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소음에 학원가 발길 '뚝'...주민들도 "못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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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소음에 학원가 발길 '뚝'...주민들도 "못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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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합아파트 신축공사장 골목주민들, 시청 항의소동
"막대한 영업피해...소음에 우울증...지하굴착 중단시켜라"

제주시 일도지구 수협사거리 인근 골목상권과 인근 주택가 주민들이 6일 제주시청으로 몰려가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제주시청 시장실에 몰려간 주민들은 "시민들이 공사소음에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데 시청당국은 왜 가만히 있느냐"면서 시장 면담을 요구했다.

   
제주시청을 찾아 아파트 신축공사장 소음피해 등을 항의하고 있는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청을 찾아 아파트 신축공사장 소음피해 등을 항의하고 있는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고운봉 제주시 도시건설교통국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나서서 주민들을 진정시키며 회의실로 안내해 요구사항을 들었으나 이들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들의 민원은 수협사거리 동쪽에 위치한 수은빌딩 옆에 주거복합시설 아파트 신축공사의 지하굴착 공사를 중단시켜 달라는 것이다. 연면적 7266.33㎡의 이 아파트는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으로 지난해 11월 공사에 착수해 올해 10월말 완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12월 지하굴착 공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피해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좁은 골목에 주차입구가 웬말이냐", "주변상가 다 죽는다, 지하2층 굴착 중단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회의실에 들어선 주민들은 그동안 벌어진 상황을 호소하며 시청당국의 강력한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강수남 대책위원장은 "지하굴착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주변 건물의 지반이 흔들리는 위협은 물론이고, 굴착공사 소음으로 주변 학원가와 독서실, 약국, 그리고 골목가 주택 주민들 전반에 걸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 인근지역 건물에서 지하 2층을 굴착한 곳은 없다. 거대 암반으로 이뤄져 있어 대부분 공사소음 문제와 주변 피해를 의식해 1층만 하거나 지하굴착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해당 아파트 신축공사장의 경우 암반 때문에 지하 2층 굴착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곳에서 소음은 제주시청에서 측정할 때에는 7회 중 1회에 한해 76데시벨(dB)로 나타났는데, 거주 주민들이 자체적로 측정한 결과는 92dB까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시청을 찾아 아파트 신축공사장 소음피해 등을 항의하고 있는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한 주민이 제주시청 공무원에게 행정조치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주민들과 대화를 갖고 있는 김병립 제주시장. <헤드라인제주>

실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호소도 이어졌다.

공사장 옆 건물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고규형씨(45)는 "한달전 쯤 지하굴착 공사가 시작되면서 등록했던 학생들이 너무 시끄러워 수업을 받을 수 없다면서 10명 이상이 취소하고 나가버린 상황"이라며 "선생님들 또한 소음이 날때마다 수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트레스가 보통 심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방학이 시작된 지금이 학원가가 가장 붐빌때인데, 영업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사장 인근 독서실에서도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발길을 뚝 끊겼다고 호소했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약국에서도 공사장 소음으로 두통을,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한 할머니는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공사장 인근 골목길 주민들도 잔뜩 화가 났다. 한 주민은 옆집에 살고 있는 할머니를 가리키며, "이 할머니네는 세를 주며 살고 있는데, 공사소음으로 들어왔던 사람도 나가버려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골목길 주민들은 아파트 주차장 입구가 대도로변이 아니라 폭 6m도 채 되지 않는 좁은 이면도로 골목으로 입구를 낸다는 소식에 더 분개해 했다.

한 시민은 "지금도 주택가 골목이 너무 비좁아 주차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아파트 주차장 입구를 골목길로 내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주차장입구는 대도로변을 통할 수 있도록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층 건물이 들어서면 바로 옆 단독주택 거주 주민들은 주차문제와 더불어 일조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소음피해 등의 논란이 일고 있는 아파트 신축공사장. <헤드라인제주>
   
소음피해 등의 논란이 일고 있는 아파트 신축공사장. <헤드라인제주>
아파트 신축공사장의 주입구가 계획된 골목길. <헤드라인제주>

주민들의 얘기를 경청하던 고운봉 국장이 "사업자측과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도록 제가 중간에서 역할을 하겠다"며 달래보았지만 주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목소리를 더 높였다.

강수남 대책위원장은 "소음문제 건축주와 협의 안한게 아니다. 협의를 하니 건축주는 '법대로 하라'는 말만 했다"며 분개해 했다.

이들 주민들은 지하굴착을 안하는 방향으로 공사를 할 것, 공사소음에 따른 영업피해 및 질환 등 건강 피해문제, 골목길을 주진입로로 한 것을 변경할 것, 일조권 피해대책 등을 요구했다.

뒤늦게 회의실에 들어선 김병립 시장은 "지적하신 내용들은 충분히 이해되나, 그러나 행정기관의 입장이라는게 이런 경우에 한계가 있다"며 "주민들을 보호해줘야 할 의무도 있지만 (건축주의) 사유재산권도 보호해줘야 한다. 대신 할 수 있는게 건축현장 찾아서 소음 규정 위반이 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또 "지하굴착을 중지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일단 건축주와 협의를 해보겠다"며 "그리고 주민들이 타협안을 만들면 건축주와 협의가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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