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1682억원 삭감'...최악인가,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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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1682억원 삭감'...최악인가,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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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도의회 예산안 초강수 삭감배경과 향후 전망
'준예산 파국' 막아도...원희룡 도정 고민 큰 이유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2015년을 이틀 남겨둔 29일 밤 제주도의 '1682억원' 규모의 예산을 삭감하는 것으로 제주도 예산안을 수정 의결한 것은 수세에 몰려있던 여론을 반전시킴과 동시에 원희룡 제주도정에 대반전의 일격을 가하는 초강수라 할 수 있다.

이날 원 지사와 구성지 의장의 긴급 회담이 5분만에 결렬되면서 사상 첫 '준예산' 체제로 갈 것 같았던 새해 예산안은 오후들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파격적 계수조정 원칙을 마련하면서 대반전이 시작됐다.

밤 11시 제주도의회는 제325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도 예산안을 상정,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36명(기권 1명)으로 예결위에서 수정한 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수정된 예산안은 말 그대로 파격적이었다. 삭감규모만 하더라도 '1682억 8764만원'으로 민선 지방자치시대 이후 최대 규모이자, 전무후무한 사례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1088개 항목에서 삭감이 이뤄졌다. 최초 계수조정 때 280여개 항목에서 삭감(증액항목 1300여개)이 이뤄졌던 것과 단순 비교하더라도, 재심의에서는 삭감항목이 무려 5배 이상 늘어났다.

◆ 시책사업비, 국외여비, 언론사 예산까지...삭감된 예산항목은?

반면 삭감된 예산은 '내부 유보금' 1680억9564만원, 예비비 1억9200만원에 편성했을 뿐, 증액사업은 단 1건도 없었다.

이날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원 지사에게 동의여부를 묻는 절차가 생략된 것은 이 때문이다. 증액된 사업이 전혀 없었기에 구 의장이 원 지사에게 동의여부를 물을 필요도 없게 된 것이다.

삭감된 예산을 세부적으로 보면 최초 예산안 심의 때 예결위에서 계수조정이 이뤄진 '408억원'의 삭감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됐다. 여기에 1270여억원이 추가 감액됐다.

각종 민간보조금이 대거 삭감된 것은 물론 시책업무 추진비에서 17억3770만원, 국외업무 여비에서 10억1730억원, 우수공무원 해외배낭연수 등의 국제화여부에서 25억4401만원이 전액 감액됐다.

이들 시책업무추진비나 국외업무여비, 국제화여비 등에서는 제주도청과 행정시에 편성된 사업비는 물론 의회 사무처에 편성된 사업비들까지 전액 삭감됐다.

의회 사업비부터 감액하면서 도청 예산에 철퇴를 가한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언론사 등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 보조금도 대거 감액됐다. 마라톤대회와 축구대회 등 스포츠행사는 100% 삭감, 문화예술 행사 등은 50% 감액했다.

제주도와 행정시의 홍보관련 예산들도 대거 감액했다.

제325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 상정된  2015년도 제주도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 수정안은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36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헤드라인제주>

◆ 구성지 의장의 예산안 통과의 '변'은?

이번 도의회의 '초강수'는 준예산으로 가는 것 만큼은 막아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수시로 기자회견이나 입장발표를 통해 의회를 압박해온 원 도정에 대한 '대반격'의 성격이 강하다.

실제 구성지 의장은 이날 예산안을 통과시킨 후 도정에 불쾌한 심경을 그대로 털어놨다.

구 의장은 "부동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원 지사와의 최종 담판이 결렬된 후, 준예산으로 가는 파국을 막을 수 있는 길은 결국 우리 의원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예산을 만드는 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구 의장은 이어 "수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가 증액한 예산에 대해 선심성 예산, 목적이 없는 외유성 경비,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사업, 과도한 보조금 증액 및 신규사업이라며 부동의와 함께 감사원 감사 지적에서 후배들이 징계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우리 의회와 의원들을 언론플레이를 통해 폄훼하고 압박한 것이 오래도록 의정사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 의장은 또 "의회와 소통은 하려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언론에 다 말하고 도민들에게 우리는 아닌데 의회가 그렇습니다 라고 호소하고 그래서 의회를 여론 몰이하여 벼랑 끝에 올려 세우는 이와 같은 싸움의 방식으로 의회에 치명타를 날리는 일련의 정치적 연출로 상체기난 이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배우게 된 정치적 학습효과를 오래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원 도정에서 행한 예산안 관련 대응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 준예산 파국 막아도 '기쁜 이' 아무도 없는 이유는?

이러한 수정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우려했던 '준예산'은 막았으나 기쁘거나 안도하는 이는 아무도 없는 듯 하다.

원 도정 입장에서는 그동안 의회를 강하게 압박했던 '증액예산' 문제에 대한 고민은 한방에 해결됐으나, 엄청난 규모의 삭감조정에 내년 재정운영에 더욱 큰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의회가 기존 계수조정의 증액예산을 백지화시키고 증액사업을 단 1건도 계상하지 않은데다, 나름대로 원칙을 제시하며 일률적인 삭감을 가하면서 표면적으로는 계수조정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어렵게 됐다.

이제 예산관행의 공은 원 도정이 받아 개선안을 내놓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반면 의회는 그동안 여론의 수세에 몰렸던 큰 이유인 증액논란에 대한 부담을 모두 털어버리고, 원 지사가 언급해온 '원칙론'에 대해 반격을 가하며 향후 예산편성에 역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의회 역시도 이번 예산안 통과가 이뤄지기 전까지 적지않은 이미지 상처를 입은데다, 기존 계수조정에서 증액했던 408억원을 스스로 백지화시키면서 속내는 편치 못한 상태다.

◆ 최선인가, 최악인가...논쟁 주도권 어디로 넘어갔나?

예산안이 연내 처리되면서 준예산 체제로 가는 것은 막았으나 이번 '1682억원 삭감'이란 결과가 제주도정 입장에서는 최선인지, 최악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강한 압박으로 증액예산이 '제로(0)'인 첫 계수조정 결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는 원 지사의 '원칙론'이 이겼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은 막판 대반전의 일격을 당한 도정의 입지가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져 의회에 주도권을 내주게 되면서 가장 안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의회가 1682억원을 삭감했으나 각각의 삭감명분에 대해 강력한 어필을 할 명분도 없을 뿐더러, 의회가 계수조정의 원칙을 표방하면서 원 지사의 '원칙론'도 희석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예고된 '예산공방 2라운드'...'조기 추경' 착수되나?

구 의장이 원 도정에 대해 크게 격앙하며 비토하면서 당분간 지방정가 분위기는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1월 중에는 임시회가 없으나 예산관련 논의시도는 이번 예산파국 논쟁이 진정국면을 보이면 바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추경안은 세입 요인이 있을 때 행해지는데, 빠르면 5~6월, 늦으면 9월 이후에 편성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2~3월 중 조기 추경안이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삭감된 제주도정도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추경편성이 당면한 가장 급한 과제로 떠안게 된 반면, 도의회도 내심 제주도정의 조기 추경편성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1680억원을 삭감하면서 증액항목에 '내부 유보금'을 만들어 묶어둔 것은 이를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추경안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이 삭감분은 세입 조정을 통해 완전히 삭감해야 하나 도의회는 차후에 재원활용이 가능하도록 '내부 유보금'을 만들었다.

'내부 유보금'을 재원으로 해 추경안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의회와 사전협의를 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 세입 예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도정이나 의회 모두 '조기 추경'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조기 추경 편성과정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예산제도 개혁 문제 등이 떠오를 수 밖에 없어, 또 한차례 공방이 예상된다.

어쨌든 그동안 문제로 제기됐던 제주도정 예산편성 과정에서의 선심성 논란, 그리고 의회 계수조정에서의 '증액잔치' 논란은 결국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삭감이란 맞불대응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도의회도 마지막에는 '증액예산'에 대한 사심을 모두 내려놓으며 원칙을 표명하고 나선 만큼, 이번 예산 수정안 통과가 앞으로 예산제도 개혁의 새로운 기점이 될지, 아니면 감정적 갈등대립의 파국을 더욱 심화시킬지 세밑 지방정가의 흐름이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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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14-12-31 13:15:28 | 59.***.***.87
둘다 제주도를 위해서 몸과 마음을 바쳐 열심히 한다고 한다.
아마 그러겠지...
그려면서도 자기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자기가 옳다고 한다.
그것도 도민을 위한거겠지??
서로의 대화와 중재가 필요함에도 자기만 옳고, 자기말만 들어라 한다.
역시 도민을 위해서겠지.
도민을 위한 양 정치인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