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내려온 ‘도망강’...이제 다시 건널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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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걸고 내려온 ‘도망강’...이제 다시 건널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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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 새터민, 고향 있어도 갈 수 없는 아픔

며칠 전 우리나라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새터민들이 출연하는 모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본 적 있다. 거기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새터민 여성들이었다. 가끔씩 남성들도 출연하기도 한다.

곱기만 한 그녀들은 계속되는 감시와 굶주림 때문에 목숨을 내던지고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사선을 넘어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를 거쳐 자유 대한의 품으로 왔다. 그러기까지 전 과정을 이야기하고, 남겨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

그렇다고 눈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타, 아코디언, 바이올린 같은 악기들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노래 부르는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마치 사람의 손이 아니라 기계가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런 아이들을 가리켜 ‘신동’이라고 말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말의 의미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아이가 재능 있고 소질이 보이면 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주지만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모든 것을 받들어야 한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그들의 입을 통해서 들을 수 있고, 또한 자료화면들을 통해 자세하게 알게 되어 놀랍기도 했다.

제일 많이 탈북하는 장소가 바로 두만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압록강 다음으로 긴 강으로 유량이 적은데다 대부분 수심이 얕고 강폭이 좁아서 중상류 쪽은 강이 아닌 실개천으로 보일 정도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도망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실제 자료화면을 보니 화창한 날에는 강 건너 사람들의 움직임까지도 식별이 가능할 정도라 어린아이들도 쉽게 건널 수 있다고 한다.

강 주변에는 백 미터 간격으로 총을 멘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발각 즉시 총살해도 좋다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탈북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강을 건너다가 총에 맞아 죽었는지 지금도 잠자리에 들 때면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 쉽게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울먹이며 말하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명절 때 고향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고 한다. 고속도로에 수많은 차량행렬들로 빼곡하게 늘어져 여섯 시간, 일곱 시간 동안 비좁은 차 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짜증내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치민다는 것이다.
정체가 풀리면 얼마든지 갈 수 있지만 이들은 6년, 60년이 지나도 갈 수가 없다며 울먹이는 모습에 우리의 짜증 섞인 푸념도 이들에겐 부럽게 느껴진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비록 전쟁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이산가족이나 마찬가지다. 고향이 있어도 갈 수 없고, 지금까지 기다렸던 것도 참을 수 있지만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 없는 게 더 슬프고 마음 아프다.”는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하루 빨리 우리도 독일처럼 휴전선 장막이 걷혔으면 바람이다.

녹화장에는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에 모두 눈물 바다를 이뤘다.<이성복 객원필진>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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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2014-07-02 21:39:39 | 112.***.***.44
기약없는 설움은 마음의 큰 한인데. 이제는 훨훨 날수 있는날을 고대하며 희망의 싹을 키워주고 싶네요^^ 타향살이 그만하고 고향에 내딛을수 있길 바라며'통일'을 염원해봅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