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사랑' 전해요"...자폐아동이 펼치는 감동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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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사랑' 전해요"...자폐아동이 펼치는 감동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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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폐인사랑협회 '송년 재능발표회' 열려

눈이 소복이 쌓인 제주대학교 한 켠, 사랑을 노래하는 자폐아동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1일 오후 4시 제주대 글로벌하우스에서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지부장 김부찬)가 마련한 '송년재능발표회'가 열린 것.

이날 발표회를 찾은 100여명의 자폐아동들과 부모들은 연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모두들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내일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이날 재능발표회에서 그 동안 갈고 닦은 연주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오늘을 위해 하루에 코드 하나씩, 하루에 한 마디씩 연습해 왔던 이들이다. 이들의 눈길과 손길, 또 이들을 바라보는 어머니, 아버지들의 마음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눈이 소복히 쌓인 제주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송년재능발표회'.<헤드라인제주>
윤성필 씨가 기타교사 신원철 씨와 함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연주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캐논 변주곡'을 연주하고 있는 윤성필 씨.<헤드라인제주>

첫 무대를 장식한 주인공은 자폐증 환자로는 최초로 올해 제주한라대 음악과에 입학한 윤성필 씨.

기타를 들고 나선 성필 씨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과 '캐논 변주곡'을 멋지게 연주해 냈다. 그에게 악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듀엣으로 나선 선생님과 눈빛을 주고 받으며 호흡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해 보였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쑥쓰러운 표정짓기도 했던 성필 씨. 소감을 물으니 "성필이 잘했어요? 잘했죠? 참 잘했어요"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우더니 연신 만족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름보다 '성필이 아버지'로 불리는 게 익숙하다던 성필 씨의 아버지는 연주를 지켜보며 "역시 윤부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이 기타를 좋아해서 한 번 배우도록 해봤는데, 아들도 역시 좋아하며 잘 따라왔다고.

성필 군과 듀엣을 펼친 신원철 씨(40, 삼도1동)도 "자폐증이 있는 학생을 지도해 본 적은 없었는데, 잘하지 않아도 스스로 원하는 만큼 연주해내는 성필 군의 모습에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21일 오후 4시 제주대 글로벌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송년재능발표회'.<헤드라인제주>
무대에 나서기 전 박정준 군과 정준 군의 어머니가 클라리넷을 살펴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클라리넷을 들고 무대로 나선 박정준 군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연주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클라리넷을 들고 무대로 나선 박정준 군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노래했다. 연주가 끝나갈 즈음에는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박 군은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다. 이에 회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그런데 박 군이 "여자가 좋다"며,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 나오는 '여자의 마음'을 이어 연주하기 시작했고, 이에 회원들도 박장대소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직전 곡 보다 연습량은 충분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연주하려는 정준 군의 모습에 회원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정준 군의 어머니인 이진영 씨(48, 노형동)는 "정준이가 사춘기라서 요새 사랑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여자의 마음'을 선곡한 것 같다"며, "원래 한 곡만 연주하기로 했었는데 친구들이 다들 연주하니까 자기도 연주를 더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웃어 보였다.

멋진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인 고은강 양의 무대도 인기였다. 특히 은강 양의 경우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까지 함께 응원에 나서 훈훈함을 더했다. 할머니께서는 손녀가 연주하는 내내 두 손을 모으며 기도하기도.

은강 양은 실수 없는 멋진 무대를 마치고 "재밌었어요. 힘들지 않았어요. 연주는 언제나 즐거워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고은강 양이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고은강 양이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손녀의 무대를 두 손 모아 지켜보고 있는 고은강 양의 할머니.<헤드라인제주>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가 송년행사를 마련한 것은 이번 행사가 처음. 올 한 해 해 왔던 일들을 정리하고, 자폐아동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하기 위해 개원 3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이를 기념해 자문위원 위촉도 이뤄졌다. 자문위원에는 그 동안 자폐아동의 복지증진을 위해 힘 써온 김경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구좌읍.우도면)과 박동수 제주아라로타리클럽 회장이 위촉됐다.

이 외에도 제주지부 자문위원인 강경식 의원(무소속, 이도2동 갑)과 원희룡 제주지사의 부인 강윤형 씨도 이날 송년행사에 참석해 송년과 새해인사를 전했다.

송년재능발표회가 끝나고, 김준곤 부지부장도 새해 다짐을 밝히며 당부의 말도 전했다.

김 부지부장은 "자폐아동들은 스스로 자신의 장애를 인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문제 의식을 표현하지도 못한다. 자폐장애 만큼은 부모가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자폐아동협회가 아닌 자폐인사랑협회다. 새해에는 자폐아동 가정이 행복할 때까지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을 밝혔다.

이어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부모님들께서 밝히길 꺼려하는 자폐아동들이 많다"며, "이런 행사를 통해 자폐는 소리내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전했다.<헤드라인제주>

김경학 의원이 김부찬 지부장으로부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자문위원 위촉장을 전해 받고 있다.<헤드라인제주>
21일 오후 4시 제주대 글로벌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송년재능발표회'.<헤드라인제주>
21일 오후 4시 제주대 글로벌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송년재능발표회'.<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원희룡 제주지사의 부인 강윤형 씨가 21일 오후 4시 제주대 글로벌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039;송년재능발표회&#039;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lt;헤드라인제주&gt;
원희룡 제주지사의 부인 강윤형 씨가 21일 오후 4시 제주대 글로벌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송년재능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강경식 의원이 21일 오후 4시 제주대 글로벌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039;송년재능발표회&#039;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lt;헤드라인제주&gt;
강경식 의원이 21일 오후 4시 제주대 글로벌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송년재능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21일 오후 4시 제주대 글로벌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039;송년재능발표회&#039;.&lt;헤드라인제주&gt;
21일 오후 4시 제주대 글로벌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송년재능발표회'.<헤드라인제주>

김부찬 지부장이 21일 오후 4시 제주대 글로벌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039;송년재능발표회&#039;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lt;헤드라인제주&gt;
김부찬 지부장이 21일 오후 4시 제주대 글로벌하우스에서 열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송년재능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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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르미 2014-12-22 09:17:58 | 211.***.***.38
근데 페이스 북에 기사 올렸는데 사진이 안올라오네여~~~

아보르미 2014-12-22 09:15:26 | 211.***.***.38
따뜻한 기사입니다.
아이들의 눈망울~
두손 모은 할머니의 주름진 눈가~~
함께하는 모든 이들의 간절한 손모음~~~
서로에 대한 위로와 격려~
내일은 좀 더 나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미소들~~~
헤드라인ㄱ족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오미란 기자님 고마워요~~~^^

john 2014-12-22 08:40:52 | 203.***.***.112
장애아동 가족에 힘을 주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