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인사잔치...'변화'도, '혁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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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인사잔치...'변화'도, '혁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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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공공기관장 인사, 혹평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
화려한 말의 성찬의 초라한 '뒤끝'..."그 나물에 그 밥"

예고편이 지나치게 과대포장됐던 것이었을까.

지난 9월11일, 전례없는 '일괄사표' 수리로 파격적 혁신을 예고하며 이뤄졌던 공공기관장 6명의 전면적 교체인사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이났다.

제주에너지공사 이성구 사장, 제주도개발공사 김영철 사장, 제주발전연구원 강기춘 원장, 제주도중소기업지원센터 현광식 본부장, 제주신용보증재단 강태욱 이사장, 그리고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손정미 대표이사.

2개월 여간 '인사 이벤트'가 진행돼 왔지만, 도민의 눈높이는 단 한번도 맞추지는 못했다. 매번 혹평이 쏟아졌다. 원희룡 지사의 인사에는 언제나 '보은인사', '코드인사' 논란은 물론 특정그룹이 좌지우지하는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도의회에서는 원 지사 주변의 특정그룹을 일컫는 소위 '송.일.교'라는 용어까지 등장시켰다.

인선된 각 개인의 능력여부를 떠나, 또 이러한 꼬리표의 진실여부를 떠나, 원 지사의 인사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원희룡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선의 과정과 내용에는 혁신이나 변화가 없었다. '그 나물에 그 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도민사회로부터 "역시 원희룡이다"라는 공감을 얻어내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임도정과 다른 '특별함'도 찾아볼 수가 없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기자실을 찾아 인사와 관련해 떠도는 소문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원희룡이라는 사람은 누구의 말을 맹목적으로 듣거나 누구의 추천을 맹목적으로 써서 제 혹을 달고 제 발등을 찍고가는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현재 나돌고 있는 인사에 대한 혹평은 '지나친 저평가'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지금까지 터져나온 일련의 인사 불신이 왜 형성됐는지 그 요인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데서 나온 해명은 아닐까.

특정그룹 주도 논란이 인사평을 더욱 악화시킨 기제가된 것은 사실이나, 말 따로 행동 따로 식의 오락가락한 인사방침,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원 지사가 인사를 통해 혁신이나 변화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데 있다.

이것이 이번 인사논란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지난 9월11일 발표했던 공공기관장 전면교체 '방침'은 제대로 이행된 것이었나 라는 점에서는 큰 의문을 남겼다.

당시 원 지사는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 식이 아니다"라는 표현까지 쓰며, 앞으로 후속인선도 '경영능력'과 '전문성'을 위주로 해 인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전문성 있는 인사를 모셔오겠다고도 했다.

이번 6명의 교체카드는 이 말에 얼마나 부합하는 인사였나를 먼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임기가 남아있는 기관장들로 하여금 전례없이 사표를 받으며 교체하겠다고 했으나, 도민들은 당시 원 지사의 이 발표에 토를 달지 않았다. 인사방침에 대한 묵시적 동의 내지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이 인사방침은 폐기된 듯, 원칙화되지 않았다. 원희룡 지사 스스로 제안해 행해진 도의회 인사청문회 검증결과도 무시되기 일쑤였다.

제주에너지공사와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이유야 어쨌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의 내용의 흐름은 사실상 '부적격'이었다. 그런데도 원 지사는 임명을 강행했다.

정말 임명을 강행하고 싶었다면 적절한 이유도 필요했을 법한데, 가타부타 설명도 없었다.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을 임명할 때 '사장의 장기간 공백에 따른 업무연속성 차질 우려 감안'이란 말이 전부다.

손정미 대표이사 임명은 인사청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순을 밟았다. 에너지공사 사장 임명 때에는 하루이틀 '고민의 시간'이라도 가졌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보고서의 내용이 비록 '부정적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어디를 봐도 '부적격'이라는 직접적 표현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 제주도정이 밝힌 임명강행의 명분이다. 이 뒤끝 작렬의 변명은 정말 민망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다.

최소 원 지사라면 자신이 표방한 방침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서라도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적임자를 찾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야 했다.

보고서 내용을 접한 도민들 대부분이 '부적격'으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제주도정만 아전인수격 해석하며 '적격 무방'이라는 억지위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도민들에게 약속했던 '인사방침'을 왜 토대로 해 왜 그를 대표로 임명해야 하는지 설득조차 하지 않았다. '원희룡 인사스타일'의 초라한 뒤끝 작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했으면 해당 기관에서조차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과에 대해 언론홍보를 하는 것을 주저했을까.

이번 공공기관장 임명은 한마디로 '내가 해야 로맨스' 식의 억지성 포장에 다름없다. 화려한 말의 성찬에 진정성은 크게 의심받게 됐다. 방침 발표 따로, 행동 따로 식의 '이중적 액션'은 도민들의 신뢰를 크게 저버리게 한다.

무수한 말을 쏟아냈던 '9월11일 기자회견'은 결국 한낱 이벤트였던가.

그럴듯하게 발표됐던 '방침'을 스스로 부정하는 상황을 만들면서, 인사불신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 스스로 제안해놓고 시행한 인사청문회 결과마저 부정하면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대두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도민들 입장에서는 농락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억울하다", "저 그런 사람 아니다"는 어줍은 해명이 아니라, 인사논란 본질에 대한 납득할만한 깔끔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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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우롱 2014-12-08 17:03:02 | 59.***.***.175
도민들이 짝사랑하고 있는한 원지사는 지잘났다고 개춤을 추겠지요.
송일교.조배죽 핵심맴버들이 딸랑딸랑 하고 있으니까요.ㅋㅋㅋ

말의 가벼움 2014-12-08 14:51:11 | 112.***.***.11
자꾸 말만 요란스럽게 하고 말에 책임은 지지 않는 모습이 정말 실망스럽다. 진정성 없는 이벤트 정치는 중단되어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