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 사람 바꿨으나, 변화의 느낌 약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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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사람 바꿨으나, 변화의 느낌 약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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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원희룡 첫 정기인사, '변화'의 한계와 과제
회전문식 교체 '임시변통' 조직...'일중심 인사' 정말 맞나?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의 열망 속에서 출범한 원희룡 민선 6기 제주도정이 공직사회 첫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취임 한달 반만에 새로운 조직틀에서 도정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준비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성과로 평가받는 실전에 돌입한 셈이다.

'신구범, 우근민, 김태환' 전현직 도지사를 일컫는 소위 '제주판 3김'시대에 종직부를 찍고, '협치(協治)'라는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선언한 원 지사는 이번 정기인사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모토로 내세웠다.

도민들이 피부로 와닿을 수 있도록 인사를 하겠다고 예고한 그는 실제 제주도청 국장급 라인을 비롯해 4급(서기관) 이상 간부공무원의 전면적인 교체를 단행했다.

교체바람은 행정시에도 이어졌다. 읍면장에 대해서는 해당지역 출신자 임명을 배제시키는 소위 '향피제(鄕避制)'를 적용해 전원 교체했다. 동장과 본청 5급(사무관) 이상 간부공무원도 대부분 바꿨다.

예전 인사 때와 비교해 승진자는 적었지만, 인사의 폭이 매우 크게 느껴졌던 것은 이러한 간부공무원의 전면 교체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정기인사에 대해 제주도정은 선거 논공행상 및 혈연.지연 위주의 인사관행, 줄세우기와 편가르기 관행을 없애고, 오로지 일로 승부하는 공직풍토를 만들어 나간다는 원칙 아래 일과 수요자, 그리고 능력중심의 '탕평 인사'에 중점을 둔 인사였다고 자평했다.

'탕평인사'와 '일 중심의 능력인사', 이 두가지가 제주도정이 제시한 인사의 특징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포맷을 놓고 보면 이러한 인사평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종전 편가르기를 없애는 차원의 '탕평인사'에 세심함을 보였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과연 '탕평'과 '일 중심'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포맷이 맞나 라고 되물을 때 결론은 '글쎄'이다.

조직개편을 통해 명칭을 바꾸고, 인사를 통해 사람도 모두 바꾸었지만, '새로운 변화'의 느낌으로는 여전히 약하다.

이유는 명칭과 사람은 크게 바뀌었으나, 전체의 그림은 '자리바꿈'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면적 교체가 이뤄진 제주도청 국장급 라인만 보더라도 그렇다.

민선 4기 김태환 도정의 핵심인물을 중심으로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의 인물을 간간이 배치한 형국의 그림이다. 민선 4기, 5기 도정 인물에 대한 '고른 등용'에 초점이 맞춰진 성격이 짙다.

이를 좋게 말해 '탕평인사'라 칭송할 수 있어도, 엄연히 말해 도정의 변화와 혁신을 꾀할 '일 중심'의 인사라 할 수 있는 근거는 약하다.

이를테면 1차산업과 국제자유도시 및 건설교통, 국제통상 등과 같은 부서장 인사에서 전임도정에서 소외받던 공직자에 대한 안배 혹은 기존 라인을 존중한 재배치 성격이 커 보인다.

오랜 공직경륜은 무시할 수 없다 하더라도, 해당부서 근무경험을 통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행정직에서 발탁됐다는 점에서도 '전문성'의 요소가 가미된 인사라고 하는데는 무리가 있는게 사실이다.

10여개 직위의 국장급 인선 중 '파격적 인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 도지사'의 새로운 변화 의미를 주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한 두 자리쯤은 젊은 고참서기관에서 파격적 발탁도 있을 법 했으나, 결론은 '유보'였다.

민선 6기 도정이 핵심인 국장급 인사가 새로움 내지 신선함을 주지 못하면서, 도청 4급 과장급 인사와 행정시 읍면동장 및 본청 과장급 인사 역시 회전문식 교체라는 혹평도 적지 않게 나온다.

대외적으로 '탕평인사'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민선 4, 5기 전임도정의 인물들을 요소에 배치시키는 억지그림을 그리다 보니, 과장급이나 읍면동장은 업무능률이나 생산성 향상과는 별개의 의미없는 교체대상이 되고 말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전면적 교체를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흐트러진 조직분위기를 추스르고 쇄신할 수 있는 기제는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인사로 새롭게 구축된 조직이 과연 원 도정이 추구하고자 하는 '협치'라는 새로운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추동조직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원 지사가 파격적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는 대규모 개발사업 등과 관련해, 기존 정책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공직자들이 다시 '새 정책'의 잣대를 제시하며 설득하는 기이한 상황들도 예견된다.

지난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요인인 '세대교체론'을 통한 변화의 열망과는 거리가 있는 인사였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듯 싶다.

젊은 도지사의 탄생, 그리고 조직개편을 통해 부서명을 모두 바꾸고, 사람도 모두 바꾸었지만, '새로운 변화'의 혁신인사로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은 크게 남는다.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식의 임시변통 조직은 '내년 1월'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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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미래 2014-08-19 08:45:13 | 112.***.***.51
정곡을 보고 지적한 기사네요. 앞으로도 좀더 사려깊은 심층 분석 보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개매 2014-08-16 23:06:23 | 125.***.***.182
고시출신 젊은공무원 중 한명이라도 국장으로 발탁했으면 모양새라도 좀 날걸.

원사또 2014-08-16 17:44:27 | 211.***.***.69
젊고 좋은 사람 소개시켜주오
젊은 고참 서기관 누구 있시오? 이중0, 김양0인가요? 말해주시오
외부 인력은 낙하산부대라 그러니 육지것 좀 썼시요
제주소리 말고 다른 언론출신 쓰면 달라지려나
좀 가르쳐줍서!

세대교체 2014-08-16 11:19:15 | 110.***.***.47
젊은 도지사를 닮은 젊은 세대교체는 아니었죠 배려를 통한 김태환 도정으로의 복귀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인사였지 원 도정의 새느낌은 실종...6개월 가동후 내년 1월 최종안 선택 뭐 이런 계산인가 보네요

공감 2014-08-16 09:47:46 | 110.***.***.186
상품 소비자 클레임 들어오니 내용물은 그대로하고 포장지 바꾸고 내용물 위치정렬 바꿔서 새로 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 하고 똑같은 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