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얼병원, 왜 제1호 외국인 영리병원으로 승인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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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얼병원, 왜 제1호 외국인 영리병원으로 승인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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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형근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박형근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헤드라인제주>

지난 8월 12일 정부는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불리는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서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개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135개 정책과제가 발표되었다. 그 중에서도 보건의료분야의 정책과제가 가장 으뜸이다. 보건의료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의 핵심 목표는 2013년 현재 21만 명 규모인 해외환자를 2017년에 5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이 의료민영화 정책인 이유

즉, 해외환자 유치를 확대하여 국내 서비스 분야의 활성화에 기여할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법인 메디텔 자법인, 의료법인 해외진출 특수목적 자법인 설립을 적극 지원하여 성공모델을 만들겠다는 것,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영리병원 유치 사례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 외국인 환자에 대한 국내 보험회사들의 환자 유치 허용, 가칭 ‘국제의료특별법’을 만들어 해외환자 유치를 뒷받침하는 것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정부가 발표한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보건의료 분야 세부 정책들의 경우는 얼핏 보면 해외환자 증가라는 정책 목표에 맞추어져 있어서 국내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의료민영화 정책과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의료민영화 정책에 해당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표적인 비영리 병원인 의료법인 병원과 대학병원에게 주식회사 형태의 자법인 설립을 허용해서 영리법인과 동일한 법인격을 부여해주고 있다. 둘째, 비록 외국인 투자자에 국한된 것이지만 영리법인 병원의 설립을 현실화시켜 다수의 영리법인 병원이 국내에서 진료활동을 하도록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 셋째, 해외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보험회사들이 병의원과 진료 계약을 맺고 진료의 내용과 비용에 관한 심사를 직접 할 수 있는 권한, 즉 국민건강보험이 수행하는 기능을 국내 보험회사들에게도 부여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과 내용은 그동안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이루어왔던 기존의 정부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육성하되 비영리를 원칙으로 하고, 이들 비영리 의료기관들이 국민건강보험 환자를 의무적으로 진료하도록 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를 기반으로 제도가 운영되어 왔다. 의료기관을 민간 비영리로 운영해온 근본적인 이유는 주식회사 병원에 대해서는 국가가 정하는 의료서비스의 내용과 가격을 강제할 권한을 우리 헌법이 보장해주질 않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틀 안에서 의료기관과 의료서비스의 내용 및 가격을 협상하고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제공된 의료서비스의 내용을 심사하여 그 비용을 지불할 유일한 보험자로 국민건강보험공단만을 인정해 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운영될 수 있었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들이 모두 현실화된다면 비영리법인 병원들도 실질적으로 영리법인화 할 수 있는 제도가 보장되고, 외국 투자자들이 설립한 영리법인 병원들이 늘어나게 되면, 국내의 기존 의료기관들도 영리법인으로 전화해달라는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외국인 환자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국내 보험회사들이 의료기관과 환자진료 계약 및 심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이미 3천만 명에 육박하는 민간의료보험 상품 가입자를 확보한 민간보험회사들이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환자 유치를 놓고 경쟁할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민영화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주춧돌을 놓는 것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오죽하면, 지난 12일 정부의 발표 이후 본격적인 의료민영화 추진이라는 시민사회의 반발이 일자,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담당 국장이 "자법인 설립과 국제의료특별법 제정은 보건의료 세계화를 위한 정책으로 복지부는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부작용이 없도록 하겠다"는 이야기까지 했을까? 이 와중에 제주 싼얼병원이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했다.

제주 싼얼병원 설립 허용 문제가 관심의 초점인 이유

2013년 2월 중국 천진하업그룹의 한국법인인 China Stem Cell Group이 제주에 싼얼병원이라는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설립하겠다며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미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경제자유구역에, 그리고 2006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에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의 설립을 허용한 바 있다. 당시 존스홉킨스대학병원, 하버드대학병원, 메이요 클리닉 같은 초일류 외국병원이 한국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의 유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도록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 두바이, 태국, 싱가포르 등 비슷한 정책을 추진했던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외국 영리법인 병원 유치 실적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싼얼병원의 사업계획서 제출은 정부 입장에서는 신선한 뉴스였다. 관계자들에게는 드디어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이 설립된다는 기대를 주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실상은 기대 이하였다. 왜냐하면, 개설 진료과목이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 48병상 규모의 작은 병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천진하업그룹은 중국에서 세포건강치료시스템 사업을 하는 곳으로 세포 항노화제, 세포 당뇨병 치료제, 세포암 치료, 면역력 강화 치료제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그룹은 중국에서 줄기세포 배양시설을 갖추고 제주도에 설립할 싼얼병원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현재 줄기세포 시술은 의학적 근거와 안전성이 대단히 미흡한 분야일 뿐만 아니라, 싼얼병원에서 무분별하게 시행될 지도 모르는 줄기세포 시술을 관리하고 규제할 방안이 없고, 이로 인한 영리법인 병원의 문제점만 확대시킬 우려가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1년이 넘도록 보건복지부는 싼얼병원의 설립 승인을 보류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싼얼병원 설립을 승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싼얼병원이 우리 정부의 우려를 받아들여 줄기세포 시술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첨부했다는 것을 근거로 해서, 정부는 싼얼병원의 설립을 승인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6차 투자활성화대책 중에 신약과 신의료기술 개발 촉진을 위해 ‘상업 임상 1상’을 면제할 수 있는 연구자 임상 인정범위를 현행 자가 줄기세포 치료제에서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니,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유명무실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해외환자 유치의 실체와 한계

우리나라는 2013년에 21만 명의 해외환자 유치 실적을 올렸다. 연평균 37%씩 성장하고 있으며, 2013년 기준으로 해외환자 진료수입은 3천 9백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실내용을 들여다보면, 해외환자 중에서 중증환자로 볼 수 있는 입원환자는 9.5%인 20,137명 정도에 불과했다. 전체 해외환자 중 81.8%가 외래환자이며, 8.7%가 건강검진을 받은 환자들이다. 진료비 규모만 보면 100만 원 미만을 지출한 환자가 13만 9천명으로 대부분의 해외환자들은 한국 관광을 겸해서 간단한 피부·미용 시술을 받는 환자들이거나 여행 중에 우연히 의료기관을 방문하게 된 환자들이다.

한국을 찾는 해외환자들은 알선업체를 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3년 한국을 찾은 해외환자 중 국내 환자 유치업체를 통한 경우는 2만 6천 명으로 12.6%에 불과했다. 국내의 해외환자유치업체 상당수는 개점휴업 상태라고 알려져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지에서 환자를 유치할 만큼의 네트워크가 부족하여 외국의 환자유치업체에 비해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중국 싼얼병원이 설립·운영될 때 예상되는 상황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즉, 중국 현지의 환자유치업체가 중국 현지 여행사와 연계하여 환자를 알선하고 관광객을 유치하여 중국 자본이 운영하는 숙박업체와 요식업소에서 숙식을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 자본이 운영하는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과연 외국인 영리병원이 제주도에 어떤 실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관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해외의 환자유치업체가 알선하는 환자유치를 위해 국내 의료기관이 지불하는 알선 수수료가 전체 진료비의 30% 이상으로 올라가고 있는 해외환자 유치업계의 실상을 고려할 때,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제자유구역에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해외환자 유치업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미미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성장세의 한계는 분명하다. 중앙정부의 여러 부처들이 나서서 10년 넘게 요란을 떨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차분하게 그 규모와 크기에 걸 맞는 대접을 할 때가 되었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1개 업체가 올리는 연 매출액이 1조 5천억 원을 넘어서는 나라에서 해외환자 유치를 명분으로 10년 넘게 의료민영화 논란을 일으키면서 국론을 분열시킬 정도로 난리를 피우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지 의문이다. 그 동안 정부를 중심으로 해외환자 유치에 쏟아 부은 노력과 정성, 그리고 소진된 국력을 아웃도어 산업의 세계화에 쏟아 부었다면 아마도 세계 일류의 아웃도어 업체 1-2개는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제1호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 설립을 받아들일 것인가?

이런 논란의 중심에 제주 싼얼병원 설립에 대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과 제주특별자치도 지사의 허가 건이 놓여있다. 싼얼병원이 제주도에 들어서게 된다면, 중국 모기업인 천진하업그룹으로서는 환자진료를 통한 수입 이외에도 성공적인 해외 네트워크 구축 사례를 근거로 회사의 주식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모기업의 대표인 쟈이자화 회장이 지난해 7월 경제사범으로 구속된 상태라고 하니, 제주 싼얼병원의 설립 허용은 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제주도에 미칠 실익과 상관없이 인천 송도를 비롯한 다른 경제자유구역들은 국내 제1호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인 제주도 싼얼병원을 모델로 삼아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경제자유구역의 땅값 상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인천 송도의 경제자유구역은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위한 호재로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 유치를 활용할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인천광역시의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인천지역의 경기와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인천시 당국의 고민을 고려할 때, 이는 과도한 전망은 아닐 것이다.

제주 싼얼병원 설립 허용 여부는 우리나라에서 ‘제1호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제주 싼얼병원 설립 허용이 실질적으로는 경제 효과가 거의 없으면서도 국내의 의료민영화 또는 의료영리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단초로 활용될 전망인 바, 의료민영화를 우려하는 대한민국 국민들과 제주도민들은 이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박형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 기고문은 8.25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http://www.welfarestate21.net)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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