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상 받은 베테랑 유치원 교사, 그녀가 빛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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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상 받은 베테랑 유치원 교사, 그녀가 빛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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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사랑의 사도상' 유아부문 첫 수상 강현심 수석교사
26년만에 첫 유아교육계 수상..."유치원 교사 많이 응원해주세요"

최근 육지부 한 유치원 아동학대사건 뉴스가 전해지면서, 현장에서 묵묵히 유아교육에 열정을 바쳐 온 교사들의 마음은 어느때보다 멍울져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 '베테랑 유아교육가'의 수상소식은 제주유아교육계에 희망이자 기쁨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제26회 제주특별자치도 사랑의 사도상' 시상식에서는 올해 처음 신설된 유아.특수교육부문 첫 영예의 수상자로 삼성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강현심 수석교사(55)가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26년 만에 유치원 교사들이 진정한 교사로서 인정받은 듯한 느낌에 상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는 강 교사는 "어깨가 무겁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전했다.

내년이면 교단에 선 지도 꼭 30년. 수석교사로서 여전히 트랙 위를 달리고 있는 강현심 교사를 22일 오후 삼성초 병설유치원에서 만나 봤다.

'제26회 제주특별자치도 사랑의 사도상' 유아.특수교육부문 첫 수상의 영예를 안은 삼성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강현심 수석교사. <헤드라인제주>

"교직생활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유치원 교사를 '아기업개'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아기만 잘 보면 된다는 식이었죠. 그런데 아녜요. 유치원에서 체계적인 인성교육이 이뤄져야만 초.중등학교에서 제대로된 지적교육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1979년, 담임선생님 추천으로 유아교육과에 진학하게 된 강현심 교사는 졸업 후 4년 뒤 20대 1의 경쟁률을 뜷고 임용고시에 최종 합격해 교사로서의 첫 발을 뗐다. 이어 근무처를 발령받는 데에도 꼬박 2년이 걸렸다.

그렇게 현장에 대한 갈증을 느껴왔던 강 교사는 당시 유치원 교사에 대한 사회의 인식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단순히 '아기 보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아직까지 유치원 교사들에게 이것저것 배제되는 여러 문제들도 남아 있지만, 최근 유치원에서부터의 인성교육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유.초.중.고등교육이 함께 걸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초임 때 자폐를 앓고 있던 아이가 있었는데, 이제는 훌쩍 자라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있어요. 시커먼 인형을 안고 구석에 안고 있는 자신을 안아주고, 지저분하다고 놀림당하는 자신을 지켜줬던 제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면서... 소외된 아이들을 더 많이 안아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죠."

강 교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초임 때라 자폐에 대해 깊게 이해하지 못한 채 나름대로 사랑만 전했던 게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 지금 같았으면 좀 더 제대로 관리를 해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그녀였다.

자신이 아닌 다른 교사들이었어도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그녀는 모든 유치원 교사들이 편부, 조부가정의 아이들과 같은 소외아동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강 교사는 그 동안 수업연구와 장학자료 개발.보급과 시범학교 운영, 혼합연령 방과후과정 개선, 수준별 교재교구 개발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그녀는 "행사나 성과와 같은 '반짝'한 것들은 보여지는 것일 뿐"이라며, "그것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강현심 수석교사가 이석문 교육감으로부터 '제26회 제주특별자치도 사랑의 사도상' 을 받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26회 제주특별자치도 사랑의 사도상' 시상식. <헤드라인제주>

"유치원에 수석교사가 있다는 건 모르셨죠? 수업도 하고, 수업컨설팅, 교과연구 등을 하고 있어요. 승진 보다는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끼고 싶더라구요. 선생님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에서도 뭔가 도울 게 없을까 해서 수석교사를 선택하게 됐죠."

강 교사는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연구해보겠다는 소신으로 1989년부터 4년 동안 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하기도 하고, 2007년부터는 사회복지에 관심이 생겨 3년 동안 야간으로 복지대학을 다니기도 했다.

대학원을 다닐 때에는 오전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비행기를 타서 서울에서 수업을 받았고, 다시 막 비행기를 타서 제주에 내려와 다음날 출근하는 식으로 하루를 보낼 정도였다고. 최근에도 5년 동안 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과에서 강의를 펼치기도 한 그녀였다.

다방면에서 활동해 왔던 그녀는 무얼하든 본업은 교사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그렇게 그녀는 언제나 학교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머물고 있다.

"유치원 수석교사를 늘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이쪽 저쪽에서 필요하다고 아우성인데 3년 동안 추가선발이 없어서... 최근에는 수석교사 선발중단 얘기가 나오면서 '물 위 기름'처럼 돼버린 기분도 들어서 아쉬움도 있어요."

'수석교사제'는 일반 교사가 교장.원감, 교감.원장 자격을 취득하지 않고, 정년까지 수업, 장학, 신규교사 지도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제주지역의 경우 강 교사가 소속돼 있는 삼성초 병설유치원과 월랑초 병설유치원에 각각 1명씩 배치돼 현재 총 2명의 수석교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2명은 100여개의 공.사립 유치원의 교육과정 및 수업 컨설팅, 그 외 연수강사 등으로 하루가 어떻게 끝나는지 모를 정도라고. 그래도 제주지역 '대표선수격'으로 전국에서 활동하면서 나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그녀였다.

"승진이요? 별 관심 없어요. 현장에서 제 경험을 나눌 수만 있다면 그뿐인 걸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강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짧은 말을 전했다.

"유치원 교사를 믿어주세요. 더러는 학부모님들 기대에 못 미치는 분들도 있을 걸로 생각해요. 그런 부분도 학부모님들에 넓은 아량으로 배려해주신다면 교사들도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올라 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유치원 교사들을 많이 응원해주세요." <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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