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인수위원장 '깜짝' 인선...왜 논란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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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인수위원장 '깜짝' 인선...왜 논란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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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새로운 정치' 원희룡 당선자 포부와 아쉬움
사회적 공감대 없이 '협치'?...사회 견제와 비판 '소멸'로?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 표심의 집약적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원희룡 민선 6기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첫 '작품'으로 만들어낸 새도정준비위원회(인수위원회) 위원장 인선이 정가의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인수위원장으로 인선된 이는 다름 아닌 지난 6.4지방선거 경쟁후보였던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인 측면으로든 매우 큰 충격파가 아닐 수 없다.

여야 맞대결로 펼쳐진 선거가 끝나자 마자 당선인이 낙선인을 바로 인수위원장으로 발탁한 사례는 전례없는 일이다. 그것도 정당정치의 맞수인 제1야당의 후보가 여당 후보의 인수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정당정치의 상식을 뛰어넘은 가히 파격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에서는 '이미지 정치', '저열한 정치쇼', '밀실야합', '야당 말살', '깜짝쇼', '사람 빼가기', '협치를 가장한 협잡(挾雜)' 등 온갖 수식어로 원 당선인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많은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이같은 카드를 빼어든 원 당선인의 생각은 뭐였을까.

10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대통합과 지난 20년간의 도정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한 적절한 선택이고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인사 탕평' 뿐만 아니라 '정책 탕평'을 위해 '정책통'인 신 전 지사를 인선했고, 이는 편가르기 정치를 극복하고, 진영의 논리를 뛰어넘어 협치와 통합정치의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도 곁들였다.

자신의 저서 서문을 복사해둔 자료도 참고용이라며 취재진들에게 전달했다.

자료에는 '새로운 정치 틀'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원 당선인이 3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느꼈던 현실 정치, 그리고 앞으로 실현하고 싶은 새로운 정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개혁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정치권의 합의를 강제하는 것은 국민의 사회적 합의이다...나는 정치의 틀을 바꿀 것이다. 나는 좌.우가 아니라 아래로 간다."

이번 선거에서 그가 제시했던 '협치(協治, Governance)'의 내용을 전하고 있다. 권력을 나누는 방법으로, '공동정부'에 준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정치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럼, 이번 첫 '작품'은 그가 바라는 '새로운 정치 틀' 실현을 위해 제대로 꿰어진 것일까.

인수위원장 인선과정에서 표출된 일련의 흐름을 살펴보면, '새로운 정치 틀'이란 궁극적 목표점에는 동의할 수 있으나, 절차나 방법적 측면에서는 의아스럽고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 왜 '둘만의 합의'였나?

첫째, 도민 대통합과 '협치'를 위한 결단이었던 것처럼 설명하면서도, 왜 '둘만의 합의'였나 하는 논리모순이 제기된다.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무리 진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원 당선인측은 당초 인수위원장 인선결과를 8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당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나서지 않았다면 예정대로 '깜짝 발표'는 이뤄졌을 터였다.

10일 발표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민사회에 공개되기는 했으나 정식으로 야당과 도민사회에 사전 이해를 구했다고는 볼 수 없다.

대외적으로는 도민사회 대통합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개인간 혹은 사인간 합의에 다름없는 모양새를 취했다. 대통합을 위해서라면서, 왜 도민사회의 합의가 아닌 둘만의 합의가 필요했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이는 '협치'를 비롯해, 저서에 담긴 '국민의 사회적 합의', '좌.우도 아닌 아래로 간다'는 등의 내용과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과속 스캔들'을 만든 셈이다.

최소 새로운 정치틀을 위해서라는 대의적 명분을 안고 내린 결단이었다면, 신 전 지사가 아니라 응당 도민에게 먼저 물었어야 했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나름대로 선택의 기준을 갖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한 유권자에 대한 결례이기도 하다. '삼고초려'를 통해 한 사람을 배려했을지는 몰라도 도민을 배려한 것이라는 평을 받기는 어려울 듯 하다.

협치와 통합정치의 정신이 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차라리 사전에 공개적으로 제안을 하고, 논쟁 과정을 거치는 형식적 모양새만 띄었더라도, '협잡'이나 '야합'이라는 등의 오해나 비판은 덜했을 것이다.

◆ 사회 견제와 비판 기능은 결국 '소멸'쪽으로?

두번째, 이번 인수위원장 인선이 긍정적으로 보면 원 당선인이 구상하는 대통합의 정치실현을 위한 첫 시작이라 하지만, 정당정치의 핵심이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소멸시키는 방향의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편가르기 정치를 극복하고, 진영의 논리를 뛰어넘어 협치와 통합정치의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간 민주적 협의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그러한 방향으로 가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보여줬어야 했다.

진심으로 초당적 협치를 이루고자 했다면, 상대당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절차를 존중해야 했다는 야권의 주장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원 당선인이 설령 낭만적이고 순수한 목적으로 했을지는 몰라도 결과는 야권으로 하여금 또다른 불신과 반목을, 도민사회에는 분란을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

가뜩이나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어진 권한이 '제왕적'이라고 평가되는 마당에, 어쩌면 원 당선인이 재임기간 원하는 대통합의 방법이 견제와 비판기능의 소멸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결론적으로 인수위원장직을 수락한 신 전 지사에 대한 공인으로서의 책임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원 당선인의 새로운 정치라는 '큰 포부' 이행과정에서 나타난 표출된 내용적 아쉬움은 매우 크게 다가온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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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정치시대 2014-06-11 07:54:01 | 125.***.***.182
차라리 신우김 3김 모두를 공동인슈위원장 임명했으면. 딱
세대교체 제주변화 시대는 선거구호였고. 선거끝나자 원로정치 시대가 열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