다름없는 부결이란 상황을 스스로 선택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의결된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이 경우 제주도정의 선택은 대법원 소로 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의회와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뿐만 아니라 대법원 최종 판단까지 최소 수개월을 현재와 같은 상황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도정과 의회는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에따른 행정마비와 각종 사업중단 사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재의요구와 대법원 소는 이러한 상황까지 감안해 내려져야 할 선택의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 추경을 편성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제주도정은 의회가 의결한 예산에서 법령 및 조례 등의 근거를 갖고 편성한 법정필수경비의 삭감, 국가직접사업 및 국비보조사업에 따른 지방비 부담사업의 삭감 등의 문제가 나타남에 따라 재의요구는 '압박용'이 아니라 불가피한 대응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만약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법규 및 감사원 지침을 어기게 되는 것이어서 공무원들이 문책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감사원에서 예산편성기준을 위반해 의결됐을 경우 반드시 재의요구를 하도록 하는 회신공문도 있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추경편성에서 삭감된 해당 예산의 부활이 전제됐을 경우, 재의요구의 원인은 자연스럽게 소멸될 수도 있다.

◆ '조기 추경' 협의, 전제돼야 할 점은?

따라서 문제는 '조기 추경' 협의를 시작한다면 어떤 내용의 합의를 도출해 내느냐에 달려있다.

이 '합의'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분명히 짚고 앞으로 예산개혁의 토대를 마련함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원희룡 지사와 구 의장 간의 갈등문제로 치부하며 '화해'를 통한 합의는 의미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 예산문제의 갈등은 오랫동안 상존해 온 일방향적인 편성과정의 문제, 선심성 및 법규위반 신규증액편성 등 계수조정의 구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째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했던 중요한 문제인 만큼, 위기모면용으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이번 기회에 문제를 확실히 짚고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개그콘서트에서 유행하는 '도찐개찐(도긴개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향후 방향에 있어 과제는 보다 명확해진다.

첫째, 도정이나 의회 모두 철저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한다. 구 의장이 '추경'을 언급하면서도 도정을 격하게 비판했을 뿐, 의회의 책임을 통감 내지 인정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게 다가온다.

설령 원 지사가 의회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아 이번 문제가 파생됐다고 하더라도, 1636억원이란 사상초유의 삭감 계수조정은 도민을 볼모로 한 '화풀이'에 다름없다.

원 도정의 의회 소통문제 및 갈등, 그리고 예산안은 '분리 대응'을 했어야 했다. 예산안은 감성적이 아닌 냉철한 이성적 잣대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현재의 '막장 예산' 파문에 최종 의결권을 행사한 의회는 당연히 책임을 통감하고, 최소한 공식사과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원 도정 또한 마찬가지다.

비록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이 예산파문에 책임을 지고 현직에서 물러나 다른 1955년생 공무원과 함께 공로연수에 들어가겠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이것만으로는 약하다.

최초 의회가 제안한 '예산협치' 논의를 거부한 것과 일련의 대응에 있어 의회에 갈등관계를 조장했다는 의회의 '성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최고 책임자의 사과가 필요하다.

둘째, 도정과 의회 예산개혁에 대한 의지 및 실행계획은 '조기 추경' 편성 이전에, 최소한 동시에 제시돼야 한다.

상황이 급한만큼 우선 이번에는 추경을 편성하고, 차후에 예산제도 개혁 논의를 하자는 의견도 일정부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지금의 시기를 놓친다면 또다시 예산개혁은 물거품이 되고, 쳇바퀴 악순환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2월 임시회 이전까지 시간은 많지 않지만, 예산개혁 실행과 조기 추경 편성 협의가 동시에 진행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예산제도 개혁의 구체적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로드맵 정도라도 합의해야 한다.

셋째, 추경 편성은 기존 삭감됐던 '1636억원'을 재원으로 할 수밖에 없지만, 엄격한 원칙과 기준을 전제로 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제주도정은 구 의장의 '추경 제출' 촉구에 대한 입장에서 협의에 응할 뜻을 보이면서도, '민생을 위해, 삭감된 예산은 조건없이 부활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조건없는 부활'이란 의미가 1636억원 전액을 최초 편성했던 항목 그대로 세출예산으로 재편성하는 것을 용인해 달라는 뜻인지, 아니면 일부 항목의 변경 조정을 포함한다는 것인지는 아직 정확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1636억원이 전액 세출예산으로 재편성되더라도, '원안 재편성, 원안 통과'가 아니라 원칙과 기준 속에서 선심성 논란 예산 등은 걸러내어 재조정 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재의요구'를 할지 여부는 19일 이전까지 결론을 내야한다. 2월 임시회를 최대 분기점으로 놓고 볼 때, 사실상 도민사회 대혼란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은 한달도 채 남아있지 않은 셈이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최악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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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2015-01-12 09:14:11 | 39.***.***.184
맞는 말이다 젊은의원처럼 구의장도 자기반성 먼저 해야한다. 진심어린 반성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