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없고 예산은 찢겨지고...이젠 책임 공방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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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없고 예산은 찢겨지고...이젠 책임 공방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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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vs 구성지 예산안 대충돌이 남긴 후유증
'예산 2라운드' 돌입..."책임통감은 없다"

새해 예산안을 두고 치열하게 대치해 온 제주도의회와 제주도정이 전체 예산의 4.4%인 1682억원을 삭감하고 한 푼도 증액하지 않은 사상 초유의 예산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공히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누더기 예산'으로 까지 폄하되는 예산삭감 사태에 대해 도정과 의정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예산안이 의결된 다음날인 30일, 양 기관의 수장은 기다렸다는 듯 상대를 겨냥하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먼저 공식석상에서 입을 뗀 것은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었다.

구 의장은 이날 오전 제주지역 언론사와 가진 대담 자리에서 예산안에 대해 "예산 개혁과는 거리가 있다"고 인정하며 "처음에 구상했던대로 원만히 됐다면 정말 개혁 원년이 되 뻔 했는데, 메신져가 잘못 전달돼 오해를 하게되고, 그 오해가 우리에게도 오해를 낳게 돼 뒤범벅됐다"고 일련의 과정을 되짚었다.

의회 스스로도 만족스런 결과물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

실제로 의회는 예산안 통과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에 더해 기존에 증액하려했던 408억원의 예산도 제 손으로 백지화시키면서 속내는 편치 못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구 의장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규모 예산삭감 사태'를 자초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예산 삭감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원 지사께서 늘 삭감하는 것은 당신네가 알아서 해라, 삭감은 얼마든지 좋다고 해왔다. 그 결과 아닌가"라고 말했다.

삭감예산을 최종 의결한 것이 의회이면서도, 그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제주도정이 소통 채널을 닫아 놓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구 의장은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소통이 돼야 하는데, 이 또한 불통이 돼 지금까지 원활하지 못하고 불편했다"며 "서로 인정을 해줘야지 우월주의에 빠진다거나 하면 안된다.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 바라보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곧 원희룡 지사도 같은날 오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원 지사는 "행정기관의 경상 운영 경비를 삭감했기 떄문에 도정의 정상적 행정업무 추진에도 막대한 지장이 빚어질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행정이 더 경비절감에 나서고, 기존의 관행을 타파하겠다. 예산 개혁의 계기로 삼겠다"며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기존 관행을 깨기 위해 제주도가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상처투성이 예산안'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임에도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되려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이렇게 어려워야 하는 것인지 곤혹스럽다"며 에둘러 의회의 책임을 물었다.

적어도 이날 발언만으로 해석했을 때 제주도의회는 여전히 '예산개혁의 대상'이었다. 관계 개선을 시사할 수 있는 의례적인 표현조차 아꼈다.

벌써부터 도민사회의 불만은 직간접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제주도내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논평을 내고 "예산안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라며 싸잡아 비판했다.

이들은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양 기관의 극한 감정대립과 힘겨루기 등 볼썽사나운 모습은 도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혹평하며 양 기관의 책임을 똑같이 물었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제주도의회와 원 도정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조기 추가경정 예산안 등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한 시점에서, 도정과 의정의 감정적 대립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사회가 떠안아야 한다.

과연 지리한 갈등을 묵묵히 지켜봐 온 도민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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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이다 2014-12-31 13:10:54 | 59.***.***.87
선거 기간에는 나를 뽑으면 도민을 위해 발전적, 희망적, 변화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치꾼들이 선거가 끝나고 나니 자기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결정하면서 마치 그것이 도민을 위한 것 마냥 떠들고 있다. 둘다 정신차려라....!!!!

도민 2014-12-30 23:58:16 | 175.***.***.102
구성지의장에 대한 안좋은 소리가 너무 들린다. 고집세다 소문은 들었지만 명분 없이도 고집 부릴 수 있는 것은 무슨배짱인지 신기하기만 하네 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