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공직자의 아름다운 동행 "소중한 인연 맺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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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공직자의 아름다운 동행 "소중한 인연 맺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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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제주-제주도청공무원노조, 장애인 함께하는 '스토리기행'
함께 동행하며 장애인 불편사항 공유..."우리 내년에 또 봐요"

함께 길을 걷는다는 뜻의 '동행'은 해를 거듭할수록 의미를 더했다. 햇수로 4년째를 맞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진 동행은 올해도 어김없이 설렘과 함께 따뜻함을 안겼다.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때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커져간다"는 고백은 행동으로 묻어 나왔다. 조심스럽기만 하던 도움의 손길은 능숙하고 자연스러워졌다.

휠체어가 오가기 힘든 좁은 입구도, 목발을 짚기 부담스러운 높은 계단도 기댈 수 있는 팔 하나면 충분했다.

인터넷신문 헤드라인제주와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고재완)이 주최하고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회장 부형종)가 공동 주관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이 11일 열렸다.

매해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진행되는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는 이동권의 제약을 받는 장애인들의 눈높이에서는 어떠한 불편요소가 있는지를 찾아보고, 그 개선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오전 제주시 종합경기장 공터로 속속 모여든 동행팀은 손을 맞잡으며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하늘도 동행팀의 발걸음을 도왔다. 이날 남쪽 먼 바다에서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는 예보가 있어 혹여 비라도 올까 걱정을 했지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를 보였다.

다만, 풍랑이 높아 애초에 산방산유람선 투어 일정은 '더 마 파크' 공연 관람으로 선회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헤드라인제주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참가하신 모든 분들이 소중한 의미를 갖고 좋은 인연을 맺기를 바란다"며 "장애인의 인권을 확대하고, 이동권의 제약이 없는 날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고재완 제주도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오늘 행사가 여러분들과 저희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내딛는 발걸음이 되고, 앞으로도 더 큰 행복사업들로 이어져서 따뜻한 사회, 행복한 사회를 이룰 수 있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형종 지체장애인협회장은 "지체장애인을 위해 매 해마다 좋은 행사를 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가 되길 거듭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하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출발 전 동행팀을 격려하며 간식거리를 전달했다. 해마다 전세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직접 봉사에 나선 사단법인 전세버스운전자협회 강정필 회장과 김철민 총괄이사도 동참했다.

# 이동시간도 '웃음만발'...항공우주박물관 화려한 영상 눈길 '확'

첫 행선지로 이동하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공무원노조의 '입담꾼'들의 레크레이션으로 인해 버스 안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1호차에는 강문용 사무총장이, 2호차에는 한제택 전 수석부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를 주도했다. 간단한 자기소개 시간과 퀴즈 게임으로 푸짐한 상품권이 주어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첫 행선지는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운영하는 이 곳은 항공과 우주를 테마로 하는 '에듀테인먼트' 시설이다.

익히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체험시설과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돼 동행팀의 발걸음을 유혹했다.

특히 360도 전방위적으로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상영된 '5D 써클비전'의 화려한 영상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2~3명씩 짝을 지은 동행팀은 행여나 구경하지 못할 곳이 있을새라 바삐 돌아다니며 여러가지 즐길거리를 찾아다녔다.

항공우주박물관에는 여분의 휠체어가 비치돼 있었고, 장애인화장실도 남성용과 여성용이 구분돼 있어 장애인들의 편의를 도왔다.

# "몸도, 마음도, 생각도 즐거워~" 나무그늘 여흥 만끽

박물관 관람 후 인근 식당에서 옥돔 정식으로 점심 식사를 마친 동행팀.

나무그늘을 찾아 자리를 잡은 이들은 뒤로 펼쳐진 산방산의 절경을 만끽하며 서로 인사를 나누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제주시 연동과 노형동 장애인들의 대표인 분회장을 맡고 있다는 강일순씨(62)는 "저도 10년간 척추를 다쳐서 꼼짝 못하고 누워있었는데, 장애인들은 이런 날이면 혼자서는 두렵고, 바깥 출입하기가 어렵다"며 "모든 분들이 도와주셔서 몸도, 마음도, 생각도 즐겁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고매자씨(51)는 "아름다운 동행은 두번째 참여하는데, 얼떨결에 나오긴 했지만 너무 즐겁다"며 "아는 분도 있지만, 모르는 분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고 말했다.

진행을 도맡은 공무원노조 관계자들은 장애인들이 어려운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요청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다 노조 간부들"이라며 '듬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군 복무중 특박을 나온 와중에도 어머니를 따라 참여한 이익한씨(22)도 흐뭇함을 더했다. 그는 "특박을 나와 정말 좋은 시간이 된 것 같다. 남은 시간도 더욱 더 좋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간단한 소개에 이어 몇몇 참가자들이 자청해 흥겨운 노래자랑이 펼쳐진 것도 이날 동행의 백미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 아찔한 마상공연에 탄성..."동행 멈추지 말아주세요"

마지막 여정인 제주시 한림읍 소재의 라온 '더 마(馬) 파크'는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일대기를 다룬 '천년의 제국, 고구려' 공연을 선보였다.

기마공연단원들이 자유자재로 말에 오르내리며 펼친 공연은 동행팀의 탄성을 자아냈다. 말 위에서 두발로 서는 것은 물론 저글링과 덤블링, 물구나무서기까지 아찔한 몸놀림을 자랑했다.

60여필의 말이 뛰어다니며 연출한 마상 전쟁신은 긴장감을 더했고, 주몽이 부여왕 대소를 쓰러뜨리는 장면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김선천씨(63)는 "올때마다 마음이 설레고 봉사자들과 가족이 된 느낌이다. 우리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씨는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하고,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 많아 평소에 이렇게 나들이를 나오기 힘든데, 오늘은 동심의 세계료 돌아간 것 같아 행복하다. 앞으로도 동행을 멈추지 말고 이어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인철 공무원노조 대의원은 "오전에 인터넷으로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울었다. 이야기 속에서 어린이들은 매번 운동회 달리기에서 꼴찌를 하는 장애인 친구를 위해 기다렸다가 다 함께 결승점에 들어갔다"면서 "오늘 우리가 그런 자리를 만든 것 같다. 다음에도 참석해 여러분들의 손발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 동행팀은 공무원노조가 준비한 무릎담요와 농협 제주도청지점(지점장 한재현)이 준비한 롤케이크 등의 선물을 한 아름씩 안아들었다.

헤어지는 발걸음까지 아쉬워하던 동행팀은 내년 봄 새로운 만남을 기약했다.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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