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vs 원희룡 도정, 예산안 정면충돌...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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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vs 원희룡 도정, 예산안 정면충돌...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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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예산편성 사전협의 거쳐라"...道 "그건 안될 말"
핵심은 '의원 1인당 20억원 배정'?...원 도정 첫 예산편성 '난관'

제주특별자치도의 2015년도 새해 예산안 편성을 둘러싸고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원희룡 제주도정이 정면충돌했다.

14일 제주도의회가 예산편성 이전에 의회와 사전협의를 거칠 것을 촉구하자, 제주도당국이 곧바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맞서, 두 기관의 관계가 급속히 경색되고 있다.

겉으로는 '예산 사전협의'지만, 도의회 몫 배정이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이날 정면충돌은 구성지 의장이 이선화 의회운영위원장 등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 새해 예산안 편성과정에 사전협의를 거칠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과 이선화 의회운영위원장이 14일 제주도의 예산편성에서 사전협의를 거칠 것을 요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구성지 의장 "예산편성 관행 깨고, '예산 협치시대' 열어야"

구 의장은 "지금까지 예산은 집행부가 편성권을 갖고 의회는 이를 심사하고 의결하는 권한을 행사했었다"며 "예산편성은 도지사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지역의 건의사항, 도지사 공약사항 중심으로 편성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구 의장은 "이 과정에서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 의원들이 지역주민 의견수렴의 결과를 토대로 예산편성을 요구하면 예산편성권 침해라며 아예 비토하거나 지역구 챙기기라고 하고, 선심성 예산이라고 매도해버렸다"며 "그러다보니 예산에 의원들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전혀 반영시키지 않았고, 결국 의회심의 과정에서 대폭 손질돼 증감되는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민들께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로 비춰지고, 도정 역시 '선거예산'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며 "예산편성의 관행을 혁신해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 의원들의 수렴한 지역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미리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예산의 협치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편성 지침 만들기 이전에 의회와의 사전협의 △일정규모의 예산 범위 내 의회 의견 반영 △중기지방재정계획 수립 이전의 사전협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준 상임위원회 운영 △예산편성 정책협의회 제도 운용 등을 정식 제안했다.

구 의장은 "도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와 의원들이 현장에서 주민들로부터 건의 받은 생생한 민생의 소리가 무엇인지를 먼저 듣고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주의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예산을 투입해야 할 곳이 어딘지, 좀 천천히 투자를 해도 될 곳은 어딘지, 불요불급하거나 중복투자, 예산이 낭비되는 것은 없는지 터놓고 협의하자는 것"이라며 "도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의 의원들이 예산편성 이전에 협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행위로, 예산편성권 침해가 아닌 그 이전의 문제"라고 역설했다.

그는 "도지사가 수렴한 의견은 되고, 의원들이 수렴한 의견은 안 된다면 이것이 비정상이다. 이런 비정상을 바로잡는 것이 바로 예산의 협치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제주도 '수용 불가'..."예산 편성권과 심의권은 엄연히 구분"

이 기자회견이 끝나자 마자, 제주도당국은 사전에 예견했던 일인 듯 곧바로 브리핑을 갖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박영부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제주도의회의 예산편성권 공유 요구는 예산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예산편성지침은 지방재정법 제38조에 의거 매년 7월말까지 지침을 만들어 지방자치단체에 시달하면 이를 근거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므로 예산편성지침 작성 이전에 의회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은 불가능한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박 실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은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제도적으로 명확하게 편성권과 심의권이 구분되고 있다"며 "과거에 흔히 '재량사업비'라는 명분하에 일정액의 재원을 배분했던 관행이 있었지만, 2008년부터 도입된 사업별 예산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2012년부터 이러한 제도가 폐지됐다"고 강조했다.

중기지방재정계획을 의회와 사전 협의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그동안 중기지방재정계획은 예산안 제출 이전에 지방의회에 보고해 왔으나 2014년 5월 28일 개정된 지방재정법에 의하면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지방의회에 제출토록 변경됐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열악한 재정여건 속에서도 도민 여러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도정과 도의회의 입장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도민들의 숙원사업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균형있게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예산편성에 대한 도의회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법률적으로 분리된 예산 편성권과 심의권을 한꺼번에 행사하는 것은 모순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박 실장은 "예산편성권의 배분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의회에서 집행부에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법 상으로 주어진 권한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행해지던 예산심의 과정에서의 '지역구 챙기기'식 예산을 투명화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모든 것을 오픈해서 하는게 좋은 것인지는 살펴봐야겠지만, 재원은 적은데 요구는 많은 상황이다. 예산 담당 직원들이 충분한 토의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 그걸 오픈해서 새로운 갈등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 핵심은 '의원 1인당 20억원 반영'?..."의원 몫 800억원 안될 말"

예산편성 사전협의를 놓고 두 기관이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도의회의 이번 제안 배경에는 그동안 암암리에 이뤄지던 의원 재량사업비 성격의 '주민숙원사업비' 규모와 관련한 줄다리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주민숙원사업비는 감사원의 '불가' 회신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한 비밀로 이뤄져왔는데, 보통 의원 1인당 민간경상보조금과 민간자본보조 등을 모두 합쳐 3억3000만원 정도가 편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의회는 최근 이 주민숙원사업비를 10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또 의원별로 현안사업비로 10억원 범위 내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제주도에 요구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의원 1인당 총 20억원을 반영토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체 의원 수가 41명인 점을 감안하면 82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는 제주도 가용재원 규모가 4000억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20%에 육박하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제주자치도가 '예산 사전협의'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업 투자순위 및 사전검토의 순수한 의미 보다는 의원 요구예산의 반영이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부 실장은 "올해 제주도의 가용재원은 4000억원에서 5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는데, 순수하게 도민들이 민원성으로 들어오는 사업들이 분배되기 때문에 의회에서 요구하는 의원당 20억원, 800억원 가량의 예산은 너무 많지 않느냐는게 제주도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각 지역에서 민원성 사업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개별적으로 수용하고, 시나 읍면동에서 들어오는 예산 요구내역과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의회의 제안에 대해 곧바로 '수용 불가'로 일축시키면서, 두 기관간 예산갈등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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