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자습 몰라? 엎드려!"...중학교서 무슨 일?
상태바
"점심자습 몰라? 엎드려!"...중학교서 무슨 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사시간 '단 15분'...'0교시' 보다 혹독한 '점심자습' 논란
급식실 연일 '밥 빨리 먹기' 대소동...학생들 "헉, 헉"

"점심시간에 쉬는 게 '맞을 짓'이라니...이게 다 '점.자' 때문이에요"

점심시간 전 마지막 수업인 4교시가 시작되자 학생들의 눈이 바빠진다. 10분이 꼭 한 시간 같은지 시계 분침확인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점심시간이 10분 앞으로 다가왔을 땐 오른발까지 간지럽다. '3, 2, 1, 땡!' 마치 첩보작전을 벌이듯 눈길을 주고 받던 학생들은 '딩동댕' 종이 울리자 교실 밖 급식실로 내달린다.

학생들이 단순히 배가 고픈 것이라 짐작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대입보다 고입'이라 불릴 정도의 제주 고입전쟁에서는 점심시간 역시 치열한 학습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점심 자율학습'. 학생들 사이에서 '점.자'라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현재 일부 학교의 경우 학생들로 하여금 30분은 점심시간, 30분은 자율학습시간으로 활용토록 강제하고 있다. 심한 곳은 점심시간이 15분일 정도. 자습에 늦거나 참여하지 않으면 벌점, 체벌, 청소 등의 불이익도 가해진다. 어느 날에는 뜬금 없이 보충수업, 점심특강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생들의 건강권 보장은 물론, 교사들의 효율적인 수업진행을 위해서도 '점심자습'이 금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부모들의 여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고입이 치열하다고 하더라도 한창 클 아이들에게 점심은 제대로 먹여야 하잖느냐는 입장이다.

◆ 최고 15분까지 줄어든 점심시간..."점.자에 늦으면 엎드려 뻗쳐!"

제주시 모 남자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와 B군은 오후만 되면 속이 더부룩하다. 밥을 너무 급하게 먹었는지 영 소화가 잘 안 되는 모양이다. 두 학생에게 소화불량은 일상이 됐다.

이 학교의 점심시간은 12시 30분부터 45분까지 총 '15분'. 1시부터 시작되는 점심자습까지 15분의 여유가 있긴 하지만, 운동장에 나가 축구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꼼짝없이 책상으로 향한다. '점자지옥'이 따로 없다.

"점자에 늦거나 빠지면 '엎드러 뻗쳐' 하고 1m 되는 몽둥이로 엉덩이를 맞아요. 또 종례 끝나면 청소까지 해야 돼요. 애초에 '맞을 짓'을 안 하면 되긴 하는데... 그런데 점심시간에 쉬는 게 '맞을 짓'이예요? (웃음)"

허탈한 표정의 두 학생이었다. 해당 학교에서는 고입대비 목적으로 점심자습을 운영하고 있고, 남학생들이 비교적 밥을 빨리 먹기 때문에 15분의 점심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중학교에 재학 중인 C양(16)은 지난 가을 교내방송으로 전해진 3학년 부장교사의 말에 두 귀를 의심했다. 급식실에서의 새치기가 너무 심해 며칠전 한 여학생이 넘어져 깔렸으니 '점심자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었다. C양은 교사들의 '무논리' 강제자습에 실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선생님들께서 9월부터는 수요일 점자를 빼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며칠 안 돼 급식실에서 사고가 난 거죠. 바로 원상복귀 됐어요. 줄어든 점심시간 때문에 학생들이 몰리다 결국 사고가 터진 건데 왜 계속 점자를 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돼요."

이 학교 3학년 부장교사는 "3월부터 점심자습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점심자습은) 5교시 수업에 제대로 들어가기 위해 일찍 들어오라는 개념이다. 우리학교 운동장은 좁아서 운동도 할 수 없다. 입시도 준비할 겸 점심자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의 점심자습시간은 30분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점심 20분 특강까지 운영하며 학업부담을 주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 아이가 모 중학교에 다니는데, '점자'라고 불리는 점심 자율학습을 한다는 거예요. 심지어 점심 특강을 20분 정도 하는데, 따로 신청을 하래요. (점심시간에) 돈을 따로 내고 수업을 들으라는 거죠"

학생들에게 점심자습은 '0교시' 보다도 더욱 혹독하게 다가오는 듯 한 모양새다.

◆ "점심자습은 학생의 건강권 침해...교육청 결단 내려야"

보통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점심시간은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1시간 정도. 그러나 위와 같은 점심자습이 도입될 경우 학생들의 점심시간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성인인 직장인들도 근로기준법에 의해 1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창 성장기인 중학생 청소년들이 15~30분 만에 식사와 휴식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흐름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장은 "학생들이 영양분을 천천히 섭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식사시간을 보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에 압박을 가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체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아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무시된 상태에서 점심자습이 이뤄졌을 경우에는 학습력 저하 등의 부적응 사례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제주지역의 경우 제주 시내 인문계고 진학을 위한 중학생의 입시경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는 개별 학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주도교육청은 학생들의 학업 부담 및 경쟁 완화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제주도교육청은 교육감 공약실천의 일환으로 이달 중 중학교 점심자습에 대한 실태조사에 돌입, 내년 안으로 제주도내 총 45곳 중학교를 대상으로 점심자습을 전면 폐지할 계획을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점심시간의 경우 교육과정 운영 외의 부분이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향후 학생들의 휴식권과 자율활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점심자습을 지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지나가다 2014-12-01 15:30:39 | 122.***.***.109
어느학교이고 교장이 누구인지 밝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