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수네트워크, 6.4지방선거 후보자에 전하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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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6.4지방선거 후보자에 바라는 입장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느끼는 감정이 미안과 분노입니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허물어져버린 국가의 재난구호시스템에 분노합니다.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호도 침몰했다고 여기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처사처럼 대한민국호의 선장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번 참사의 책임이 세월호와 대한민국호의 선장에게만 있지 않다는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오로지 자본과 성장과 효율만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온 국가체제시스템과 그것을 만들고 용인해온 우리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고 정부는 정권의 안위를 걱정하겠지만, 어느 정부와 여야를 떠나 모두가 공범입니다.

제주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동안 제주도도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라는 비전하에 자본과 성장과 효율만을 따지면서 개발 일변도의 전략을 추진해왔습니다. 일방적인 밀어부치기식 강정해군기지 추진은 평화의 섬 비전의 실종과 마을공동체의 파괴를 가져왔습니다. 무차별적인 난개발로 인해 중산간지역의 곶자왈을 비롯한 청정환경이 무너지고, 오로지 외자유치를 통한 개발전략은 중국의 투기성 자본만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른바 ‘제주특별자치도’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실종과 제왕적 도지사만을 양산하였습니다. 점점 제주다움은 사라지고 경쟁과 탐욕의 섬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세월호 참사의 비극이 제주호에서 재현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국가체제시스템은 교육의 장에서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교육은 애오로지 학력만능, 경쟁만능, 평가중심의 교육과정이 운영될 뿐입니다. 창의와 비판적 안목을 키우기보다는 점수 따기에 유리한 문제풀이식 교육을 중시하고, 사랑과 나눔과 배려보다는 미움과 질시와 탐욕만을 배우는 경쟁교육을 당연히 여기고 있습니다. 개성의 신장과 자아의 실현을 돕기보다는 획일적 교육과정을 더 중시 여기고 있습니다. 지역과 빈부를 떠나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주기보다는 돈 많은 집안의 아이들이 학벌을 키우는데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교육현실을 체험으로 학습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온갖 시험에 멍이 들고, 고입의 문턱에서 성공군과 실패군이라는 첫 낙인이 찍히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나아가 도내 사립대학들은 경영진의 독단적인 학교운영으로 대학의 민주화(교육의 공공성과 구성원들의 자율성)가 상실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후보님 여러분! 여러분은 제주호의 선장이 되고 선원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입후보한 분들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당선될지 모르지만 도민들에게 선택받을 여러분은 향후 제주호의 안전과 발전은 이끌어갈 분들입니다. 후보님들마다 나름의 제주와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과 공약을 가지고 이번 선거에 임하고 계실 것입니다만, 저희 ‘진정한제주교수넷’ 소속 교수들은 진심으로 다음의 몇 가지를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제주호의 안전과 발전을 이끌어갈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자본과 성장과 효율만을 중시여기는 개발 일변도의 국제자유도시 비전과 전략이 아니라, 생태와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제주다운 행복공동체의 비전과 전략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풀뿌리들의 참여와 자치를 통하여 생태와 인권과 평화가 깃드는 제주다움의 행복공동체의 비전을 실현해 가는 것이야 말로 앞으로 제주인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로 삼았으면 합니다.

둘째, 도민사회 분열과 쟁점이 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4•3의 완전한 해결, 강정해군기지의 합리적 대안과 강정마을공동체의 복원 방안, 중산간 및 곶자왈의 보존대책과 지속가능한 발전방안, 외자유치 중심 개발의 대안과 투기성 자본의 문제 해결, 노형동 초고층 드림타워 건설에 대한 합리적 대안, 한중FTA의 문제와 1차 산업 활성화 대책, 물과 바람 등 제주만의 자연자원에 대한 공공적 활용의 문제, 제왕적 도지사의 문제와 기초자치단체 부활 방안 등 많은 산적한 과제와 쟁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정책대결을 벌이고 유권자를 설득해 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교육의 최대 현안인 고입제도개선, 교사들이 행정가가 아니라 참 스승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업무환경, 지적 성장만이 아니라 인성과 인격을 도모하는 교육과정 운영, 가르침만이 아니라 배움이 일어나는 교실, 줄 세우기용 시험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같이 성장하는 평가제도, 학교의 소재지나 집안의 빈부에 상관없이 공정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부여 등, 진정으로 교육본질의 실현과 제주교육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이러한 과제들에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넷째, 도내 사립대학의 민주화와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특별법 개정(2011. 5. 23)에 따라 중앙정부의 교육 분야 권한 중 상당부분이 제주특별자치도로 이양되었습니다. 동법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대학설립•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2012. 7.18)되었지만, 이 조례는 대학재단과 경영진의 입맛에만 맞고, 대학구성원들의 자율성과 교육의 공공성은 무시된 조례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내 사립대학에서는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인사비리와 노사갈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누가 제주호의 선장과 선원이 뽑히든 반드시 관련 조례의 개정에 적극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제주의 안전과 발전에 관한 비전과 대안적 정책을 가지고 합리적 경쟁에 임하는 선거가 되기를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로 모든 국민과 도민이 아파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세 과시를 위한 군중동원, 공무원 줄 세우기, 혈연과 학연과 지연에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제발 폐기처분하여 주시고,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민주적인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후보님들께서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신 모든 후보님들의 선전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4년 5월 22일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교수네트워크
공동대표 윤용택, 김민호, 심규호,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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